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유물’ 논란에 유홍준 “미술사가로서 부끄러워”…“명예 회복할 것” 사퇴는 일축

최수문 선임기자 2026. 10. 1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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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애국지사의 글씨로 박물관 전시에 소개했다가 친일파의 글씨로 뒤늦게 드러난 유물과 관련해 "왜 소장자라고 미리 밝히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에 "당시 미술사가로서 부끄러움이 있어 그냥 지나가 줬으면 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처음에 애국지사 박원근의 작품이라고 내놓으면서 소장자를 밝히지 않은 것은 제 개인의 자랑이 될까 봐서였다. 이후 친일파 박중양의 작품으로 밝혀지고는 제가 미술사가인데 실수에 대한 부끄러움이 있어 그냥 지나가 줬으면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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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국립중앙박물관 대상 국회 국정감사
“제가 서예사 전공자로서 애국지사 작품으로 확신해”
“부여군에 기증 예정”…작품 세탁 의혹은 부인
“대한제국까지인 국중박 업무 범위 일제강점기 확대”
“몰래 기증에 가정감사” “친일사관 배제” 등 언급도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9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애국지사의 글씨로 박물관 전시에 소개했다가 친일파의 글씨로 뒤늦게 드러난 유물과 관련해 “왜 소장자라고 미리 밝히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에 “당시 미술사가로서 부끄러움이 있어 그냥 지나가 줬으면 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일부 야당 의원들이 공무원의 이해충돌 위반이라고 지적하며 요구한 사퇴에 대해서는 “이번 일을 교훈으로 삼아 박물관이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며 일축했다.

유 관장은 19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문화예술 분야 기관 국정감사에서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 유묵에 대한 전후 사정을 설명해 달라는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처음에 애국지사 박원근의 작품이라고 내놓으면서 소장자를 밝히지 않은 것은 제 개인의 자랑이 될까 봐서였다. 이후 친일파 박중양의 작품으로 밝혀지고는 제가 미술사가인데 실수에 대한 부끄러움이 있어 그냥 지나가 줬으면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감사 질의서가 와서 ‘제가 소장자’라고 답하고 국감 과정에서 설명하려고 했다. 그런데 언론에 기사가 먼저 나왔다. 지금 부끄럽고 깊이 뉘우치고 있다. 책임도 통감하고 있다. 아무리 사과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톨스토이는 ‘부활’에서 사랑과 자랑은 세월이 지나면 추억이 되지만, 실수와 죄책감은 현재형으로 남는다고 했다”며 “이를 교훈으로 삼아 박물관이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작품에 대한 별도의 감정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는 “제 자신이 서예사 전공자라서 (애국지사 박원근의 작품으로) 확신했다”고 답했다. 실제로 국립중앙박물관 내부에는 유 관장의 전문성을 넘어서는 연구원이 사실상 없는 셈이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9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선서하고 있다. 연합뉴스
독립운동가 박원근의 작품으로 잘못 알고 출품된 친일파 박중양의 작품 모습. 연합뉴스

‘일반시국은’ 유묵은 ‘한 그릇의 밥도 다 나라의 은혜’라는 뜻으로,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이끈 영규대사의 말이다. 이를 글씨로 쓴 사람은 여럿인데, 국립중앙박물관은 올해 7월 열린 ‘우리들의 밥상’ 특별전에서 ‘한인(韓人) 박원근’이라고 적힌 서명을 바탕으로 애국지사 박원근(1912~1950)의 글씨로 소개한 바 있다. 그러나 외부 제보를 통해 박원근이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1874~1959)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의혹이 제기됐고, 글씨는 철거됐다. 이후 전문가 자문을 거쳐 박중양의 글씨로 최종 확인됐다.

유 관장은 해당 작품의 구입 경위에 대해 “지난 2019년 한 온라인 경매에서 5만 원에 구입했다. 원래 1만 원부터 시작하는 유물 경매였는데, 저는 30만 원을 써냈고 결국 5만 원에 낙찰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경매에서는 조선통신사 일행으로 참여한 ‘박덕원’의 작품으로 소개됐으나, 유 관장은 이를 박원근 지사의 글씨로 판단했고, 이러한 사실을 경매사 측에 알려줬다고도 말했다.

‘우리들의 밥상’ 특별전에 출품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전시는 제가 취임하기 2년 전부터 기획됐다. 전시 기획팀이 ‘우리들의 밥상’을 알릴 수 있는 작품들을 찾고 있었는데, 그중에서 영규대사의 언급을 활용하자고 했고 마침 제가 그 작품을 갖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전시에 별도의 패널을 사용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전시 출품이 개인 소장 유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세탁’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이미 그 작품은 부여문화원에 기증하기로 예정돼 있던 것이다. 지난 2016년 부여군과 협약을 맺고 부여군의 ‘군립부여미술관’ 건립을 위해 제가 가진 작품 865점, 평가액 27억 원 규모를 이미 기증했고, 이 작품을 포함해 이번 ‘우리들의 밥상’ 전시에 나온 제 소장품 두 점도 모두 기증하기로 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작품 값을 올리기 위해 전시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유 관장은 특별전 출품 동의서에 자신의 이름 앞에 대리 서명을 뜻하는 ‘대(代)’ 자까지 적었다고 설명했다. 이미 다음 소장자가 정해져 있었다는 의미다. 유 관장은 이를 근거로 해당 작품이 개인 소장품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전시된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9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전시 유물에 대한 박물관의 검증 절차가 미흡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여야 의원들은 박물관 관장의 소장품이어서 특별전 전시 과정에서 ‘프리패스’된 것 아니냐고 질문했고, 이에 대해 유 관장은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전시 작품의 검증은 상설전은 학예실에서 하고 특별전은 기획팀에서 한다”며 “이번 기획팀에서 (제 작품으로)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현재 국립박물관에는 학예 분야 전문가가 215명 있지만, 이 중에서 일제강점기 이후 근현대사를 전공한 사람은 0명이고 서예 전공자는 겨우 1명”이라며 “현재까지는 우리가 대한제국까지로 한정해 유물을 소장했다. 일제강점기까지 확장하려고 했는데 안 됐고 전문 인력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다. 앞으로 보강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유 관장은 이날 국정감사 업무보고에 앞서 국민과 애국지사 박원근 및 그의 유족, 국립중앙박물관 직원들에게 사과하며 두 차례 머리를 숙였고, 국감 시간 내내 사과 발언을 반복했다. 지난 8월 이번 사건이 불거진 이후 이날까지 유 관장이 공개 사과한 것은 다섯 차례에 이른다.

유 관장은 친일파 박중양의 글씨일 가능성을 제기한 제보자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며 “그분이 아니었다면 지금도 해당 작품이 애국지사 박원근의 작품으로 통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부여군에 유물을 기증한 데 대해 “집사람 몰래 기증한 것이라 ‘가정 감사’를 받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친일파 유묵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한 야당 의원들을 빗대 “오늘 국감을 보니까 국민의힘 의원도 친일 사관을 확실하게 배제해야 한다고 했다. (문화계 친일파 청산의) 전화위복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9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목을 축이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유 관장의 부인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해 현재 열린마당 계단에 전시 중인 ‘돌호랑이’와 관련한 박물관 규정 위반 논란에 대해 유 관장은 “허위 사실이 많이 돌아 오해를 받고 있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유행 이후 박물관에 호랑이 유물이 없는 상황에서 박물관 측이 기증해 달라고 해서 기증한 것”이라며 “기증한 것도 죄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최수문 선임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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