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금 조달·공급망 확대 시급한데…기업 해외 IPO 비상 [기업 해외상장 변수]

송하준 2026. 10. 20. 11: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금융당국이 SK하이닉스의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 상장 추진을 중복상장 규제에 저촉되는 사안으로 판단하면서 주요 기업들의 해외 자회사 상장 추진에도 거센 파장이 일고 있다.

기업으로선 해외 자회사 상장이 현지 사업 확대 및 자금조달 수단이라는 점에서 현 상황에 부담이 크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자회사 해외 증시 상장은 현지 공장 건설, 해외 기업 인수합병, 해외 우수 인력 확충, 해외 공급망 및 유통 채널 확장 등을 통해 자회사의 핵심 역량이 유의미하게 제고될 수 있다는 확신과 근거가 명확할 때 추진돼야, 그 당위성이 확보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 솔리다임 중복상장 규제 저촉 판단
보스턴다이내믹스·베어로보틱스 등 상장 추진
현지 사업 확대·자금조달 계획에서 변수 부담
기업도 ‘상장 당위성’ 적극 알려 시장 설득해야
주주보호·기업성장 균형 사이에서 보완책 필요
솔리다임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재 본사 모습. [솔리다임 홈페이지]

금융당국이 SK하이닉스의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 상장 추진을 중복상장 규제에 저촉되는 사안으로 판단하면서 주요 기업들의 해외 자회사 상장 추진에도 거센 파장이 일고 있다.

모회사 일반주주의 권익을 침해한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지만,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사업을 확장하고 투자 유치 등에 적극 나서야 할 업계 입장에선 자금 조달 창구 위축과 성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이미 해외 투자자들과 협의한 상장 절차에 변수가 생기면, 재무적 투자자(FI)의 투자금 회수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법적 분쟁으로도 번질 수 있다. 주주권익 보호 강화란 기조는 적극 이어가되 해외상장 규제 등 기업 중장기 성장 전략에 차질이 생길 방안엔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업 역시 자회사의 핵심 역량 제고 방안과 해외 상장 당위성 등을 적극 알려 시장을 설득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솔리다임 미국 증시 상장 추진과 관련,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모두 중복상장에 저촉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이번 판단에 시장이 주목하는 건 투자 유치와 사업 확장 차원에서 해외 증시 상장을 추진하거나 국내 대기업 계열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 매사추세츠주 소재 본사 모습. [보스턴다이내믹스 제공]

현재 현대자동차그룹은 미국 로봇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나스닥 상장을 검토 중이며, LG전자의 미국 로봇 자회사 베어로보틱스는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를 추진하고 있다. 두산그룹 미국 수소·연료전지 자회사 하이엑시엄은 지난달 외국계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CJ대한통운의 물류 자회사 다슬로지스틱스 역시 인도 증시 상장을 추진하며 현지 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상태다.

금융위와 한국거래소는 지난 8월 3일부터 중복상장 제도 개선안을 시행하고 있다. 국내 상장사의 자회사가 해외 증시에 상장하더라도 모회사 이사회는 일반주주 보호를 위한 5대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자회사 상장이 주주에게 미치는 영향 평가 ▷주주 보호 방안 마련 ▷주주 소통 또는 동의 여부 확인 ▷이사회 찬반 결의 및 자회사 통지 ▷관련 정보 공시 등이다.

모회사 이사회는 3인 이상으로 구성된 특별위원회의 심의·의결도 거쳐야 한다. 특별위원회는 독립이사가 위원장을 맡거나 전체 위원의 3분의 2 이상을 독립이사 또는 독립이사 자격요건을 충족하는 외부전문가로 구성해야 한다. 주주동의 표결을 거치지 않았다면 그 이유도 공시해야 한다.

기업별 상황에 따라 규제 적용 범위에도 차이가 있다. 모회사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자산 비중이 모두 10% 미만인 저비중 자회사는 주주동의 면제 대상이다. 다만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예상 기업가치를 고려해 중요 자회사로 인정되면 면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대차그룹의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저비중 자회사에 해당해 주주동의 면제 가능성이 거론된다.

규제 강화 이후 모회사 이사회가 주주가치 훼손을 우려, 자회사 해외 상장에 제동을 건 사례도 나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7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 관련 서류를 비공개로 제출했지만, 카카오 이사회는 지난달 22일 미국 증시 상장 추진에 반대하기로 결의했다. 특정 재무적 투자자(FI)의 지분 매각이 주된 목적인 만큼 카카오 일반주주에게 돌아갈 이익이 충분하지 않고, 순자산가치(NAV) 할인 확대 등 이해충돌 우려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기업으로선 해외 자회사 상장이 현지 사업 확대 및 자금조달 수단이라는 점에서 현 상황에 부담이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들과 협의한 상장 일정에 변수가 생기면 자금조달 계획은 물론 FI의 투자금 회수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관세 정책 등을 앞세워 한국 기업들의 현지 투자를 압박하는 상황도 부담 요인이다. 국내 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시설 확충과 사업 확대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해외 자회사 상장과 현지 투자 자금 확보 등도 이 같은 미 행정부의 압박과도 무관하지 않다.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을 통한 미국 낸드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의 마사히로 와카스기 선임 산업 애널리스트는 지난 15일 보고서에서 솔리다임이 미국 증시 상장을 통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자체 조달하면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등 핵심 사업 투자 여력이 확대될 것으로 분석했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자회사 해외 증시 상장은 현지 공장 건설, 해외 기업 인수합병, 해외 우수 인력 확충, 해외 공급망 및 유통 채널 확장 등을 통해 자회사의 핵심 역량이 유의미하게 제고될 수 있다는 확신과 근거가 명확할 때 추진돼야, 그 당위성이 확보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하준 기자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