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보도의 ‘글로벌 스탠더드’ [저널리즘책무실]

이종규 기자 2026. 10. 1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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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진흥재단이 펴내는 월간지 '신문과방송' 최근호 목차를 훑어보다 흥미로운 제목에 눈길이 멈췄다. 김 교수는 이 글에서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엔피알(NPR)의 신속하고 투명한 오보 정정 사례를 소개해 놓았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A4 용지 세쪽에 이르는 이 글에는 오보가 나가게 된 경위와 기사 철회 및 정정보도 과정이 시간대별로 자세하게 공개되어 있다.

외국 한 언론사의 오보 사태를 이처럼 장황하게 소개한 이유는, '신문과방송'에 실린 글의 제목 그대로 언론이 오보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 같은' 사례로 보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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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리 맥브라이드 엔피알(NPR) 퍼블릭 에디터가 쓴 자사 보도 정정 칼럼. 엔피알 홈페이지 갈무리

이종규 | 저널리즘책무실장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펴내는 월간지 ‘신문과방송’ 최근호 목차를 훑어보다 흥미로운 제목에 눈길이 멈췄다. ‘언론은 오보를 어떻게 다뤄야 할까?’ 김영욱 이화여대 교수(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가 쓴 글이었다. 김 교수는 이 글에서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엔피알(NPR)의 신속하고 투명한 오보 정정 사례를 소개해 놓았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엔피알은 지난 6월30일 오전(현지시각) 새뮤얼 얼리토 연방대법관이 은퇴한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베테랑 법조 기자 니나 토텐버그의 단독 보도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오보였다. 토텐버그 기자가 누군가의 말을 잘못 알아듣는 바람에 오보를 낸 것이다. 엔피알은 즉시 기사를 철회하고 방송으로 정정보도를 내보냈다. 토텐버그 기자가 직접 방송에 나와 경위를 설명하고 사과했다. 방송사 편집 책임자는 검증 과정이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살피겠다고 밝혔다. 켈리 맥브라이드 퍼블릭 에디터(옴부즈맨 역할)는 별도의 글을 통해 오보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맥브라이드가 엔피알 웹페이지에 올린 글을 찾아봤다. A4 용지 세쪽에 이르는 이 글에는 오보가 나가게 된 경위와 기사 철회 및 정정보도 과정이 시간대별로 자세하게 공개되어 있다. 속보 게재 절차를 재검토하겠다는 편집국장의 발언도 전하고 있다. 이 글에 따르면, 해당 기사가 웹페이지에 실린 시간은 6분에 불과했고, 방송으로 정정보도가 나가기까지는 16분이 걸렸다.

외국 한 언론사의 오보 사태를 이처럼 장황하게 소개한 이유는, ‘신문과방송’에 실린 글의 제목 그대로 언론이 오보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 같은’ 사례로 보여서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오보 경위부터 회사 대응까지 모든 과정을 상세하게 공개하는 ‘정정보도 투명성’이다. 한국 언론의 보도 관행과 가장 극명하게 대비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만일 한국에서 저런 오보 사태가 났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온라인 기사라면 대부분의 언론이 슬그머니 기사를 삭제하고 끝냈을 가능성이 크다. 오보가 지면에 ‘박제’돼 마냥 뭉개기가 힘든 경우에도 면피성 정정을 내보내는 데 그쳤을 것이다.

최근 사례가 있다. 동아일보는 지난 5월 사회면에 ‘중수청준비단, 검사-수사관 300명 선발대로 투입 검토’ 기사를 실었다. 이 보도의 토대가 된 자료가 온라인에 떠도는 허위 문서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동아일보는 다음날 ‘바로잡습니다’를 내보냈다. ‘행정안전부가 기사에 언급된 문서를 작성한 사실이 없고 그 내용도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에 해당 문서에 따른 기사는 사실과 달라 바로잡는다’는 내용이었다. 애초 이 보도가 어떻게 나왔고 보도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등 오보 경위에 대한 언급이나 사과는 일절 없었다. 온라인에서도 아무런 설명 없이 기사가 삭제됐다.

미국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세계 유수 언론의 정정보도 원칙은 ‘우리의 잘못을 독자들이 충분히 알 수 있도록 하자’로 요약할 수 있다. ‘뭘 틀렸는지’뿐만 아니라 ‘왜 틀렸는지’까지 독자에게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오류의 내용을 정확하게 밝히는 것은 해당 오류가 전체 기사에 미친 영향을 독자들이 직접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런 ‘글로벌 스탠더드’에 비춰 보면, 동아일보 사례는 낙제점에 가깝다. 그러나 언론계 전반에 오류를 감추려는 관행이 뿌리 깊은 한국에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전날에 버젓이 지면에 실린 기사를 통째로 부정하는 일이 벌어졌는데도 말이다. 오히려 ‘바로잡습니다’를 내보낸 게 어디냐는 반응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기자도 사람인지라 실수를 피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그 과정을 겸허하게 되짚어보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의 비영리 과학저널리즘 단체 ‘오픈 노트북’은 언론에 ‘실수 부검’을 제안한다. 취재와 보도 과정을 역추적해가며 실수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향후 행동 지침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신속하고 투명한 오류 인정이 실수 부검의 전제임은 물론이다.

기사 수정이 빈번히 이뤄지는 온라인에서 취재·보도의 투명성을 높이려면 중요한 팩트 오류의 경우 기사 하단에 수정 내용과 그 이유를 밝히는 것을 원칙으로 삼을 필요도 있다. 김영욱 교수가 ‘신문과방송’ 글에서 언급했듯이, ‘조용한 수정’은 정정이 아니다. 독자에게 오류를 솔직하게 밝힐 때, 오히려 사실 확인 규율에 대한 믿음을 높일 수 있다. 높은 신뢰도를 자랑하는 외국 유수의 정론지들이 하나같이 ‘눈에 띄는 정정’을 강조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나.

저널리즘책무실장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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