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 줄게, 파본 다오!" 출판사 옥상에서 열린 이색 책 교환 마켓

최다원 2026. 10. 20. 04:3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늦더위를 기분 좋게 밀어내던 17일, 서울 마포구 한 골목에서 양손 가득 헌책을 든 시민 수백 명이 어떤 건물로 줄지어 들어섰다.

"'활자 사이 우정이 피어올라 꽃핀 오늘이었다'는 행사 후기가 기억에 남아요. 독서가 일상 속 깊이 자리 잡은 해외 사례를 보면서 참 부러웠거든요. 어떤 자리든지 독자들과 만나야 더 큰 기회가 열린다는 생각이에요. 제2회 책 나눔 마켓은 물론, 다양한 행사를 시도해볼 계획입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출판사 푸른숲, 17일 책 나눔 장터 열어
편집자 소장 도서, 파본 등이 교환 대상
접수 일주일도 안 돼 900명 신청 마감
"독자 만남 확대할 것" 내달 여의도서 행사
17일 서울 마포구 푸른숲 출판사 사옥에서 '제1회 합정 책 교환 나눔 마켓'이 열리고 있다. 푸른숲 제공

선선한 가을바람이 늦더위를 기분 좋게 밀어내던 17일, 서울 마포구 한 골목에서 양손 가득 헌책을 든 시민 수백 명이 어떤 건물로 줄지어 들어섰다. 빼곡히 들어선 다세대 주택 사이로 작은 가게 몇 곳 정도가 눈에 띄는 이 동네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이들이 발걸음을 멈춘 곳은 출판사 푸른숲 사옥의 옥상. 평소라면 텅 비어 있을 이 공간에 '제1회 합정 책 교환 나눔 마켓'이 열렸다. 말 그대로 서로 책을 맞바꾸는 행사다. "지난해 10월 사무실 건물을 이전하면서 옥상을 어떻게 활용할지 논의를 많이 했어요." 문창운 본부장의 설명이다.

시작은 7월 마케팅팀 백윤진 과장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읽기엔 전혀 무리가 없지만 미세한 인쇄 불량 등의 이유로 창고에 쌓인 수천 권의 파본을 플리마켓을 통해 싸게 판매하는 게 목표였다.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만났던 독자들과의 접촉면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하지만 할인율을 10%로 제한하는 도서정가제의 한계로 구현이 어려울 성싶었다. 그때 대안으로 떠오른 게 '교환'이었다. 문 본부장은 "독자들의 헌책과 일대일로 바꾸는 건 문제가 없을 것이란 의견이 나왔고, 곧 '나의 인생책이 누군가의 인생책이 되는 순간'을 만들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제1회 합정 책 교환 나눔 마켓'에 진열될 파본이 트럭 가득 쌓여 있다. 푸른숲 제공

편집자들도 삼삼오오 개인 소장 도서를 매대에 내놨다. 북스톤, 서사원, 자음과 모음, 비룡소 등 이웃 출판사 도움도 이어졌다. 그 덕에 당초 1,000권을 목표로 했던 나눔 대상 책은 3,000권으로 늘었다. 행사장 한편엔 푸른숲 구성원 소장품을 중고가로 판매하는 구역과 이벤트 코너까지 마련했다.

참가자에겐 2010년 이후 출간된 책에 한해 1인당 최대 10권을 지참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행사 후반부까지 나눔 도서의 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한 장치였다. 예약 창구에서 확인된 반응은 기대 이상. 시간대별 100명, 하루 총 900명 모집이 일주일도 되지 않아 마감됐다.

회색 빛깔이었던 옥상에 형형색색 책들이 모였다. "독자분들을 직접 뵈니까 우리가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머리가 희끗한 60대 남성분이 한쪽에 앉아 책을 열심히 보시는데 참 기분이 좋더라고요. 중국 상하이에서 온 유학생도 있었는데 이번 행사에 많은 관심을 보여줘서 고마웠죠."

재고 감축이 1차 목표였던 만큼 최대한 많은 서적이 새 주인을 찾을 수 있도록, 행사 홍보에 도움을 준 주변 상인에게도 원하는 책을 가져갈 수 있게 했다. 이벤트 당첨자에게는 교환 가능한 권수를 늘려줬다. 그렇게 해도 남은 책들은 희망 기증처를 찾을 예정이라고.

17일 서울 마포구 푸른숲 출판사 사옥에서 열린 '제1회 합정 책 교환 나눔 마켓'에서 문창운 본부장이 이벤트 코너에 앉아 있다. 푸른숲 제공

물론 출판사 내부에서는 행사 결과를 두고 아쉬움도 적지 않았다. 무료입장이라 그런지 '노쇼'도 나왔고, 시간이 흐를수록 인기가 시들해진 베스트셀러만 매대 위에 쌓여갔다. 열 명 넘는 직원들이 주말을 포기해야 했던 점도 문 본부장에겐 못내 신경 쓰이는 지점이었다.

그런데도 푸른숲은 당장 다음 달 여의도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에 이번과 같은 형식으로 참가하기로 주최 측과 이야기를 끝냈다. 큰 수익이 날 것을 기대해서라기보다는,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출판시장에 조금이라도 신선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길 바라서다.

"'활자 사이 우정이 피어올라 꽃핀 오늘이었다'는 행사 후기가 기억에 남아요. 독서가 일상 속 깊이 자리 잡은 해외 사례를 보면서 참 부러웠거든요. 어떤 자리든지 독자들과 만나야 더 큰 기회가 열린다는 생각이에요. 제2회 책 나눔 마켓은 물론, 다양한 행사를 시도해볼 계획입니다."

17일 '제1회 합정 책 교환 나눔 마켓'이 열린 서울 마포구 푸른숲 출판사 사옥 모습. 푸른숲 제공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