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끼임 반복되는 일터…난간·덮개 없고 안전관리도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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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거제시 한 시료보관실 증축공사 현장에서 61세 일용직 노동자가 약 1.7m 높이 이동식비계에서 떨어져 다음 날 숨졌다.
올해 6월 1일 시행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시행일 이후 발생한 중대재해 보고서 공개가 의무화됐다.
25건 가운데 노동자 50인 미만 사업장이나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는 23건(92%)이었다.
2023년 5월 상운건설이 시공하던 창원 양덕동 오피스텔 현장에서 노동자가 계단 사이 빈 공간으로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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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사업장서 사고 23건 발생
보호구 착용·작업계획 관리 부실
2023년 9월 거제시 한 시료보관실 증축공사 현장에서 61세 일용직 노동자가 약 1.7m 높이 이동식비계에서 떨어져 다음 날 숨졌다. 대륙산업개발이 시공하던 현장이다. 작업대에는 안전난간이 없었다. 회사가 안전모를 지급한 기록은 있었지만, 현장에서 착용하도록 관리하지 않은 점도 사고 원인으로 꼽혔다.
고용노동부가 올해까지 공개한 경남 재해조사보고서 25건에는 추락·끼임을 막을 시설을 갖추지 않거나 설비와 보호구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사례가 되풀이됐다. 무거운 부품을 어떻게 고정할지 정하지 않고 작업하거나, 기계를 멈추지 않은 채 청소·수리에 나섰다가 노동자가 숨졌다.

소규모 사업장에 집중된 사고
25건 가운데 노동자 50인 미만 사업장이나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는 23건(92%)이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11건, 건설업 8건, 기타 업종 6건이었다.
사망자 중 60대 이상은 15명(60%)이었다. 50대 5명, 40대 3명, 20대 2명이 뒤를 이었다. 일용직은 14명(56%), 상용직은 11명(44%)이었다. 건설업 사망자 8명은 모두 일용직이었고, 기타 업종에서도 6명 중 5명이 일용직이었다.
사고 유형은 깔림·뒤집힘과 떨어짐이 각각 8건으로 전체 64%를 차지했다. 맞음과 끼임은 각각 3건, 화재·폭발과 감전, 이상 온도 접촉은 각각 1건이었다.
농장에서도 장비 결함과 방호장치 부재가 사망사고로 이어졌다. 2024년 1월 통영 송계농장에서는 노동자가 패인 바닥에 발이 걸려 넘어지면서 사료 운반차에 깔렸다. 조작 스위치에서 손을 놓았지만 운반차는 멈추지 않고 후진했다. 스위치 작동 불량과 고르지 못한 바닥 상태가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다.
같은 해 2월 함안 정암육묘장에서는 70대 일용직 노동자가 수박 모종잎을 따다 비닐하우스 보온 천막을 여닫는 장치에 끼여 숨졌다. 동력을 전달하는 로프에 앞치마와 팔이 말려 들어갔다. 신체나 옷이 닿지 않도록 막는 덮개나 울타리는 없었다.
설치·지급 뒤에도 점검 빠져
보호구 지급이나 착용 관리가 미흡했던 사고는 12건이었다.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았거나 필요한 위험 예방 대책을 담지 않은 사고는 9건이었다. 한 사고에 여러 원인이 겹치기도 했다.
떨어짐 사고 8건 모두 추락방지 시설이나 안전대 연결 관리 등에 문제가 있었다. 시설이 있어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한 현장이 있었다. 2023년 5월 상운건설이 시공하던 창원 양덕동 오피스텔 현장에서 노동자가 계단 사이 빈 공간으로 추락했다. 방호망이 설치돼 있었지만 추락방호망 성능기준에 맞지 않았다.
크레인으로 물체를 다룬 사고 4건에서는 물체를 매다는 기구나 줄을 거는 방법이 부적절했다. 2023년 5월 양산 원덕산업기계에서는 약 1.7t짜리 부품을 크레인에 매달아 세운 채 표면을 다듬다 부품이 넘어져 노동자가 숨졌다. 자체 제작한 고리가 하중을 견디지 못해 변형됐다. 부품을 바닥에 내려놓거나 받침대로 지지하지 않았고, 중량물 취급 작업계획서도 없었다.
전원을 끈 기계에서 작업하다 옆 설비 때문에 감전된 사례도 있었다. 2023년 7월 양산 세진정밀에서 20대 노동자가 설비 배치를 바꾼 뒤 부속 장치를 연결하다 숨졌다. 작업하던 기계는 전원이 차단돼 있었지만, 옆 기계에는 전원이 들어와 있었고 접지선이 끊어져 있었다.
보고서는 노동자가 컨베이어 손잡이를 잡는 순간 종아리가 옆 기계 유압탱크에 닿아 몸으로 전류가 흐른 것으로 추정했다. 조사에서 탱크 겉면 전압은 110V 이상으로 측정됐다. 노동자는 절연장갑 대신 기름 등으로 축축해진 목장갑을 끼고 있었다. 누설전류를 땅으로 흘려보낼 접지 상태와 보호구 착용을 관리하지 않은 점이 드러났다.
작업자가 오가는 길도 안전하게 확보되지 않았다. 2023년 5월 양산 창화금속에서는 20대 우즈베키스탄 노동자가 수도밸브를 열러 가다 67℃ 물이 담긴 온탕조에 빠져 숨졌다. 밸브로 향하는 통로는 폭이 약 33㎝로 좁았고 배관 등 장애물이 있었다. 노동자는 폭 12㎝인 온탕조 가장자리를 밟고 이동하다가 안으로 빠졌다. 보고서는 통로를 정비하고 밸브 등 조작부를 옮기는 방안을 제시했다.
청소·수리 전 작동을 멈추지 않은 사고도 2건이었다. 2023년 10월 창원 동보철강에서는 노동자가 가동 중인 절단설비에서 쇳가루를 제거하다 움직이는 장치와 기둥 사이에 끼여 숨졌다. 2024년 11월 창녕 대남농산에서는 로더 앞쪽 통을 들어 올린 채 수리하던 노동자가 갑자기 내려온 통에 끼였다. 통을 받칠 안전지지대나 안전블록은 없었다.
보고서가 제시한 대책은 작업 전에 위험을 확인하고 이를 막는 조치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일이었다. 무거운 물체를 다룰 때는 무게와 작업 방법에 맞는 기구를 쓰고, 설비를 청소·수리할 때는 작동을 멈춰야 한다. 난간과 덮개 설치뿐 아니라 보호구 착용, 접지선 연결 상태까지 현장에서 확인해야 한다고 짚었다.
/정종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