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용역 재개' 승부수…경기국제공항 경제성 입증할까
화성·평택·이천 후보지 검토…입지별 타당성 분석 본격화
용역 업체 선정 논란 재점화…투명성과 신뢰 회복이 관건
건설비·환경 영향·주민 수용성까지 종합 검증 과제로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공항 건설 타당성 검토 용역 재개를 공식화하면서 반도체 수출 물류 경쟁력 강화와 도민의 공항 접근성 개선을 내세워 사업 추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
다만 과거 용역 수행업체 선정 과정에서 불거진 공정성 논란과 후보지 주변의 환경 문제, 막대한 건설 비용 등을 고려하면 사업의 필요성을 입증하는 객관적 검증이 우선 과제로 떠오른다.
추 지사는 지난 19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경기국제공항 추진 필요성을 강조하며 타당성 검토 용역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그는 경기도에 공항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첨단 산업과 항공화물 수요가 집중된 지역의 특성을 고려할 때 국제공항 건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취임 이후 확인한 용역 중단 상황을 점검하고 내부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사업 재추진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사업 추진의 핵심 근거로는 반도체 산업의 물류 수요가 제시됐다.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내 반도체 산업 매출액의 76%가 경기도에서 발생하지만 반도체 수출의 98%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처리된다고 설명했다.
인천공항의 항공화물 처리 능력이 장기적으로 한계에 도달할 수 있는 만큼 수도권에 추가적인 국제 물류 거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공항 건설에는 장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수요가 급증한 뒤 대응하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논리도 제기됐다.
도민의 공항 접근성 역시 경기도가 내세우는 주요 명분이다. 추 지사는 경기도민의 공항 접근 시간이 평균 1시간 22분에 이르는 반면 서울은 40분, 인천은 38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공항 이용에 드는 이동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지역 내 기업의 물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제시된 접근 시간은 출발 지역과 교통수단, 도로 상황에 따라 차이가 발생할 수 있어 구체적인 산정 기준과 지역별 편익을 함께 공개할 필요가 있다.
경기국제공항 후보지로는 화성시 화성호 간척지와 평택시 서탄면, 이천시 모가면 등 3곳이 검토되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해 8월 후보지 분석 및 배후지 개발 전략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했지만, 공항 유치 사업에 관여했던 전 자문위원 2명이 대표로 있는 업체들이 용역을 수주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경기도는 중간보고를 마친 뒤 용역을 중단했다. 추 지사는 내부감사에서 이해충돌 소지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재개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내부감사에서 문제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판단만으로 사업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충분히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용역 발주와 평가 과정, 참여 업체의 자격, 심사위원 구성과 이해관계 검증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 논란의 여지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 결과의 객관성을 확보하려면 외부 전문가의 독립적인 검증과 함께 후보지별 평가 기준도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
경제성 역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대목이다. 국제공항은 활주로와 여객터미널 건설뿐 아니라 항공 교통 관제시설, 도로·철도 연결망, 화물 처리시설 등 대규모 기반시설 투자가 뒤따르는 사업이다.
건설비와 운영비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예상 항공화물 물량과 여객 수요, 기존 공항과의 역할 분담, 장기적인 재정 부담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반도체 수출 물량이 많다는 사실만으로 별도의 국제공항이 경제성을 확보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환경 영향과 지역 주민의 수용성도 주요 변수다. 후보지 주변의 생태계와 농업·주거 환경, 항공기 소음, 교통량 증가 등을 평가하고 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으면 사업 추진 과정에서 갈등이 커질 수 있다. 특히 화성호 간척지 등 후보지별 자연환경과 개발 여건이 다른 만큼 획일적인 기준보다 지역 특성을 반영한 분석이 필요하다.
경기국제공항은 반도체 물류 경쟁력과 수도권 공항 접근성을 개선할 잠재력을 지닌 사업이다. 그러나 지역의 상징성이나 개발 기대만으로 추진 명분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타당성 용역 재개를 출발점으로 경제성·환경성·공공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기존 인천국제공항과의 기능 분담까지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을지가 사업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