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따뜻한데 눈 폭탄?‥'괴물' 엘니뇨가 몰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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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내린 가을비로 수도권 곳곳이 물에 잠겼는데 이번 주엔 기온까지 뚝 떨어진다고 합니다.
올가을에는 비가 많이 내리고 겨울은 따뜻하겠지만 눈은 많이 내리는 변덕스러운 날씨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렇게 주변 바다 온도가 높다 보니까 한번 비가 올 때 더 강력하게 집중호우가 발달할 수 있는 거죠.
결국, 엘니뇨만 놓고 보면, 11월 늦가을엔 잦은 비, 12월엔 따뜻하지만, 폭설에 대비해야 하는 초겨울이 예상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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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외전]
◀ 앵커 ▶
지난 주말 내린 가을비로 수도권 곳곳이 물에 잠겼는데 이번 주엔 기온까지 뚝 떨어진다고 합니다.
올가을에는 비가 많이 내리고 겨울은 따뜻하겠지만 눈은 많이 내리는 변덕스러운 날씨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윤태구 기상분석관과 올가을 겨울 날씨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10월 말이 돼 가는데도 여전히 낮에 좀 덥습니다.
특히 주말에는 또 비도 많이 왔잖아요?
침수 피해가 났을 정도인데, 그동안 비가 거의 안 오더니 갑자기 이렇게 쏟아졌어요.
◀ 기상분석관 ▶
네, 일요일 하루에만 서울 강북에 75.5밀리미터, 서울 은평에는 68밀리미터의 비가 내렸습니다.
특히 강북구에는 한 시간 동안 53.5밀리미터가 쏟아졌는데요.
서울의 10월 한 달 평년 강수량이 63밀리미터니까, 한 달 동안 내릴 비가 하루 만에 다 내린 셈입니다.
다만 여름철, 특히 장마철에 내리는 비와 비교하면 아주 많은 양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곳곳이 물에 잠긴 건, 비가 짧은 시간에 집중된 데다 떨어진 낙엽이 배수구를 막았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가을철에는 여름처럼 많고 강한 비가 내리지 않더라도 침수 피해가 잦은 이유입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낙엽이 배수구를 막을 정도는 아니었는데, 저기압이 다가오면서 토요일부터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었고, 이 바람에 한꺼번에 떨어진 낙엽이 일요일 쏟아진 비에 쓸려가 배수구를 막은 겁니다.
이제부터 낙엽이 본격적으로 떨어지는 시기인 만큼, 집 앞 배수구 주변만 미리 치워도 침수 피해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겠습니다.
◀ 앵커 ▶
요즘 낮에 좀 평년보다 좀 더운 게 맞죠?
한낮엔 햇빛도 따갑던데, 내일부터는 쌀쌀해진다고요?
◀ 기상분석관 ▶
네, 요즘 낮에는 평년보다 2~3도가량 높아 조금 덥다고 느끼실 수도 있는데요.
내일부터는 조금 달라집니다.
현재 충청 이남 곳곳으로 비가 내리고 있고요.
내일 새벽부터 오전 사이에는 기압골이 한 차례 더 지나면서 서울을 포함한 중부지방에도 약한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습니다.
양은 많지 않겠지만, 이 비가 그치고 나면 공기가 완전히 바뀌게 되는데요.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강하게 내려오면서 내일 서울의 낮 기온이 15도에 머물겠고, 바람까지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더 낮겠습니다.
모레인 목요일 아침에는 서울 기온이 4도까지 뚝 떨어지면서 올가을 들어 가장 춥겠고, 강원 내륙은 영하권까지 내려가 얼음이 어는 곳도 있겠습니다.
계절이 하루 만에 초가을에서 늦가을로 바뀌는 거죠.
다만, 가을철 날씨 특성상 이 추위가 길게 가지는 않겠고, 이번 주 금요일까지는 쌀쌀하다가, 주말부터는 다시 평년 수준을 되찾겠습니다.
그런데 변수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올해 서른 번째 태풍 '참피'인데요.
지금 필리핀 동쪽 먼바다에서 대만 쪽으로 북상하고 있는데, 현재 중심기압 915hpa에, 최대 풍속 시속 198km로 기상청 기준 가장 높은 단계인 강도 '5'의 슈퍼태풍으로 발달한 상태입니다.
지금 예보대로라면 이번 주 금요일에서 토요일 사이에 대만 부근을 지날 것으로 보이는데요.
우리나라로 직접 올 가능성은 적지만, 일부 수치모델에서는 이 태풍이 남긴 막대한 수증기가 다음 주 초 우리나라까지 올라와 또 한 번 많은 비를 뿌릴 것으로 나타내고 있어서 대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다만 이렇게 태풍이 활동하는 동안에는 기상 예보 모델의 정확도도 떨어지고, 변동성도 커지는 만큼, 최신 기상정보를 계속 확인해주셔야겠습니다.
◀ 앵커 ▶
태풍 소식 얘기해 주셨는데, 상당히 오랜만에 듣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그동안 몇 년째 태풍 소식이 없었던 것 같은데, 피해가 없으니까 좋기는 합니다만, 이렇게 태풍이 우리나라로 오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까?
