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어떻게 '나'를 만들고 바꾸나…허쉬만 리슨의 60년 탐구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현대인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오가며 여러 모습의 '나'로 살아간다. 본캐(본래 캐릭터)와 부캐(부가 캐릭터)를 넘나드는 일이 익숙해진 데다 인공지능(AI)과 유전자 편집 기술까지 등장하면서 '나'라는 존재의 경계도 흔들리고 있다.
관람객은 작품을 통해 기술이 자아의 경계를 어떻게 바꾸는지 살펴보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신체와 생물학적 정체성, 나아가 시간에 대한 관념을 어떻게 바꾸는지 탐구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첫 미술관 개인전…영상·설치·영화 등 200여 점 선보여
서울시립미술관서 21일 개막…"여러 '나'들 만나보길"
![인간과 기계의 공존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20일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린 허쉬만 리슨:나의 [나]들' 아시아 첫 미술관 개인전 프레스투어에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는 오는 21일부터 2027년 2월 21일까지 개최한다. 2026.10.20 ondol@yna.co.kr](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10/20/yonhap/20261020144037696zadr.jpg)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현대인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오가며 여러 모습의 '나'로 살아간다. 본캐(본래 캐릭터)와 부캐(부가 캐릭터)를 넘나드는 일이 익숙해진 데다 인공지능(AI)과 유전자 편집 기술까지 등장하면서 '나'라는 존재의 경계도 흔들리고 있다.
미국의 원로 여성 미디어 아티스트 린 허쉬만 리슨(85)은 1960년대부터 기술을 매개로 변화하는 정체성을 탐구해 왔다. 비디오와 인터넷, AI 등 새로운 기술을 예술에 끌어들여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질문했다.
21일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개막하는 '린 허쉬만 리슨: 나의 [나]들'은 작가의 아시아 최초 미술관 개인전이다. 드로잉과 회화, 사진, 조각, 미디어 설치, 영상과 영화 등 200여 점을 통해 60여년간 이어진 작업 세계를 조망한다.
작가는 신체와 기계의 결합에서 출발해 미디어와 네트워크, AI와 생명공학으로 탐구 영역을 넓혔다. 전시 제목은 기술 환경에서 복제되고 재구성되는 여러 자아를 뜻한다. 관람객은 작품을 통해 기술이 자아의 경계를 어떻게 바꾸는지 살펴보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가상 인물을 통해 짚어보는 사회의 경계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20일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린 허쉬만 리슨:나의 [나]들' 아시아 첫 미술관 개인전 프레스투어에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는 오는 21일부터 2027년 2월 21일까지 개최한다. 2026.10.20 ondol@yna.co.kr](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10/20/yonhap/20261020144037849frwk.jpg)
1973년부터 1978년까지 이어진 '로베르타 브라이트모어' 프로젝트는 정체성이 사회적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작가는 가상의 여성 로베르타 브라이트모어를 창조해 그 명의로 은행 계좌를 개설하고 운전면허를 취득했으며 룸메이트를 구하는 광고도 냈다. 허구의 인물이 현실의 사회 시스템 안에서 살아가도록 한 것이다.
처음에는 작가가 직접 로베르타 역할을 맡았지만,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신변의 위협을 느끼기도 했다. 가상 인물이 오히려 작가의 현실에 영향을 미친 셈이다.
작가는 1978년 이탈리아에서 퇴마 의식을 진행해 로베르타를 물과 불, 공기와 흙으로 해체하며 프로젝트를 끝냈다. 전시장에서는 관련 영상과 아카이브 등을 볼 수 있다.
![린 허쉬만 리슨 작 '로나'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10/20/yonhap/20261020144038024hjkw.jpg)
기술을 통한 경험의 확장은 '로나'(1979∼1984년작)에서도 나타난다.
광장공포증 때문에 전화와 TV로만 세상과 소통하는 가상의 인물 로나가 주인공이다. 관람객은 리모컨으로 로나의 행동과 상황을 선택하며 이야기를 이끈다. 관람객 선택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져 롤플레잉 게임과 비슷하다.
36개 시퀀스를 거쳐 로나가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하거나 TV를 향해 총을 쏘는 등 여러 결말을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스크린으로만 세상과 만나는 현대인의 고립을 드러내며, 미디어가 소통의 통로인 동시에 감시와 통제의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짚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어 자막을 제공한다.
