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3세, 가택연금 중 수치에 책 선물···미얀마 정권 ‘보여주기’ 비판도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미얀마 정권에 의해 가택 연금 중인 아웅산 수치(81) 전 국가고문에게 책을 선물했다.
20일(현지시간) 미얀마 대통령실은 성명을 내고 전날 오전 미얀마 내무부 관계자들이 수도 네피도의 수치 전 고문이 가택 연금된 장소를 찾아 찰스 국왕이 보낸 책 2권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수치 전 고문이 받은 책은 흙과 인간이 먹는 음식의 관계를 다룬 <더 랜드 가드너스: 소일 투 테이블(The Land Gardeners: Soil to Table)>, 지난해 런던에서 열린 환경 전시회 도록 <소일: 더 월드 앳 아워 피트(Soil: The World at Our Feet)>이다. 찰스 국왕은 평소 정원 가꾸기와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수치 전 고문이 2017년 영국을 방문했을 때 만난 인연이 있다.
수치 전 고문은 두 권의 책 외에도 찰스 국왕의 외교 서한을 함께 전달받았다. 서한은 봉인된 상태였으며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내무부가 이례적으로 공개한 사진에는 연녹색의 미얀마 전통 의상을 입은 수치 전 고문이 내무부 관계자로 보이는 남성 두 명과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대화하는 모습이 담겼다. 수치 전 고문의 근황이 공개된 것은 지난 8월 아르노 드 베크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미얀마 상주대표와 면담한 이후 처음이다.
미얀마 독립 영웅 아웅산 장군의 딸인 수치 전 고문은 2015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며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그러나 2021년 2월 군사 쿠데타 이후 체포돼 부정선거·부패 등 혐의로 징역 33년형을 선고받았다. 5년간 수감 생활을 하다 지난 6월부터 가택 연금으로 전환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책 전달과 사진 공개가 미얀마 정부의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한 ‘보여주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4월 군사정권에서 민간 정부로 간판을 바꿔 단 미얀마 정권이 쿠데타 이후 단절된 국제사회와의 관계 개선을 꾀하고 있다고 짚었다.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을 지내며 쿠데타를 이끈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대통령은 로힝야족 대량 살해 등 인권 침해와 관련해 국제사회 제재를 받고 있다.
런던에 거주하며 수치 전 고문의 석방 운동을 벌여온 아들 킴 아리스는 찰스 국왕의 선물을 환영하면서도 군정이 선물 전달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성명을 내고 “어머니의 기본 인권은 여전히 침해되고 있다”며 “군사정권이 선별적 정보 공개를 통해 정상적인 상황이라는 환상을 만들거나 국제적 정당성을 확보하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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