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서재] 『이기적 양육자』, 사랑이라는 이름의 불안을 멈추다

장선영 기자 2026. 10. 20.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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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성취로 자신을 증명하려는 부모에게… 불안의 대물림을 끊고 각자의 삶을 되찾는 양육
사진제공=출판사

[한국독서교육신문 장선영 기자]

아이가 수학 문제 하나를 틀렸다. 그런데 부모의 마음은 그 자리에 머물지 못한다. 기초가 부족한 것은 아닌지, 성적이 떨어지지는 않을지,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하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 이어진다. 아이는 눈앞의 문제를 풀고 있지만, 부모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실패를 보고 있다. 설명은 길어지고 목소리는 높아진다. 아이를 돕고 싶었던 마음이 어느새 아이를 다그치는 말로 바뀌는 순간이다.

김성곤의 『이기적 양육자』(더디퍼런스)는 이러한 장면에 숨어 있는 부모의 불안을 들여다본다. 부제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불안'이다. 교육 현장에서 학생과 학부모를 상담해 온 저자는 아이를 위해 애쓴다는 확신 속에 부모 자신의 두려움과 인정 욕구가 섞여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책은 부모의 헌신을 무조건 칭송하거나 비난하기에 앞서, 그 헌신이 어디에서 시작돼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 묻는다.

부모가 되기 전부터 배워 온 불안

저자는 특히 1980~1990년대생 부모들이 성장한 사회적 환경에 주목한다. 성적과 학벌, 취업과 경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고 배운 세대에게 뒤처짐은 쉽게 견딜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계획을 세우고 성과를 관리하며 살아온 방식이 양육에서도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부모의 불안을 개인의 예민함이나 부족한 의지로만 해석하지 않도록 돕는다. 아이의 성적표 앞에서 마음이 무너지는 반응에는 부모 자신이 오랫동안 경험한 경쟁과 평가의 기억이 얽혀 있을 수 있다.

다만 그 배경을 이해하는 일이 양육의 책임을 없애 주지는 않는다. 책 역시 부모가 불안을 갖게 된 사정과 그 불안이 아이에게 전달되는 문제를 함께 다룬다. 자신을 탓하는 데 머물지 않으면서도, 아이에게 반복하고 있는 말과 행동은 돌아봐야 한다는 요청이다.

아이는 누구를 위해 달리고 있는가

책이 날카롭게 짚는 대목은 아이의 성취가 부모의 자존감을 떠받치는 상황이다. 아이가 높은 점수를 받았을 때 기쁜 마음에는 아이에 대한 축하뿐 아니라 자신의 선택과 뒷바라지가 옳았다는 안도감이 섞일 수 있다. 반대로 아이가 실패하면 부모 자신이 평가에서 탈락한 듯 느끼기도 한다.

저자는 이때 아이가 부모의 기대와 미완성 과제를 대신 수행하는 위치에 놓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부모가 자신의 삶을 모두 걸었다고 말할수록 아이에게는 그 희생에 보답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길 수 있다. 겉으로는 성실하게 공부하더라도 무엇을 좋아하고 왜 배우는지 스스로 생각할 여유는 줄어드는 것이다.

문제는 정성의 양보다 관계의 방향에 있다. 충분한 지원을 받는 아이도 자신의 선택이 존중되지 않는다고 느낄 수 있다. 부모의 헌신이 아이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지 살피려면, 얼마나 많이 해주었는가와 함께 아이가 무엇을 직접 해보고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정보가 늘어날수록 아이가 보이지 않는 이유

육아 정보를 찾는 행동 역시 책에서는 다른 의미로 읽힌다. 부모는 더 나은 결정을 위해 검색하지만, 때로는 이미 내린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얻으려고 정보를 확인한다. 새로운 교육법과 성공 사례를 접할수록 해야 할 일은 늘고 마음은 더 급해진다.

이 과정에서 아이와 나누는 대화도 달라진다. 무엇이 궁금했는지보다 어디까지 배웠는지, 어떤 일이 즐거웠는지보다 몇 점을 받았는지를 먼저 묻게 된다. 아이의 하루를 자세히 점검하면서도 정작 그 하루를 살아낸 아이의 마음은 놓칠 수 있다.

책은 성과를 확인하는 관심과 한 사람을 이해하려는 관심 사이의 차이를 드러낸다. 아이를 안다는 것은 점수와 진도를 파악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어려운 문제 앞에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실패한 뒤 무엇을 느꼈는지 들을 때 아이의 경험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자기다움을 지키는 기다림

저자는 AGI 시대를 살아갈 아이에게 부모 세대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적용하는 양육에도 질문을 던진다. 기술과 사회가 달라지는 상황에서 익숙한 경로를 더 빨리 따라가도록 재촉하는 것만으로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책은 아이가 자신의 관심을 발견하고, 선택하며, 실패한 뒤 다시 시도할 힘에 무게를 둔다.

여기에서 기다림은 중요한 양육의 태도가 된다. 아이가 오래 고민한다고 곧바로 답을 알려주거나, 서툴다는 이유로 대신 처리하면 스스로 알아가는 과정이 끊길 수 있다. 부모에게는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시간이 아이에게는 자기 방식으로 이해하고 익히는 시간일 수 있다.

물론 모든 개입이 해로운 것은 아니다. 아이의 나이와 상황에 따라 설명과 안내, 분명한 생활의 기준은 필요하다. 책이 제안하는 기다림도 이런 맥락에서 읽을 필요가 있다. 도움을 거두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해볼 수 있는 몫을 남겨두고, 필요한 순간에 곁을 지키는 일이다.

부모에게도 자기 삶이 필요하다

이 책의 제안은 아이를 대하는 기술을 바꾸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부모가 자신의 삶을 되찾는 문제로 이어진다. 자녀의 성취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유일한 수단이 되면 아이의 작은 흔들림도 크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부모에게도 관심사와 관계, 배움과 휴식이 필요하다.

후반부에 담긴 저자의 고백은 이 주제를 더욱 가깝게 만든다. 자율성을 강조해 온 자신도 자녀의 성적 앞에서는 불안해졌고, 아이의 방황을 지켜보는 일이 두려웠다고 털어놓는다. 양육의 원리를 아는 것과 실제 관계에서 실천하는 것 사이의 간격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독자는 그 고백을 통해 변화가 완벽한 부모가 되는 일과 같지 않음을 생각하게 된다.

『이기적 양육자』는 강한 비유와 직설적인 문장으로 익숙한 헌신의 모습을 흔든다. 그 표현에 압도되기보다 자신의 일상에 비춰 읽을 때 책의 질문은 더욱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나는 아이의 어려움을 돕고 있는가, 아니면 내 불안을 빨리 잠재우려 하는가.' '아이의 선택이 내 기대와 달라도 그 이유를 들어볼 수 있는가.'

아이의 인생을 대신 완성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은 부모에게도 어려운 배움이다. 그럼에도 아이를 독립된 사람으로 바라보려는 노력, 부모 자신도 성취만으로 평가하지 않으려는 연습이 필요하다. 책은 그 두 가지 변화가 함께 시작될 때 부모와 아이 모두 자기 삶을 살아갈 여지가 생긴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