![린 허쉬만 리슨 작 '에이전트 루비'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10/20/yonhap/20261020144038212phxl.jpg)
1998∼2002년 만든 '에이전트 루비'는 작가의 관심이 AI로 확장한 사례다.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의 의뢰로 제작된 웹 기반 챗봇으로, 작가의 영화 '테크노러스트'에 등장하는 사이보그 복제인간 루비를 바탕으로 했다. 화면 속 루비는 대화 내용에 따라 눈썹을 찌푸리거나 입을 삐죽이는 등 표정을 바꾼다.
사람과 기계가 대화를 통해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오늘날의 AI처럼 매끄럽게 대화하진 못하지만, 작가의 문제의식은 AI가 일상이 된 지금도 유효하다.
![린 허쉬만 리슨, '편집된 미래'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20일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린 허쉬만 리슨:나의 [나]들' 아시아 첫 미술관 개인전 프레스투어에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는 오는 21일부터 2027년 2월 21일까지 개최한다. 2026.10.20 ondol@yna.co.kr](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10/20/yonhap/20261020144038372atlo.jpg)
2010년 이후 작가의 관심은 생명과학과 유전공학으로 확장된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신체와 생물학적 정체성, 나아가 시간에 대한 관념을 어떻게 바꾸는지 탐구한다.
'8번 방'은 스위스 제약회사 노바티스와 협업해 제작한 '린 허쉬만 항체'를 소개한다. 작가의 이름을 이루는 알파벳을 아미노산 배열과 연결해 항체로 만든 작품이다. 자신의 이름을 생물학적 물질로 바꾼 것으로, 정체성에 대한 작가의 탐구가 신체 내부의 생명 현상으로까지 확장됐음을 보여준다.
작품명에 등장하는 숫자 8은 무한대를 상징하는 기호 '∞'를 세로로 세운 모양이다. 이는 생명을 연장하고자 하는 현대인의 욕망을 연상시킨다.
![린 허쉬만 리슨 작가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10/20/yonhap/20261020144038518wwbx.jpg)
허쉬만 리슨은 영화감독으로도 활동하며 장편영화 '에이다 러브레이스'와 틸다 스윈턴 주연의 SF 영화 '테크노러스트', 여성 미술가들의 역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여성 예술 혁명: 감춰진 역사' 등을 연출했다. '테크노러스트'는 2002년 햄프턴국제영화제에서 글쓰기·연출상을 받았고, '!여성 예술 혁명: 감춰진 역사'는 토론토·선댄스·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다.
1999년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황금 니카상과 2009년 구겐하임 펠로십을 받았으며, 2022년 베네치아비엔날레에서는 '로직 패럴라이즈스 더 하트'로 심사위원 특별언급을 수상했다.
건강 문제로 한국을 찾지 못한 작가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이번 전시가 지금의 내 모습에 이르기까지 형성된 여러 '나'들을 만나고,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2월 21일까지.
![린 허쉬만 리슨 아시아 첫 미술관 개인전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20일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린 허쉬만 리슨:나의 [나]들' 아시아 첫 미술관 개인전 프레스투어에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는 오는 21일부터 2027년 2월 21일까지 개최한다. 2026.10.20 ondol@yna.co.kr](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10/20/yonhap/20261020144038743yymm.jpg)
laecorp@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네덜란드 첫 게이 총리, 아빠 된다…내년 대리모 통해 출산 | 연합뉴스
- 근거없는 김정은 사망설 해외SNS 유포…온라인 한때 '시끌' | 연합뉴스
- 공소청, '대마 흡입 혐의' 40대 래퍼 불구속 기소 | 연합뉴스
- '케데헌' 이재, 외조부 신영균 옛 자택서 깜짝 결혼 | 연합뉴스
- 음주운전하다 오토바이 충돌…개그맨 이혁재 공소청 송치 | 연합뉴스
- 남아공 해변서 수영하던 여성, 상어에 물려 사망 | 연합뉴스
- 전설적 여성 비행사 실종 다시 미궁…외딴섬 잔해 알고보니 나무 | 연합뉴스
- 20여년 함께한 직원이 아들로…세라젬의 이례적 '양자 승계' | 연합뉴스
- '앞집이 한강 조망권 침해' 이중근 부영 회장 항고 기각 | 연합뉴스
- "가시내" 한 마디에…통닭집 사장 폭행한 계란집 주인 벌금형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