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살림 바꾼 이규호의 3년...승계 퍼즐은 미완

강준혁 기자 2026. 10. 20. 13:14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코오롱 승계 1순위 이규호, 지주사 지분 '제로'
이웅열 '조건부 승계' 원칙…경영 성과 지속성 관건
사업 리밸런싱선 성과…바이오 사업 여전히 시험대

이규호 코오롱그룹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지 3년 가까이 지나면서 사업 재편의 성과와 향후 승계 구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부회장은 그룹 내 분산된 사업 역량을 재배치하고 저수익 사업을 정비하는 한편, 우주·방산 등 신성장동력 발굴에 속도를 내며 경영 기반을 다져 왔다.

최근 주요 계열사에서 실적 반등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코오롱글로벌도 1분기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그룹 전반의 수익성이 안정적으로 회복됐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사업 재편의 효과가 지속적인 이익 창출과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향후 경영 능력과 승계 명분을 가늠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2023년 말 부회장 승진과 함께 지주사 ㈜코오롱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맡은 이후 그룹 사업 구조 재편을 주도하고 있다. 주력 사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동시에 우주·방산 등 미래 먹거리 육성에도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그래픽=박혜수 기자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두드러진 변화는 계열사 간 사업 역량을 재배치하고 지배 구조를 정비한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첨단복합소재 전문기업 코오롱스페이스웍스의 출범이다. 이 부회장은 2024년 그룹 내에 분산돼 있던 항공·우주·방산 역량을 한곳에 모아 코오롱스페이스웍스를 출범시켰다. 그룹이 보유한 기술력을 결집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미래 성장 기반을 마련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해에는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해 지배구조를 단순화했다. 당초 독립 상장을 통해 성장을 모색했던 자동차 유통사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지주사 중심의 경영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의사결정 구조를 간소화하고 저수익 사업을 정비하는 한편, 그룹 차원의 자원 배분과 신사업 추진에 힘을 싣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올해 들어서는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자회사 코오롱ENP의 합병을 마무리했다. 코오롱ENP는 폴리아세탈(POM), 컴파운드, 복합 소재 등 고기능성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생산해 자동차·의료 등 첨단 산업에 공급하는 소재 기업이다.

이번 합병에는 성장성이 둔화된 범용 화학소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고부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사업을 결합해 그룹 핵심 제조 계열사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담겼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앞서 지난 1월 글로텍 합병을 통해 에어백과 카시트부터 자동차 내장재까지 아우르는 자동차 소재·부품 포트폴리오도 확보했다. 잇따른 사업 재편을 통해 자동차 소재 분야의 사업 영역을 넓히고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수익구조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다.

사업 재편이 실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4조8734억원, 영업이익 108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0.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1.4% 감소했다. 외형을 유지했음에도 수익성은 악화한 셈이다. 그러나 올해 2분기에는 매출 1조3565억원, 영업이익 98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17.9% 증가했다. 산업자재와 화학 부문의 판매 확대, 운영 효율화 등이 실적 개선 배경으로 꼽힌다.

건설 계열사 코오롱글로벌에서도 반등 조짐이 확인됐다. 회사는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2조6845억원, 영업이익 39억원을 기록했다. 건설 경기 부진과 원가 부담에 시달렸지만, 올해 1분기에는 매출 6312억원과 영업이익 220억원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9.4% 증가했고 당기순이익도 109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원가율이 높은 현장을 정리하고 수익성 중심으로 수주 전략을 조정한 점, 레저·자산관리 부문의 합병 효과 등이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최근 실적 반등을 그룹 차원의 체질 개선 성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코오롱은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5조8861억원, 영업이익 605억원을 기록했지만 당기순손실은 2966억원에 달했다. 지주사 연결 실적에는 종속회사 실적이 반영되지만,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주요 계열사는 지분법 손익으로 반영돼 그룹 전반의 경영 성과를 온전히 보여주는 데 한계가 있다. 계열사별 실적 개선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를 안정적인 수익 창출로 연결하고 재무 건전성까지 높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미래 성장동력의 수익성을 입증하는 일도 과제다. 특히 그룹 바이오 사업은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다. 이웅열 명예회장이 25년간 공을 들여온 골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 'TG-C(옛 인보사)'는 미국 임상 3상에서 난관에 부딪혔다. 코오롱티슈진은 지난 7월 공개한 임상 3상 한 건의 결과에서 통증과 관절 기능을 평가하는 공동 1차 평가지표의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미국 상업화 일정의 불확실성이 커졌으며, 당초 10월로 예정했던 두 번째 임상 3상 결과 발표도 12월로 연기됐다. 두 번째 임상 결과와 후속 개발·허가 전략이 바이오 사업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지주사 지분 승계도 남은 과제다. 이웅열 명예회장은 ㈜코오롱 지분 약 50.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 명예회장은 2018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아들의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으면 주식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이 추진해 온 사업 재편과 신사업 육성의 성과는 단순한 경영 실적을 넘어 향후 지분 승계의 명분을 확보하는 데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결국 이 부회장에게 주어진 과제는 사업 구조를 정비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안정적인 수익 창출 능력을 입증하는 것이다. 주요 계열사의 실적 반등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그룹 전체의 재무 체력과 기업가치 개선으로 이어져야 경영 능력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사실상 차기 총수로 여겨지는 현재, 관건은 승계 여부보다 유의미한 성과를 통한 증명"이라며 "지난 3년이 그룹의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경영 기반을 다지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이를 안정적인 수익 창출과 기업가치 제고로 연결해야 하는 새로운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라고 짚었다.

강준혁 기자 junhuk210@newsway.co.kr

Copyright © 뉴스웨이.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