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퍼진 김정은 사망설…어디까지 믿을 수 있나

2026. 10. 20.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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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팩트체크] 김정은 뇌출혈 사망·중국군 9000명 파병설까지 확산
과거 합성사진 유포로 허위 판정…시진핑 실각설도 반복
북한 리설주, 딸 김주애와 함께 전시회 방문 사진 공개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반체제 인사 셰완쥔이 19일 자신의 X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뇌출혈로 사망했다는 주장을 올렸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같은 질병을 앓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이를 뒷받침할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셰완쥔 X 갈무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뇌출혈로 사망했다는 소문이 다시 확산됐다. 이번 사망설의 진원지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반체제 인사 셰완쥔(謝萬軍·Xie Wanjun)이다. 중국민주당 주석을 자처하는 그는 김 위원장이 뇌출혈로 숨졌으며, 중국군 9000명이 북한에 파견됐다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북한이 김 위원장의 활동 사진을 공개하자 이번에는 과거 사진을 재활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과거 발언을 살펴보면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사실처럼 유포했다가 허위로 판명된 사례가 발견된다.

그러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은 20일 김 위원장이 전날 평양에서 열린 ‘전국피복 및 신발전시회-2026’을 참관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김 위원장이 딸 김주애, 부인 리설주와 함께 의류와 신발을 살펴보는 모습이 담겼다. 김 위원장이 직접 여성용 외투를 만지거나 어린이용 신발을 들여다보는 장면도 공개됐다.

사진이 공개되기 전인 18일부터 해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김 위원장의 사망설이 퍼졌다. 셰완쥔은 X(옛 트위터)에 김 위원장이 심각한 뇌출혈로 혼수상태에 빠졌으며, 북한의 의료시설로는 치료하기 어려워 중국에 지원을 요청했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중국 베이징협화병원 의료진이 17일 북한으로 파견됐고, 김 위원장이 베이징으로 이송돼 치료받았으나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시신은 북한으로 은밀하게 운구됐으며 사망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주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셰완쥔은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권력을 장악했으며, 중국군 9000명이 북한의 권력 승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내전에 대비해 평양으로 파견됐다고 주장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북부전구에 비상경계령이 내려졌다는 구체적인 설명도 제시했다.

영국 대중지 더선과 미국 뉴욕포스트 등이 19일 관련 주장을 소개하면서 사망설은 국제적으로 확산됐다. 인도 경제지 이코노믹타임스도 셰완쥔의 주장을 보도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다음 달 중국 선전 APEC 정상회의 계기와 김 위원장과의 만남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나도 잘 모르겠다. 회담을 제안받았는지도 확실치 않다”고 하면서 일파만파로 번졌다.

영국 대중지 더선이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뇌출혈로 중국 병원에 긴급 이송됐다는 소문을 소개한 기사. 더선은 소셜미디어에서 확산된 미확인 주장을 인용하면서 제목에도 ‘소문에 따르면(rumours claim)’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더선 홈페이지 갈무리

북한 매체가 20일 공개한 사진은 셰완쥔의 주장과 충돌한다. 그는 같은 날 X에서 북한 당국이 김 위원장의 생전 사진을 자료실에서 꺼내 공개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과거 자료를 편집해 김 위원장의 사망설을 반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이 과거에 촬영됐다는 근거나 동일한 사진이 이전에 공개된 사례는 제시하지 않았다.

셰완쥔은 이런 방식이 중국 공산당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건강 이상과 실각 사실을 감추기 위해 활용해온 수법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시 주석은 2022년 뇌졸중으로 권력을 잃었으며, 장유샤 당시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실권을 장악했다. 중국 당국은 이후 시 주석의 대역을 공개행사에 내보내고 과거 사진과 영상을 편집해 권력 상실을 은폐했다는 것이다.

이 설명에는 연대부터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셰완쥔은 2022년 중국 공산당 2중전회 이후의 사건이라고 서술했지만 제20기 중앙위원회 2차 전체회의는 2023년 2월 26일부터 28일까지 개최됐다.

