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같은 사람이 또 있었네요" 고립된 시청각장애인, 서로를 만나다

2026. 10. 20.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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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각장애인 이영은 씨는 한때 대부분의 시간을 불이 꺼진 방 안에서 혼자 보냈다.

다른 당사자나 복지 서비스와 연결되지 못한 시청각장애인을 발굴하고, 이들이 서로 관계를 맺도록 돕기 위해서다.

그러나 지역에서 시청각장애인을 찾아내기부터 쉽지 않고, 발굴하더라도 촉수화 등 전문적인 의사소통을 지원할 인력을 배치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지역에 흩어져 있던 시청각장애인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이후 자조모임과 지역 네트워크로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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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복지재단
순창·광주 감성여행에 참여한 이영은 씨(오른쪽)의 모습.

시청각장애인 이영은 씨는 한때 대부분의 시간을 불이 꺼진 방 안에서 혼자 보냈다. 식사할 때만 방 밖으로 나올 정도로 사람들과의 교류가 거의 없었고, 점자교육이나 자조모임 등 센터 프로그램 참여도 거부했다. 변화의 계기는 같은 시청각장애를 가진 동료상담가와의 만남이었다. 이후 점자교육과 자조모임에 참여했고, 센터의 이동 지원을 받아 외부 활동에도 나섰다.

시청각장애인 김소영 씨 역시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오랫동안 외부 활동에 제약을 겪었다. 그러나 센터와 연결된 뒤 동료상담가를 만나 점자와 촉수화를 익혔고, 직업교육과 보행교육까지 활동의 폭을 넓혔다. 현재는 점자 명함을 제작하는 장애인근로자로 일하고 있다.

두 사람의 변화는 시청각장애인에게 '연결'이 갖는 의미를 보여준다. 오는 27일, 이러한 연결을 전국적으로 확장하기 위한 첫 당사자 대회가 열린다. 영은 씨와 소영 씨도 이번 대회에서 전국 각지의 시청각장애인들을 만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 시청각장애인 전담기관인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가 주최·주관하고 보건복지부·재단법인 행복ICT가 후원하는 '제1회 전국 시청각장애인 당사자 대회-보이고 들리는 우리들의 권리'가 오는 10월 27일부터 28일까지 L7 광명 바이 롯데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다. 다른 당사자나 복지 서비스와 연결되지 못한 시청각장애인을 발굴하고, 이들이 서로 관계를 맺도록 돕기 위해서다. 시청각장애인은 시각과 청각 모두에 장애가 있어 정보 접근과 의사소통, 사회적 관계 형성에 복합적인 제약을 겪는다. 하지만 현재 장애인 복지체계는 시각장애와 청각장애가 각각 설계돼 있어 이들의 고유한 의사소통 방식과 지원 욕구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2019년 개정된 「장애인복지법」은 시청각장애인을 별도의 정책 대상으로 명시했다. 그러나 지역에서 시청각장애인을 찾아내기부터 쉽지 않고, 발굴하더라도 촉수화 등 전문적인 의사소통을 지원할 인력을 배치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찾기 어렵고, 찾아도 지원하기 어려운 구조다. 지역별 당사자 수가 적어 전문 지원체계를 갖추기 어렵고, 부족한 지원은 다시 당사자를 고립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이번 전국대회가 주목하는 것도 시청각장애인 발굴이다. 밀알복지재단은 헬렌켈러센터와 업무협약을 맺은 유관 기관과 전국의 시각장애인연합회, 농아인협회, 수어통역센터, 주요 시각·청각장애인복지관을 통해 사각지대에 있는 지역별 당사자를 발굴하고 있다. 각 지역 기관이 알고 있는 당사자를 대회로 연결해 기존 지원체계와 접점이 적었던 시청각장애인을 찾아낸다는 취지다.

전국 단위의 당사자 모임을 30년 전 시작한 일본에서는 시청각장애인들의 만남이 제도 변화의 출발점이 됐다. 1990년대 초 제1회 전국 맹농자 당사자 대회가 열리면서 지역에 흩어져 있던 시청각장애인들이 한자리에 모이기 시작했다. 이후 당사자들은 의사소통 지원을 배려가 아닌 권리의 문제로 인식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제도화를 요구하는 전국적 네트워크를 만들어갔다.

이번 대회에는 시청각장애인 당사자와 통역·활동지원사, 스태프, 자원봉사자 등 200명이 참여한다. 지역별 참가자 소개와 당사자 발언대회, 어울림 페스티벌 등 교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대회의 목표는 한 번 만나고 헤어지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역에 흩어져 있던 시청각장애인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이후 자조모임과 지역 네트워크로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밀알복지재단은 대회를 통해 발굴된 당사자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지속적으로 교류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현장에서 수렴된 의견을 바탕으로 촉수화 등 전문적인 의사소통 지원과 제도 개선 과제도 구체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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