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미술관서 술 한잔? ‘청년 이강소’가 말한다 “안 하던 짓 하세요”

박동미 기자 2026. 10. 19.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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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저녁, 퇴근한 직장인들이 하나 둘 문 닫은 미술관 안으로 입장했다. 이들은 큐레이터의 설명과 함께 전시를 관람한 후, 미술관 안에 마련된 선술집에서 술과 음식, 그리고 공기놀이를 즐겼다. 당시 이 작가는 화랑 안에 이 작품, 즉 선술집을 들여놓아 주목받았다.

프로그램이 본격 시작되자 전시장 안 선술집에서 음식을 나누고 공기놀이를 즐기는 이색적인 진풍경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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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롯데뮤지엄 ‘미드위크 뮤지엄’ 참가자들이 이강소가 선술집으로 꾸린 설치작 ‘소멸’에서 술과 음식을 즐기고 있다. 롯데문화재단 제공

지난 15일 저녁, 퇴근한 직장인들이 하나 둘 문 닫은 미술관 안으로 입장했다. 이들은 큐레이터의 설명과 함께 전시를 관람한 후, 미술관 안에 마련된 선술집에서 술과 음식, 그리고 공기놀이를 즐겼다. 이 생경한 풍경은 실제다. 서울 송파구 롯데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이강소 : 일어나고 사라지는’과 연계한 행사였다. 또한, 이 선술집은 사실 작품이다. 이강소 작가가 청년이던 50여년 전 작업한 ‘소멸’이다. 당시 이 작가는 화랑 안에 이 작품, 즉 선술집을 들여놓아 주목받았다.

50년 전 ‘청년 이강소’의 선술집에서 술 한잔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된 이 프로그램은 지난 달 17일과 지난 15일 두 차례 열렸고, 총 60여 명이 참여했다. 폐관 후 저녁 시간대에 소수 인원으로만 진행되며, 주중에 진행돼 ‘미드위크 뮤지엄’이라고 불린다.

선술집을 가져다 놓은 듯한 설치작 ‘소멸’은 이 작가가 1973년 명동화랑에서 열린 첫 개인전에서 선보였다. 자신이 자주 찾던 선술집에서 사용하던 탁자와 의자 등을 전시장으로 옮겨 일주일간 실제 선술집을 운영했다.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시간과 관계를 전시장 안으로 끌어들인 선구적 작업으로 평가받는다. 롯데뮤지엄은 이 작품을 오늘의 관객이 경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재구성했다. 한국의 마당 문화에서 착안한 평상 공간을 마련하고, 참가자들이 국순당 백세주와 전통 술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드렁큰도우’를 함께 즐기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공기놀이 대회까지 진행해 서로 처음 만난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할 계기를 마련했다.

롯데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이강소 작가의 개인전 ‘이강소: 일어나고 사라지는’ 전시장 풍경. 선술집 공간을 연상케 하는 설치작 ‘소멸’. 벽에는 관람객들 감상평이 가득하다. 롯데문화재단 제공

롯데뮤지엄에 따르면, 참가자 대다수가 인근 회사 직장인이다. 또, ‘혼술’을 즐기러 왔다가 다른 참여자들과 자연스럽게 합석한 참여자도 있었다. 프로그램이 본격 시작되자 전시장 안 선술집에서 음식을 나누고 공기놀이를 즐기는 이색적인 진풍경이 펼쳐졌다. 참가자들은 50여 년 전의 실험에 그치지 않고 현재의 관객에게도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 참가자는 “작가의 초기 실험미술이 지금 봐도 굉장히 과감하고 새로운 시도라는 생각이 들었고, 직접 설치 당시 퍼포먼스처럼 체험할 수 있어서 뜻깊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전시장 말미에 있는 ‘안 하던 짓을 하세요’라는 작가의 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며 “평소와 다른 방식으로 전시를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전했다.

한편 ‘이강소 : 일어나고 사라지는’은 내달 1일까지 개최된다. 이 작가가 1970년대부터 이어온 실험을 회화, 조각, 설치, 사진, 영상, 판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살펴보며, 초기 실험 작업부터 주요 작품과 아카이브까지 150여 점의 작품을 폭넓게 소개한다. 관람료는 2만원.

박동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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