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中 AI, 실리콘밸리 이어 판교 개발 현장도 파고들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중국산 인공지능(AI) 모델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이어 한국의 AI 개발 현장에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미국 주요 기술기업들이 중국 AI 모델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개발하는 가운데 한국 개발자들이 새로 공개한 AI 모델 산출물에서도 중국 기술을 기반으로 한 비중이 3년 새 1%대에서 49%까지 높아졌다.
20일 최성진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연구진이 펴낸 '중국 인공지능은 한국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8월 한국 계정이 AI 모델 공유 플랫폼 허깅페이스에 새로 공개한 생성형 언어모델 산출물 가운데 중국 모델 기반 비중은 49.3%로 집계됐다.
미국 AI 코딩 스타트업 커서는 지난 3월 자체 코딩 모델 '컴포저 2'를 공개했지만 중국 문샷AI의 '키미 K2.5'를 기반으로 개발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모델 다운로드 41%가 중국산
韓 신규 AI 산출물 중국 기반 49%
美 스타트업 200곳 규제 반대까지
![[표=챗GPT]](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10/20/mk/20261020110305872wjed.png)
20일 최성진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연구진이 펴낸 ‘중국 인공지능은 한국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8월 한국 계정이 AI 모델 공유 플랫폼 허깅페이스에 새로 공개한 생성형 언어모델 산출물 가운데 중국 모델 기반 비중은 49.3%로 집계됐다. 미국계 모델 기반 비중인 35.9%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이 보고서는 록브리지네트워크 코리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중국 모델의 비중은 2023년 1.2%에서 2024년 7.2%, 지난해 22.0%로 높아진 데 이어 올해 49.3%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계 모델의 비중은 79.5%에서 35.9%로 낮아졌다. 이번 연구는 한국어 태그와 검색어 등으로 확인한 한국 계정 1993개가 공개한 AI 모델 산출물 7939건을 분석한 결과다. 최 교수는 “허깅페이스에서는 모델을 공개한 사람이 개인 개발자인지, 스타트업이나 기업 소속인지 정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라며 “한국 개발자를 찾는 것 자체가 어려워 연구팀이 파이썬으로 별도의 분석 프로그램을 만들어 한국과 관련된 단서를 찾아 전수조사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개발 현장에서 확산을 주도하는 모델은 중국 알리바바의 큐원이다. 올해 국내 계정이 공개한 신규 산출물 1845건 가운데 큐원 기반은 864건으로 46.8%를 차지했다. 구글의 젬마(14.7%)와 메타의 라마(13.8%)를 크게 앞섰다. 큐원을 기반으로 산출물을 공개한 계정도 167개에 달했다. 반면 지난해 중국 AI 돌풍의 상징이었던 딥시크 기반은 19건으로 1.0%에 그쳤다. 국내 모델 가운데서는 LG AI연구원의 엑사원이 9.3%로 가장 높았다.
최 교수는 큐원의 확산 배경으로 개발 편의성과 ‘규모의 경제’를 꼽았다. 그는 “개발자들은 이미 이용자가 많고 관련 자료가 풍부한 모델로 몰리는 경향이 있다”며 “큐원은 다양한 크기의 모델을 선택할 수 있고 개발자가 사용하기 편리하게 만들어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국 기업들이 후발주자인 만큼 개발자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모델과 도구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며 “이용자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관련 자료와 개발 사례가 더 많이 쌓이면서 사용자가 다시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큐원은 소형부터 초대형까지 다양한 크기의 모델을 제공하고 119개 언어를 학습해 활용 범위가 넓다. 가격 경쟁력도 크다. 비슷한 성능의 최상위 모델끼리 비교했을 때 중국 모델의 출력 단가는 미국 모델의 약 34분의 1 수준이다. 동일한 성능 평가를 수행하는 데 드는 전체 비용으로 비교해도 약 4배 저렴했다.
반면 국내 소비자 시장에서는 중국 AI의 존재감이 크지 않다. 지난해 1월 국내 앱스토어 다운로드 1위에 올랐던 딥시크는 개인정보 보호 논란과 정부·기업의 접속 차단 등이 이어지면서 2주 만에 일간 이용자가 60% 감소했다. 올해 7월 기준 국내 AI 챗봇 앱 이용자 상위 10위 안에도 중국계 서비스는 없었다.
