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본 공연] “몸짓으로 써내려간 삶의 위로”…한편의 서사로 진화한 전통춤 ‘무용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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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꽃이 피어나듯 섬세한 춤사위가 펼쳐지고 이내 산조의 선율과 문둥춤 특유의 몸짓이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단순한 작품 나열에 그치던 전통무용 공연의 관행을 깨고, 이질적인 레퍼토리를 5개의 '담(談)'으로 엮어내며 유기적인 서사구조를 완성했다.
공연은 이야기의 문을 여는 '서담'과 춤의 뿌리를 짚는 '제1담(산조·한량무)'으로 시작해 감정선이 크게 요동치는 '제2담'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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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조·문둥춤 등 이질적 레퍼토리 5막의 ‘담(談)’으로 엮어
박기량 감독 "시대와 호흡하는 소통의 장…구성원 역량 결집"

마치 꽃이 피어나듯 섬세한 춤사위가 펼쳐지고 이내 산조의 선율과 문둥춤 특유의 몸짓이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단순한 작품 나열에 그치던 전통무용 공연의 관행을 깨고, 이질적인 레퍼토리를 5개의 ‘담(談)’으로 엮어내며 유기적인 서사구조를 완성했다.
20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4층 연습실에서 언론시연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무용단의 정기공연 ‘무용담’은 파격적인 연출변화가 돋보였다. ‘춤이 말을 걸다’라는 기획의도 아래 전통춤의 미감을 기승전결을 갖춘 한편의 이야기로 풀어냈다.
공연은 이야기의 문을 여는 ‘서담’과 춤의 뿌리를 짚는 ‘제1담(산조·한량무)’으로 시작해 감정선이 크게 요동치는 ‘제2담’으로 이어진다. 특히 제2담에서는 문둥춤 특유의 몸짓과 영상 연출을 결합해 내면의 상처를 마주하고 극복하는 ‘심담’을 입체적으로 그린다. 박기량 무용단 예술감독은 “해와 달이 만나 온전한 빛을 내는 완벽한 세상,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균열을 표현했다”며 “균열과 완벽한 세상이 만나 어떻게 다시 인간다운 세상으로 회복되는지 영상과 함께 그려냈다”고 설명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개인의 춤은 공동체의 어우러짐으로 확장된다. 무용단이 앞으로 만들어갈 길을 뜻하는 제3담 ‘도담’은 고요함 속 에너제틱한 기운을 뿜어내고, 장구춤과 보살춤이 잇따르며 신명과 화합을 다진다. 박 감독은 “젊고 활기찼던 시절을 떠올리며 거문고 곡 ‘출강’에 맞춰 새롭게 안무를 짠 구간도 있다”며 “실제 본 공연은 오늘 시연회보다 훨씬 다이내믹하게 구성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마침내 강렬한 타악이 쏟아지는 마지막 ‘종담’에 이르러, 앞선 교감의 여정은 묵직한 울림으로 갈무리된다.
물론 성격이 전혀 다른 춤을 교차하는 과정이 무난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자칫 각 춤의 고유성을 잃거나 흐름이 분절될 우려도 따른다. 그럼에도 이번 시연회에서 무용수들이 보여준 탄탄한 기량은 이러한 과감한 기획이 단순한 모험에 그치지 않고, 정서적 몰입도 높은 무대로 이어질 수 있음을 증명했다.

전통춤을 동시대 삶의 이야기로 확장한 중심에는 박 감독의 철학이 있다. 그는 “춤은 말보다 먼저 마음을 움직이고, 말로 다 전하지 못한 삶의 이야기를 전한다”며 시대와 호흡하는 관객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무용단이 오랫동안 축적해온 예술적 역량과 레퍼토리를 바탕으로 시대적 감각의 서사를 새롭게 입혔다는 점에서도 이번 공연의 의미는 깊다.
지역 국·공립 예술단체의 정기공연은 그 단체의 예술적 지향점을 확인하는 시험대다. 단편적인 나열식 무대에서 벗어나 뚜렷한 서사적 변화의 가능성을 꾀한 이번 기획은 예술단체 수장의 역할을 다시 묻는다. 단순한 조직 관리를 넘어, 전통의 본연적 가치를 꿰뚫고 구성원들의 역량을 직조해 무대 위 성과로 연결하는 전문성이 돋보인다.
오는 31일 오후 3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막을 올리는 도립국악원 무용단 정기공연 ‘무용담’이 관객들에게 어떤 울림을 선사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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