만해서 서도호까지…성북에서 이어진 ‘예술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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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이쾌대가 세운 화실 '성북회화연구소'가 1946년 문을 열었다. 1930년대 만해 한용운을 비롯해 이태준과 김용준이 살기 시작한 뒤로 성북동은 문인과 화가가 모여드는 예술동네였다.
서세옥은 전통문화가 사라지는 것을 염려해 성북동에 한옥을 지었고, 아들 서도호는 그곳에서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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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유산 11곳 전시장으로
간송미술관 등 22개 기관 참여
심우장에선 설치·벽화 선보이고
구립미술관은 서세옥·서도호展
‘성북동 별서’ 등 명승도 문 열어

화가 이쾌대가 세운 화실 ‘성북회화연구소’가 1946년 문을 열었다. 조각가 권진규와 ‘물방울’ 화가 김창열이 여기서 그림을 배웠다. 성북동 집을 ‘수향산방’이라 부르던 김환기는 이듬해 유영국·이규상·장욱진 등과 신사실파를 결성했다. 1930년대 만해 한용운을 비롯해 이태준과 김용준이 살기 시작한 뒤로 성북동은 문인과 화가가 모여드는 예술동네였다.
성북구가 품은 역사공간과 문화공간이 전시장으로 변신했다. 성북구와 성북문화재단, 성북구립미술관이 올해 처음 마련한 ‘제1회 2026 성북아트위크’가 20일 개막했다. 주제는 ‘집: 이어진 숨결’. 특별전 5개와 역사문화유산 11곳의 공간프로젝트, 22개 기관의 네트워크 전시로 구성됐다.

공간프로젝트는 유서깊은 장소마다 동시대미술가들을 짝지웠다.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의 저자 최순우의 영향으로 젊은 시절부터 유물을 접해 온 조각가 최인수의 조각과 드로잉이 최순우 옛집 곳곳에 놓였다. 이연숙은 성북회화연구소 터에 그리는 손길을 연상시키는 형상을 배치했다. 문화예술인의 사랑방이던 승설암 터와 장승업(1843~1897)의 말년 집터에서는 유리창에 홀로그램 필름을 붙였다. 작가 신예선은 선잠단지의 홍살문 두 개 사이를 명주실로 감쌌다.

평소 공개하지 않는 명승 ‘성북동 별서’도 예약제로 문을 연다. 조선 말 문인 황윤명이 조성한 정원으로, 2025년 화재로 일부 소실된 정자 송석정을 한성필이 가림막 위 수묵채색화로 재현했다. 1396년 처음 쌓은 한양도성 성벽 아래에는 철도 침목으로 만든 정현의 ‘서 있는 사람’ 7점이,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섰다. 이종석별장에서는 김동해가 돌과 금속선으로 만든 작업을 설치했다. 입구와 석주(石柱) 등에서 빛과 공기의 흐름에 따라 미세하게 흔들리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한용운이 말년을 보낸 심우장에서는 작가 이우성이 ‘심우도’를 재해석한 설치와 벽화 ‘노래하는 마음으로’를 선보였다. 1970~80년대 국빈 접대와 정치 회담이 열린 삼청각에는 유나얼의 콜라주·설치 작업이, 권진규 아틀리에에는 이곳 레지던시 출신 김정은·서예석·전지인·허나영의 작업이 놓였다.

특별전의 중심은 성북구립미술관의 ‘서세옥·서도호: 어루만지다(撫)’ 전시이다. 서세옥은 전통문화가 사라지는 것을 염려해 성북동에 한옥을 지었고, 아들 서도호는 그곳에서 자랐다. 탑을 층층이 쌓아올린 서세옥의 수묵화와 사람 옆얼굴이 쌓인 서도호의 실드로잉은 다르지만 닮은 꼴이다. 한옥을 어루만지는 손길로 집 구석구석을 탁본한 서도호의 작업과 석물 장식 하나하나 직접 도안한 서세옥의 그림이 함께 걸렸다. 고려대박물관은 변시지(1926~2013) 탄생 100주년전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를 열고 있다. 제주 출신인 그는 성북구 돈암동에서 18년간 작업했다. 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은 두 조각가가 공유한 ‘정릉집’에서 출발해 1980년을 기점으로 한 최만린·박병욱의 조각·드로잉·아카이브를 보여준다. 김중업 건축문화의 집에서는 ‘이정윤: 노래하는 집’이 한창이다. 조각가 정보원의 신작 ‘산책’과 한승훈의 영상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는 성북동 거리갤러리에서 상시 볼 수 있다.


성북동 터줏대감인 간송미술관의 ‘상서(箱書), 컬렉션을 읽다’와 한상수자수박물관 ‘수선’ 등 22개 미술관·갤러리·대안공간도 네트워크 전시로 참여했다. 22~25일에는 공유서가 사서고생에서는 성북의 전시공간들이 추천한 작가 21명의 작품 60점을 판매하는 ‘성북아트페어’가 열린다.
11월 1일까지 열리는 공간프로젝트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성북동 별서는 예약제로 하루 15명만 오후 3~4시에 관람할 수 있다. 20~24일에는 주요 전시장을 11개 정류소로 잇는 루프버스를 5000원에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성북구립미술관 김보라 관장은 “2026 성북아트위크는 성북에 축적된 역사와 문화예술의 자산을 동시대 예술의 시선으로 새롭게 바라보며 지역의 가치를 나누는 자리”라며 “전시장을 넘어 성북의 집과 정원, 역사적 장소를 실제로 거닐며 과거와 현재, 예술과 일상이 맞닿는 특별한 경험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상인 미술전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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