기업 설문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국내 중소·중견기업 102곳을 대상으로 중국계 AI 서비스를 업무에 사용하는지 물었을 때 현재 이용 중이라고 답한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중국 모델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데이터 유출 우려가 80.2%로 가장 높았다. 개인정보 처리의 불투명성은 67.7%였으며 성능과 품질에 대한 우려는 31.3%에 그쳤다. 응답 기업의 45.1%는 큐원을 처음 들어봤다고 답했다.
다만 최 교수는 이러한 설문 결과를 국내 기업들이 중국 AI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 설문에는 개발 업무와 관계없는 임직원도 포함돼 있어 실제 회사에서 어떤 모델을 사용하는지 모를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 AI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사용 사실을 드러내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 AI 모델의 확산이 곧바로 데이터 유출 위험 증가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개발자가 모델을 직접 내려받아 자체 서버에서 운영하는 방식과 중국 기업이 제공하는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은 데이터 처리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중국 모델 자체에 대한 편견을 갖고 접근할 필요는 없다”며 “우려하는 것은 특정 국가의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큐원이라는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지만 개발 현장에서는 이미 상당히 깊숙이 들어와 있다”며 “미국에서도 중국 모델의 사용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과 일치하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중국 AI 모델의 사용을 일률적으로 금지하기보다 기업이 어떤 기반 모델을 사용하는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보안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특정 국가의 모델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라이선스 조건 변경이나 후속 모델 공개 중단에 따라 개발 환경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국산 AI 모델이 개발 현장에서 선택받으려면 성능뿐 아니라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 다양한 모델 크기, 추가 학습에 필요한 도구와 사례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모델의 성능 경쟁을 넘어 개발자들이 실제로 선택하고 활용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다.
중국 모델의 확산은 실리콘밸리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허깅페이스가 올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년간 플랫폼 내 모델 다운로드의 41%를 중국 모델이 차지했다. 개발 국가를 확인할 수 있는 모델을 기준으로 중국은 월간 다운로드와 누적 다운로드 모두 미국을 앞질렀다.
실제 미국 기업들이 중국 AI를 핵심 서비스에 활용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 AI 코딩 스타트업 커서는 지난 3월 자체 코딩 모델 ‘컴포저 2’를 공개했지만 중국 문샷AI의 ‘키미 K2.5’를 기반으로 개발한 사실이 알려졌다. 커서는 이후 공식 기술 보고서를 통해 키미를 추가 학습하고 강화학습을 적용해 성능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후속 모델인 ‘컴포저 2.5’에도 키미 K2.5를 기반 모델로 활용했다.
미국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도 중국 AI를 활용하고 있다.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최고경영자(CEO)는 “고객서비스에 13개 AI 모델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알리바바의 ‘큐원’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중국 기업에 고객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미국 스타트업들이 중국 AI 규제 움직임에 반발하는 것도 이러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 7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개방형 AI 모델의 사용 제한을 검토하자 와이컴비네이터 등을 포함한 미국 스타트업과 관련 기업 200곳 가까이가 반대 서한을 보냈다. 중국 모델에 대한 접근을 막으면 미국 스타트업의 개발 비용이 높아지고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엔비디아 등 주요 기술기업도 개방형 AI 모델에 대한 광범위한 제한을 경계하는 서한에 참여했다.
[실리콘밸리 원호섭 특파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속보] 이 대통령 “한국, 핵전력 빼고 군사력 5위…핵무기로 실전 치르겠나” - 매일경제
- 공무원 1만명 내려가라더니 입주물량 0…세종시 집값 벌써부터 ‘들썩’ - 매일경제
- [단독] 노후 임대주택 고칠 돈으로 ‘빚투’...758억원 까먹은 LH - 매일경제
- “설마 더 떨어지겠어? 할수있다 나라면”…레버리지 ETF 줍는 개미들 - 매일경제
- “예수 만나려면 굶어 죽어야 한다”…수백명 아사시킨 사이비종교지도자 ‘충격’ - 매일경제
- “1분도 안뛰고 군 면제 받아?”…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7명 ‘1시간 미만’ - 매일경제
- “맛집도 이렇게는 안 기다려요”…어린이집 웨이팅이 무려 8개월 - 매일경제
- [단독] 장사 접은 자영업자들, 빚만 21조 남았다 - 매일경제
- “국산이냐” 물었더니 차단…김수영 게장 ‘원산지 논란’, 결국 해명 - 매일경제
- ‘만삭’ 이다해, 중국서 또 200억 매출…“엄청난 스케일” -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