그가 언급한 장유샤와 류전리 중앙군사위원회 연합참모부 참모장의 조사 자체는 실제로 발표된 사건이다. 중국 국방부는 올해 1월 24일 두 사람이 심각한 기율 및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셰완쥔은 이 사건을 시 주석의 권력 탈환이라는 자신의 주장과 연결했다. 시 주석이 수년간 권력을 잃었거나 대역이 활동했다는 객관적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셰완쥔은 어떤 인물일까.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2000년 보고서에 따르면 그는 1998년 9월 다른 민주화운동가와 함께 중국 산둥성 당국에 중국민주당 지방조직 등록을 신청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중국의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 중국민주당은 1998년 결성된 반체제 정치조직으로, 중국 당국의 탄압을 받은 뒤 해외에서 여러 조직으로 갈라졌다. 셰완쥔이 사용하는 중국민주당 주석이라는 직함을 중국 반체제 민주화운동 전체의 대표직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의 정보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할 만한 기록도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024년 7월 31일 시진핑이 중국 공산당 3중전회에서 다른 인물들에게 부축당해 끌려 나갔다는 사진을 검증했다. 해당 사진을 X에 유포한 계정 가운데 하나가 셰완쥔이었다.

검증 결과 사진은 시 주석이 실제로 끌려 나가는 장면이 아니었다. 풍자 콘텐츠 제작자가 2022년 후진타오 전 주석의 당대회 퇴장 장면을 바탕으로 제작한 합성사진이었다. 원 제작자는 사진에 풍자와 코미디라는 표시를 달았으며 실제 사건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RFA는 해당 사진을 이용한 주장을 허위로 판정했다.

셰완쥔은 올해 9월에도 시 주석이 인도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 도중 쓰러져 베이징의 군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고 주장했다. 인도 매체 인디아투데이는 9월 17일 해당 주장을 검증하면서 시 주석이 수행단과 함께 귀국했다는 중국 측 공식 발표와 셰완쥔의 설명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X에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없다는 취지의 커뮤니티 노트도 붙었다.

최근에는 러시아에서 발생한 폐페스트 의심 사건도 다뤘다. 셰완쥔은 10월 15일 러시아발 폐페스트 감염자가 중국의 12개 성·직할시·자치구에서 발견됐으며, 이미 대규모 확산이 시작돼 통제 불능 상태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러시아 이르쿠츠크의 방역 연구소 직원이 10월 2일 원인 미상의 폐렴으로 사망해 국제적인 우려가 제기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0월 1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러시아 당국의 검사 결과 관련 접촉자들에게서 고위험 병원체가 확인되지 않았고 추가 전파의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망 원인은 최종적으로 규명되지 않았다. 중국 일부 지역에서도 예방 차원의 방역 안내가 나왔으나, 중국 전역에 폐페스트가 대규모로 확산됐다는 셰완쥔의 주장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의 게시물에서 반복되는 표현은 중국어 ‘쥐촨(据传)’이다. ‘전해지는 말에 따르면’ 또는 ‘소문에 따르면’이라는 의미다. 구체적인 병원 이름과 군부대 규모, 권력 승계 시나리오까지 제시하지만 최초 정보 제공자가 누구인지, 어떤 경로로 내용을 확인했는지는 밝히지 않는다.

김정은 사망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4월 김 위원장이 한동안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건강 이상설과 사망설이 확산됐다. 당시 탈북민 출신 지성호 미래한국당 국회의원 당선인은 김 위원장의 사망을 99%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5월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사망설을 불식시켰다.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를 외부에서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북한 매체가 공개한 사진만으로 촬영 시점이나 건강 상태의 모든 의문을 해소하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공개된 사진이 과거 자료라는 주장까지 사실로 받아들일 근거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이번 사망설의 핵심은 정보를 최초로 유포한 사람의 신뢰성이다. 셰완쥔은 과거 허위로 판명된 사진을 사실처럼 유포했고, 시진핑의 실각과 건강 이상, 러시아발 전염병 확산 등 중대한 사안에 대해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반복해왔다. 이번에도 김정은 사망과 중국군 파병을 입증할 자료를 내놓지 못했다.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에 비춰보면 그의 김정은 사망설은 신뢰하기 어려운 미확인 정보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9일 ‘전국피복, 신발전시회-2026’을 찾아 딸 주애가 들어 보이는 분홍색 아동용 운동화를 살펴보고 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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