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처럼 석유-가스공사 통합도 졸속 추진
"정부 사전협의 없이 일방통보"
재무부실 기관 통합효과 의문
與의원도 비판…정부 조치 주목
PA통합추진 공동수행업무협약
노동 관련 법령 위반소지 지적

정부가 발표한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석유공사의 통합이 항만공사(PA) 통합 추진과 마찬가지로 충분한 논의나 효과 검증 등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돼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가스공사와 석유공사 사장도 통합 발표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울산 중구)은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국가스공사·한국석유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두 기관의 통합 계획과 관련해 "정부에서 사전 의논이나 협의, 조정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2021년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통합 논의가 됐지만 재무 개선과 기능 정상화를 먼저하고 중장기적으로 검토하자고 했다"며 "이후 재무 부실 문제는 오히려 더 커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석유공사는 자본 잠식 상태고 가스공사도 자기 자본의 4배에 가까운 부채 비율"이라며 "통합 발표 전에 사전 협의나 조정을 검토하라고 (연락)받은 적 있나"라고 질의했다.
박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의 부채는 21조9700억원에 달하며, 자본총계가 마이너스인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한국가스공사 역시 부채가 42조83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홍의락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이에 대해 "(사전에 통합 계획을) 들은 적은 없다"며 "어떤 식으로, 어떤 생각으로 발표했는지 이야기 못 들었다"고 답했다.
손주석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9월3일(통합 발표일) 아침에 고위 관계자와 통화는 했다"며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 실장과 통화를 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석유공사는 비상장사고 가스공사는 상장사라 소액주주만 10만명이 있다"며 "국민 혈세로 석유공사나 가스공사 빚을 갚으란 이야긴데 주주들 재산권은 어떻게 하나"라고 추가 질의했다.
또 "통합해서 어떤 효과가 날 거라는 구체적 용역이나 데이터가 없다"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그걸 따른다면 두 분 사장님이 무책임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홍 사장은 "기존 주주들 가치를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정부에서 발표했기 때문에 정부 측의 그런 검토가 있을 것이라 믿고 있기 때문에 협의 테이블이 있기를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손 사장은 이어 "정부에서는 글로벌 경쟁력 제고, 국가 에너지 안보를 위해 통합을 하려고 하는 것 같다"며 "앞으로 로드맵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도 국감에서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통합 문제를 둘러싼 정부의 접근 방식과 대안의 실효성을 문제 삼으며 통합 추진의 타당성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는 취지의 지적을 내놓았다.
이처럼 여야가 통합 문제에 대해 잇따라 문제를 제기하면서 정부가 기존 추진 방향을 유지할지, 통합 방안에 대한 추가 검토나 보완책을 내놓을지가 주요 관심사로 부상했다.
특히 석유공사의 재무구조 개선과 가스공사의 경영 효율화가 필요하더라도 통합 자체가 최선의 해법인지, 기관별 구조조정이나 사업 재편 등 다른 대안과 비교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감에서는 항만공사(PA) 통합과 관련 4개 PA가 체결한 '통합 추진 공동 수행 업무 협약'이 노동 관련 법령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PA 통합 추진 공동 수행 업무 협약서의 통합추진반 구성·운영에 따른 파견 직원에 대해 근무 평정과 성과급에서 최고 등급을 부여한다고 돼 있다"며 "이는 단체협상이나 취업 규칙상의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에 위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UPA는 단체협상에 명시된 '분할·합병 등 사유에 따른 조합원 신분변동 예상 때 조합과 협의' 조항을 위반할 여지가 있다. 김두수·서정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