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이야기] “토핑은 주인공이 아니다”…‘피자’ 끄트머리까지 먹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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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루텐 단백질은 밀가루의 근본이자 숨은 힘이다. 밀가루에 물을 넣고 반죽하면 글리아딘과 글루테닌이라는 단백질이 서로 얽혀 그물망을 만든다. 이 둘이 글루텐 단백질의 대부분을 이룬다.
현대인에게 피자는 값비싼 치즈와 고기·해산물을 풍성하게 얹어 먹는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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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 근본 글루텐 단백질
쫄깃함 더하고 영양가 풍부
유럽 서민들 즐겨찾은 주식
마늘·토마토 등 간단한 재료
미국 전파되며 토핑 다양화
끝부분 크러스트가 주인공

글루텐 단백질은 밀가루의 근본이자 숨은 힘이다. 밀가루에 물을 넣고 반죽하면 글리아딘과 글루테닌이라는 단백질이 서로 얽혀 그물망을 만든다. 글리아딘은 반죽이 잘 늘어나게 하고 글루테닌은 탄력을 준다. 이 둘이 글루텐 단백질의 대부분을 이룬다. 강력분·중력분·박력분을 나누는 기준도 주로 단백질 함량이다.
탄력 있게 씹히는 자장면도,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사워도우 빵도 글루텐 덕분이다. 빵을 부풀게 하는 것도 글루텐의 힘이다. 효모가 만들어낸 이산화탄소가 반죽 안에서 빠져나가지 않도록 붙잡아주기 때문이다. 밀가루가 세계인이 사랑하는 식재료가 된 것도 따지고 보면 글루텐 덕분이다. 글루텐 함량에 따라 바삭해질 수도, 쫄깃해질 수도 있다. 다양한 모양으로 변형도 쉽다.
밀은 이 단백질 함량도 비교적 높은 편이다. 역사적으로 빵이 지중해 연안 가난한 사람들의 주식 노릇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밀이 탄수화물뿐 아니라 단백질까지 일부 공급한 덕분이었다. 조선 사람들만 고봉밥을 먹었던 게 아니다. 유럽 평민들도 하루에 1㎏이 넘게 빵을 먹는 경우가 흔했다. 육류는 물론 치즈나 버터조차 넉넉히 먹기 어려웠던 사람들에게 빵은 곁들여 먹는 음식이 아니라 식사의 중심이었다.
피자도 그런 역사 속에서 탄생한 음식이다. 현대인에게 피자는 값비싼 치즈와 고기·해산물을 풍성하게 얹어 먹는 음식이다. 원래는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의 가난한 사람들이 먹는 납작한 빵이었다. 빵 위에 토마토나 마늘·기름·허브 등을 조금 얹어 맛을 냈다.
19세기 나폴리에서는 피자를 조각으로 잘라 길거리에서 팔았다. 언론인이자 소설가 마틸데 세라오가 1884년 출간한 ‘나폴리의 배’는 당시 풍경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피자 한조각에 동전 한닢에 불과한 1솔도(soldo)씩 팔았다. 학교에 가는 아이들에게는 더 작은 조각을 한닢보다 값싼 2첸테시미(centesimi)에 팔았다. 저녁이면 장사꾼들이 커다란 금속 쟁반에 피자를 담아 머리에 이고 골목을 돌아다녔다. 가난한 여성들은 집 앞 계단에 앉아 피자 한조각으로 저녁 식사를 해결했다.
그랬던 피자가 이탈리아 이민자들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변신했다. 뉴욕에서는 석탄을 때는 커다란 오븐에서 더 큰 피자를 구웠다. 시카고에서는 깊은 팬에 두껍게 굽는 ‘딥디시 피자’가 등장했다. 식재료가 넘쳐나는 미국이다보니 토핑으로 올리는 치즈와 고기·채소도 더욱 풍성해졌다.
요즘에는 피자를 먹다가 끝부분의 크러스트를 남기는 사람이 흔하다. 하지만 피자의 역사를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원래 피자의 주인공은 빵이었다. 토핑은 그 빵을 맛있게 먹기 위해 얹은 것이다. 끝부분의 크러스트야말로 버릴 수 없는 피자의 핵심이다. 그래서 나는 피자를 먹을 때 반드시 크러스트까지 다 먹는다. 그게 피자의 역사니까.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와인바 ‘코스모더케이브'에서는 국내산 밀가루만 두 종류를 배합해서 피자 도우를 만든 후 바삭하게 구워낸다. 나폴리 피자의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과는 또 다르다. 끝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국내산 밀가루의 힘이 느껴지는 피자를 먹으면서 어쩌면 예전 나폴리 피자도 이렇게 바삭하지 않았을까 혼자 상상에 빠진다.

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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