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첫 여성 총리 등장에 “여성이 나랏일 하면 안 돼” vs “후진적 가족법 개정 기대”

김미향 기자 2026. 10. 20.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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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지난달 최초의 여성 총리 파티마 에자흐라 엘 만수리가 임명된 뒤, 첫 여성 총리의 등장에 대한 다양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20일 비비시(BBC) 보도를 보면, 전 법무부 장관 무스타파 라미드는 이달 초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려 여성이 국가 최고직을 맡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을 제기했다.

여성 총리가 임명된 뒤 후진적 가족법을 개정할 것이란 기대감이 모로코 시민사회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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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중시’ 모로코 시민 반응 갈려
“국왕 선택이라 받아들이지만…”
후진적 가족법 개정 기대감도 높아
모로코 총리 파티마 에자흐라 엘 만수리가 19일 모로코 수도 라바트의 의회에서 2031년까지 향후 5년간 연립 정부의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지난달 최초의 여성 총리 파티마 에자흐라 엘 만수리가 임명된 뒤, 첫 여성 총리의 등장에 대한 다양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20일 비비시(BBC) 보도를 보면, 전 법무부 장관 무스타파 라미드는 이달 초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려 여성이 국가 최고직을 맡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을 제기했다. 2012년부터 5년간 모로코 법무장관 등을 역임한 그는 ‘나라 일을 여성에게 맡기는 민족은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는 이슬람 격언을 인용해, 무슬림이 다수인 모로코는 최고위직을 남성에게만 부여함으로서 평등과 국가 지도력의 책임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왔다고 주장했다. 전 법무부 장관의 글은 논란을 일으키며 모로코에서 이 오래된 격언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고 비비시는 설명했다.

모로코 시민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이름과 나이를 밝히지 않은 백발의 한 남성은 현지 매체 추프 티브이에 “여성이 정부 수반이 된 것이 이상하다”며 “나는 이것이 잘 받아들여질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떤 이들은 국왕의 선택이었기 때문에 그 결정을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모로코는 입헌군주제 국가로 보수적이고 종교적인 관점이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여성 총리를 환영하는 여론도 상당하다. 모로코에서 가장 민감한 성평등 쟁점은 불합리한 상속 제도를 포함해 결혼과 이혼, 양육권 등을 규율하는 가족법 ‘무다와나’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다. 여성 총리가 임명된 뒤 후진적 가족법을 개정할 것이란 기대감이 모로코 시민사회에서 나오고 있다.

현행 무다와나에 따르면, 딸은 아들이 받는 몫의 절반을 상속받는다. 외동딸의 경우에도 먼 친척 남성과 상속 재산을 나눠야 한다. 모로코 국가인권위원회는 2022년 보고서에서 불평등한 상속 제도가 여성의 빈곤에 기여한다고 밝혔다. 현행 가족법 하에서는 특정 조건 하에서 일부다처제도 합법이다. 모로코 시민사회는 결혼, 이혼, 양육권 등을 다루는 모로코 가족법인 ‘무다와나’를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만 엘 만수르 총리는 상속이나 일부다처제가 논란이 되던 시기에 무다와나 개정에 대해 뚜렷한 발언을 한 적은 없다.

지난달 29일 무함마드 6세 국왕에 의해 총리로 지명된 엘 만수리 총리는 임명 후 티브이 연설에서 “진정으로 역사적인 일”이라며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이 정부를 이끄는 책임을 맡게 된 것은 저뿐 아니라 이 왕국의 모든 여성들에게 자랑스런 일”이라고 말했다.

변호사 출신 50살 여성인 엘 만수리 총리는 33살 나이에 여성 최초로 모로코 주요 도시인 마라케시 시장에 당선됐다. 이후 ‘진정성과현대당’(PAM) 의장 등을 지내며 20년간 정부 요직과 국회의원 등을 역임했다. 지난 5년 간은 전 총리의 정권에서 주택과 도시 정책을 담당하는 국토계획부 장관을 역임했다. 지난달 23일 치러진 총선에서 ‘진정성과현대당’이 승리하며 제1당이 된 뒤 세 정당과 연정을 구성해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 입헌군주제인 모로코는 국왕이 총선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얻은 정당의 대표를 총리직에 임명한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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