◀ 기상분석관 ▶
네, 태풍은 평년에 한 해 25개 정도 발생하는데, 올해는 벌써 30개로 평년 수준을 훌쩍 넘었습니다.
그런데도 올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은, 지난 6월 남해 먼바다로 지나가면서 태풍 특보가 내려졌던 6호 태풍 '장미' 하나뿐이었습니다.
육지에 직접 영향을 준 태풍은 하나도 없었는데요.
아마 많은 분들이 기억하시는 마지막 태풍은 2023년 8월 경남 거제에 상륙해 한반도를 남북으로 관통했던 '카눈'일 겁니다.
지난해에는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이 아예 한 개도 없었던 만큼 3년 넘게 이렇다 할 태풍이 없는 '태풍 공백'의 시간이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이유는 북태평양고기압에 있습니다.
태풍은 이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움직이는데요.
최근 몇 년 동안 이 고기압이 서쪽으로 확장해 중국 내륙까지 크게 넓어져서, 태풍이 우리나라로 오지 못하고 중국 쪽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 고기압이 물러나는 9월이 되면 태풍의 길이 한반도로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기상청도 학계도 그렇게 전망했었는데요.
그런데 올해는 고기압이 수축할 때 북서쪽 대륙에서 찬 공기가 빠르게 내려오면서, 고기압이 예상보다 더 빨리, 더 많이 물러났습니다.
그 결과 9월에 발생한 태풍 세 개가 잇따라 일본 쪽으로 향했고, 또 가을 장마전선까지 머무르면서 일본 도쿄에는 37일 연속으로 비가 내리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태풍이 만들어지는 열대 바다는 30도 가까이 뜨거워서, 11월에도 태풍은 더 생길 수 있는 상황인데요.
다만 이제는 북쪽의 시베리아 고기압이 점점 힘을 키우기 시작하는 시기이고, 통계적으로도 10월 이후에 발생한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줬던 경우가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올해도 태풍 공백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앵커 ▶
그런데 태풍이 안 오면 안 오는 대로 또 문제 아닙니까?
특히 올해 같은 경우는 비다운 비가 내린 적이 그렇게 많이 없는 것 같아요.
가뭄이 좀 문제가 될 수도 있는데 어때요?
◀ 기상분석관 ▶
네, 재난 관리 측면에서 보면 태풍이 오지 않은 건 분명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지난 45년간 국내 자연재해 재산 피해액의 57%가 태풍 때문이었을 만큼, 태풍은 강력한 재난이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태풍이 상처만 남기고 가는 건 아닙니다.
막대한 수증기와 강한 바람으로 자연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도 하는데, 우선 연간 강수량의 15% 정도를 채워주던 태풍이 오지 않으면서 가뭄은 더 깊어졌습니다.
특히 9월에는 태풍이 월 강수량의 상당 부분을 담당해 왔거든요.
그런데 태풍이 없던 지난달 전국 강수량은 26.4밀리미터로 평년의 17%에 그치면서 역대 두 번째로 적었습니다.
그리고 또 태풍이 오면 바다를 깊게 휘저어 수온을 낮춰주는 역할을 하는데, 그 역할도 멈췄습니다.
이번 여름 내내 그리고 지금까지도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적게는 2도, 동해 같은 경우는 5도 가까이 높은 고수온 상태인데요.
이렇게 주변 바다 온도가 높다 보니까 한번 비가 올 때 더 강력하게 집중호우가 발달할 수 있는 거죠.
그리고 이번 여름 고수온 특보가 길게 이어지면서 전국 양식장에서는 폐사를 막기 위해 물고기를 2,000만 마리 가깝게 긴급 방류하기도 했습니다.
바다를 뒤섞어서 깊은 곳의 영양분을 끌어올리고 어장을 만들어주던 역할까지, 함께 사라진 겁니다.
◀ 앵커 ▶
또 기상 전망을 하면서 빠지지 않는 게 엘니뇨잖아요.
올해 괴물 엘니뇨다 이런 얘기도 있던데, 얼마나 강하길래 그런 건가요?
◀ 기상분석관 ▶
네, 올해 날씨와 기후 얘기할 때 정말 빠지지 않았던 단어죠.
엘니뇨는 간단히 말씀드리면, '적도 부근 동쪽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반대로 동태평양의 수온이 평년보다 낮아지면 라니냐라고 하는데요.
둘 다 지구온난화나 기후변화 때문에 새로 생긴 현상이 아니라 원래부터 있던 자연 현상이고, 시소처럼 몇 년을 주기로 왔다 갔다 하는 겁니다.
이 엘니뇨를 판단하는 감시 해역이 따로 있는데요.
이 해역의 수온이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태가 몇 달 이어지면 엘니뇨가 시작됐다고 보고, 2도를 넘으면 '매우 강한' 엘니뇨로 분류합니다.
흔히 말하는 '슈퍼 엘니뇨', '괴물 엘니뇨'가 바로 이 단계입니다.
이 해역의 수온이 올해 8월 이미 평년보다 2.5가 높아 2도를 훌쩍 넘었습니다.
