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증시] 빚으로 쌓은 탑, 빚으로 무너지다… 개미 무덤 된 코스피

박지윤 기자 2026. 10. 2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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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으로 쌓아 올린 코스피 탑이 결국 빚 때문에 무너지고 있다. 증시 상승기 신용융자와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타고 막차를 탄 개인투자자들이 급락장을 맞아 연쇄 강제 청산(반대매매) 위기에 몰렸다.

글로벌 IB 씨티는 지난 7월 말 보고서를 통해 국내 개인 투자자가 레버리지 ETF로 입은 누적 손실액을 약 56조3000억원으로 추산했다.

국내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기본예탁금 상향 효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전체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약화됐다"면서도 "하지만 이 같은 효과가 나타난 시점은 이미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불어날 대로 불어난 뒤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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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 만에 두 배 오른 뒤 넉 달 새 40% 급락
‘5000피’ 이후 막차 탄 개인, 반대매매에 실탄도 바닥
일러스트 = 챗GPT 달리

빚으로 쌓아 올린 코스피 탑이 결국 빚 때문에 무너지고 있다. 증시 상승기 신용융자와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타고 막차를 탄 개인투자자들이 급락장을 맞아 연쇄 강제 청산(반대매매) 위기에 몰렸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지난 2일부터 15일까지 7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20.7% 폭락했다. 특히 15일 종가(5554.22)는 지난 6월 22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9114.55)와 비교해 39.1%나 빠진 수치다.

◇ 레버리지 ETF 개인 손실 56조… 손실 중에도 ‘물타기’

글로벌 IB 씨티는 지난 7월 말 보고서를 통해 국내 개인 투자자가 레버리지 ETF로 입은 누적 손실액을 약 56조3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 ETF에 담긴 투자금 평가액은 6월 22일 76조3700억원에서 불과 한 달 만에 27조64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주가가 하락하는 동안에도 개인은 약 9조원을 새로 쏟아부었고, 이 자금마저 손실에 합쳐졌다.

손실이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와중에도 하락장에서의 ‘물타기’ 매수가 이어졌던 셈이다. 손실을 키운 결정타로는 5월 27일 상장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꼽혔다. 상장된 16개 상품의 시가총액은 한 달 만에 4조4000억원에서 16조5000억원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2배 레버리지 구조 특성상 하락장이 오자 손실 폭 역시 두 배로 가파르게 확대됐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사실상 개인들의 ‘투기판’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비등해지자 당국도 뒤늦게 고위험 상품에 대한 진입 장벽 강화에 나섰다. 금융 당국은 7월말 기본예탁금을 기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예탁금 상향 조치 이후 이달 일평균 거래 대금은 7월 대비 95.5% 급감했다.

국내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기본예탁금 상향 효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전체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약화됐다”면서도 “하지만 이 같은 효과가 나타난 시점은 이미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불어날 대로 불어난 뒤였다”고 지적했다.

◇ 2008년 금융위기보다 빠른 폭등과 급락

이번 급락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해 상승과 하락 속도가 모두 월등히 빠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스피는 지난해 10월 27일 처음 4000선을 넘은 뒤 7개월 만에 두 배인 8228.70에 마감했다. 2007년 코스피가 약 10개월에 걸쳐 50%가량 올라 그해 11월 장중 2085.45로 고점을 찍었던 것과 대비된다.

하락 속도 역시 파괴적이었다. 2008년에는 고점에서 장중 저점(892.16)까지 57.2% 떨어지는 데 약 11개월이 걸렸지만, 이번에는 6월 19일 장중 고점(9385.59)에서 이달 15일 장중 저점(5450.81)까지 41.9% 떨어지는 데 불과 넉 달이 걸렸다. 7월 한 달 낙폭(22.2%)은 2008년 10월(23.1%) 수준에 육박한다.

문제는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코스피 5000선 돌파 이후 본격적으로 몰렸다는 점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5월 한 달 동안에만 2조3096억원 늘어 29일 사상 처음 38조원을 넘어섰고, 6월 24일 38조6328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개인은 5월에만 35조943억원을 순매수했다. 지수가 고점에 다다랐을 때 빚을 가장 많이 낸 것이다.

결국 이달 급락장에서는 연쇄 강제 청산이 쏟아져 나왔다.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반대매매 금액은 3339억원으로 9거래일 만에 8월과 9월 한 달 수치를 각각 넘어섰다. 신용융자 잔고는 12일 이후 나흘 새 2조원 넘게 줄었다. 하지만 고점 이후 신용융자 감소율은 16.5%로, 같은 기간 지수 하락률(33.1%)의 절반 수준에 그쳐 여전히 잠재적 매물 부담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반대매매보다 더 큰 위험 요소로 ‘매수 공백’을 꼽는다. 다른 국내 자산운용업계 관계자 B씨는 “7월에 반대매매가 한 차례 쓰나미처럼 몰아닥쳤던 터라 지금은 신용 반대매매로 인한 급락보다는 개인의 매수세 자체가 실종된 것이 문제”라고 짚었다.

실제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도 빠르게 증발하고 있다. 투자자 예탁금은 이달 15일 기준 96조9121억원으로 지난 6월 4일 최고치(139조6948억원) 대비 42조7827억원(30.6%) 줄었다. 코스피가 처음 5000선으로 마감했던 1월 27일(100조2826억원)보다도 적은 수치다. ’5000피' 이후 불어났던 대기 자금이 모두 증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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