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푸드뱅크 기부식품 배분 논란…군 전수조사 예고
운영위 참석 7명 중 4명도 재단 이사…이해충돌 방지 점검 요구

취약계층을 위해 기부받은 식품이 정작 재단 이사들이 운영하는 복지시설에 집중적으로 배분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영덕군기초푸드뱅크의 배분 공정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기부식품 배분의 공정성을 심의하고 감시해야 할 운영위원회마저 재단 이사들이 과반을 차지한 것으로 확인돼 이해충돌 논란도 커지고 있다. 특정 시설에 대한 지원 편중이 수년째 반복됐다는 점에서 위탁 운영기관의 내부 통제는 물론 관리·감독 책임을 맡은 영덕군의 부실 관리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배분 내역 분석자료에 따르면 영덕복지재단이 위탁 운영하는 영덕군기초푸드뱅크는 2024년부터 올해까지 A·B·C센터 등 3개 시설에 빵과 식재료, 생활용품 등을 지속적으로 배분했다. 이들 시설의 대표는 모두 영덕복지재단 현직 이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 이사 운영시설 3곳에 빵 배분액 18.7% 집중
배분 규모의 편중은 수치로 드러난다.
지난해 이들 3개 시설에 배분된 빵은 금액 기준 약 1997만원으로, 전체 빵 배분액 1억697만원의 18.7%에 달했다.
시설별로는 A센터가 약 1303만원으로 34회에 걸쳐 가장 많은 빵을 배분받았다. B센터는 약 494만원(19회), C센터는 약 200만원(9회)을 각각 지원받았다.
반면 같은 기간 빵 배분액이 100만원 미만인 시설 7곳의 지원액을 모두 합쳐도 307만원에 그쳤다. 재단 이사들이 운영하는 시설 3곳에 배분된 금액이 이들 7개 시설 전체 지원액의 약 6.5배에 달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배분 편중이 지난해에만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2024년에도 전체 빵 배분액의 14.8%인 약 1270만원이 이들 3개 시설에 집중됐다. 올해 역시 집계 기준 전체 빵 배분액의 18.0%인 약 1339만원이 해당 시설들에 전달된 것으로 나타났다.
빵뿐 아니라 돼지고기와 가공식품, 채소 등 주요 기부물품도 이들 시설에 꾸준히 배분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원 대상별 이용자 수와 실제 수요, 시설별 취약계층 지원 규모 등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배분이 이뤄졌는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 대목이다.
△ 배분 감시할 운영위마저 '이해당사자'가 과반
배분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은 운영위원회 구성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공개된 2024년 5월 운영위원회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당시 참석 위원 7명 가운데 4명이 영덕복지재단 이사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기부식품 배분과 사업 운영을 감시해야 할 기구에 재단 이사들이 과반으로 참여한 것이다. 특히 이들 이사가 대표로 있는 시설들이 주요 기부식품 배분 대상에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이해충돌을 방지할 독립적인 심의·감시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당시 회의록에는 사업계획과 예산 보고 등의 내용이 담겼지만, 특정 시설에 대한 배분 기준이나 이해충돌 방지 조치와 관련한 심의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다.
물론 운영위원회에 재단 이사가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 부당한 배분이나 위법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배분 대상 시설의 대표와 운영기관 이사가 겹치는 구조에서 객관적인 배분 기준과 이해충돌 방지 절차가 제대로 마련돼 있었는지는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안이다.
△ 취약계층 개인 지원 규모조차 파악 어려워
더욱 심각한 문제는 기부식품이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취약계층 개인에게 얼마나 전달됐는지조차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해 정산 내역상 전체 배분액은 약 2억8천52만원이지만, 취약계층 개인에게 직접 지원한 금액과 단체·시설에 배분한 금액이 별도로 구분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기부식품이 개인에게 직접 전달되는 대신 시설에 과도하게 집중됐는지, 배분 과정에서 지원이 시급한 취약계층이 상대적으로 소외됐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기부식품은 기부자의 뜻에 따라 필요한 곳에 공정하게 전달돼야 한다. 따라서 시설별 지원액뿐 아니라 수혜 인원, 지원 필요성, 개인 직접 지원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공개하고 검증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복지업계 '기부식품 배분 기준·감사 체계 전면 점검해야'
복지업계와 시민단체에서는 이번 사안을 두고 배분 기준의 투명성과 운영기관의 내부 통제 체계를 전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시설별 이용자 수나 지원 필요성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도 없이 재단 내부 인사들이 운영하는 시설에 기부물품이 수년간 집중됐다면 복지 행정의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며 "배분 과정에서 특정 인사들의 영향력 행사나 이해충돌 여부가 있었는지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부식품은 특정 시설이나 운영기관 관계자의 몫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취약계층을 위해 마련된 것"이라며 "배분 기준과 심의 과정, 수혜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외부에서도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영덕군 뒤늦게 전수조사…감독 책임 규명도 과제
논란이 확산하자 위탁·감독 주체인 영덕군은 영덕복지재단과 기초푸드뱅크 운영 전반에 대한 전수조사와 관리·감독 강화 방침을 밝혔다.
영덕군 관계자는 "영덕복지재단 및 기초푸드뱅크 운영 전반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배분 기준과 운영위원회 구성의 공정성 여부를 철저히 관리·감독하겠다"며 "앞으로 특정 시설에 기부물품이 쏠리지 않도록 배분 심의 절차를 엄격히 개선하고 취약계층 개인에게 지원이 우선 전달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년간 배분 편중이 반복된 것으로 나타난 만큼, 향후 조사와 제도 개선만으로 책임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