그런데 아직 정점이 아닙니다.
세계기상기구는 엘니뇨가 12월 전후로 정점을 찍으면서, 10월부터 12월까지 이 평년 편차가 3.7도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는데요.
지금까지의 최고 기록이 2015년 발생했던 슈퍼엘니뇨 기간에 기록한 2.6도였으니까, 이 기록을 1도 넘게 웃도는, 관측 이래 가장 강한 엘니뇨가 될 가능성이 커진 겁니다.
◀ 앵커 ▶
엘니뇨 때문에 유럽의 폭우나 산불 같은 기상이변이 엘니뇨 때문에 생긴다고 얘기하잖아요.
올해 그렇게 강하다니 상당히 걱정이 되는데 어떻습니까?
◀ 기상분석관 ▶
네, 이미 전 세계 곳곳에 엘니뇨의 영향이 관측되고 있습니다.
엘니뇨가 동태평양 바다가 뜨거워지는 현상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엘니뇨로 인해 반대로 인도네시아가 있는 적도 서태평양 쪽은 상대적으로 수온이 내려가면서, 구름이 덜 만들어지고 비가 줄어듭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에서는 극심한 가뭄 속에 산불이 몇 달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7월까지만 서울 면적의 3배가 넘는 땅이 불에 타면서, 2015년 이후 가장 심각한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반대로 원래 비가 거의 오지 않던 페루 같은 남미 해안에는 폭우가 쏟아져 인명 피해가 이어졌고요.
전 세계 해상 교역의 요충지인 파나마 운하는 가뭄으로 물이 부족해지면서 하루에 통과할 수 있는 배의 수를 줄였습니다.
쌀과 밀, 팜유, 옥수수 같은 농산물 작황도 흔들리면서 식량 위기 우려도 커지고 있는데요.
엘니뇨는 비교적 미리 예측이 가능하고, 발생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도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 현상이기 때문에 대비는 할 수 있지만, 대비할 여력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일수록 피해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엘니뇨의 영향은 올해로 끝나지 않는다는 건데요.
바다에 쌓인 열이 대기로 빠져나오는 데도 시간이 걸리다 보니, 전 지구 기온은 엘니뇨가 발생한 이듬해에 더 크게 오르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래서 많은 학자들이 내년, 2027년이 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외신에서는 이번 엘니뇨를 두고, 10년 뒤 지구의 기온을 미리 보여주는 '기후 타임머신'이 될 거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 앵커 ▶
그런데 이렇게 기온이 올라가면 우리나라에도 엘니뇨의 영향이 있겠죠?
작년에도 그랬던 것 같은데 요즘 겨울이 전처럼 별로 춥지가 않은 것 같은 느낌이에요.
올해엔 어떨까요?
◀ 기상분석관 ▶
우선 짚고 넘어갈 게 있는데요.
우리나라는 엘니뇨의 직접 영향권은 아니어서, 엘니뇨가 우리 날씨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립니다.
다만 엘니뇨가 발생하면 태평양의 대기 순환이 달라지고, 이러한 변화가 우리나라의 기온과 강수에도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데요.
지금까지 쌓인 관측 자료를 보면 분명한 경향성은 보입니다.
그리고 그 경향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시기가 바로 지금, 늦가을부터 초겨울까지입니다.
강한 엘니뇨가 발달하면 우리나라 동쪽 바다에 고기압성 흐름이 자리를 잡는데요.
이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따뜻하고 습한 남풍이 불어오면서 11월, 늦가을에 비가 잦아지게 됩니다.
실제로 1973년 이후 11월 전국 강수량 1위부터 3위가 1997년, 2015년, 1982년인데, 모두 슈퍼엘니뇨가 있었던 해입니다.
특히 2015년 11월에는 평년의 3배 가까운 비가 내렸고, 기온도 평년보다 2.5도나 높았는데요.
올해도 다음 달 늦가을 비가 잦아질 가능성이 높고, 여름철 이어졌던 가뭄이 어느 정도 해갈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12월에는 11월보다 이 한반도 동쪽 고기압이 더 강화가 되는데요.
이렇게 되면서 12월 초겨울에도 남풍이 계속해서 불어오면서 평년보다 따뜻할 가능성이 크겠습니다.
문제는 이 남풍이 많은 수증기를 품고 있다는 겁니다.
북쪽에서 찬 공기가 한 번씩 내려와 이 습하고 따뜻한 남풍과 부딪치면, 비 대신 기온이 낮을 때는 많은 눈이 쏟아질 수 있어서, 전반적으로 따뜻하면서도 폭설과 기습 한파에 대비해야 하는 겨울인 겁니다.
1월로 넘어가면 엘니뇨와의 관련성은 뚝 떨어집니다. 한겨울에는 시베리아 고기압처럼 다른 요인들의 영향이 더 커지기 때문인데요.
결국, 엘니뇨만 놓고 보면, 11월 늦가을엔 잦은 비, 12월엔 따뜻하지만, 폭설에 대비해야 하는 초겨울이 예상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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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구 기자(taegu@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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