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집값 꺾였다는데…30억 고가 거래 비중은 더 높아졌다

오유진 기자 2026. 10. 1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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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집값의 향방을 둘러싼 정부와 시장의 진단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매물 증가와 거래 급감, 일부 하락 거래를 근거로 '하향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지만, 시장에서는 아직 수요가 꺾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지난해 10월 43억1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지만, 지난달 21일에는 36억원에 거래돼 16% 이상 하락했다.

전체 거래량 자체는 줄었지만, 30억원 이상 고가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보다 더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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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절벽에도 정비사업 단지는 거래 증가
현금 부자는 ‘20억 차익’ 반포 청약 기다린다

(시사저널=오유진 기자)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걸려 있는 매물 안내문 ⓒ연합뉴스

강남 집값의 향방을 둘러싼 정부와 시장의 진단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매물 증가와 거래 급감, 일부 하락 거래를 근거로 '하향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지만, 시장에서는 아직 수요가 꺾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거래량이 줄어든 가운데 30억원 이상 고가주택 비중은 오히려 높아졌고, 재건축 등 추가 가치 상승이 기대되는 단지에는 여전히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지금의 거래 절벽이 하락장의 시작인지, 매수 대기 수요가 만든 일시적 정체인지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19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 등에 따르면,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지난 8월3일 이후 강남구 아파트 매물은 25.8%, 서초구는 31.0% 증가했다. 고가주택에 대한 과세 부담이 커지면서 매도 물량이 늘어난 영향이다. 반면 같은 기간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강남구가 50.5%, 서초구가 35.3% 감소했다. 매물은 쌓이는데 거래는 끊기는 전형적인 관망 장세가 나타난 셈이다.

거래가 끊기면서 가격을 크게 낮춘 사례도 등장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지난해 10월 43억1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지만, 지난달 21일에는 36억원에 거래돼 16% 이상 하락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 역시 올해 2월 57억5000만원까지 거래됐지만 지난달에는 50억원 아래에 거래됐다. 매물은 늘고 거래는 줄어든 데다 하락 거래까지 이어진다는 점만 보면 '하향 안정' 진단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다만 30억원 이상의 고가주택 시장에서는 정반대의 신호가 감지된다. 가격 부담이 큰 고가주택이라도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거나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통해 추가적인 가치 상승이 가능한 단지에서는 거래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거래량 자체는 줄었지만, 30억원 이상 고가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보다 더 높아졌다. 시장이 전반적으로 얼어붙었다기보다 매수세가 '살 만한 이유가 분명한 곳'으로 압축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월3일부터 10월19일까지 강남·서초구에서 이뤄진 아파트 매매 401건(거래 해제 제외) 가운데 30억원 이상 거래는 157건으로 39.2%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8.7%였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10.5%포인트 높아졌다.

강남구에서는 고가주택 쏠림이 더 뚜렷했다. 30억원 이상 거래 비중은 지난해 29.5%에서 올해 46.2%로 뛰었고, 최근 두 달간 고가주택 거래 10건 중 3건이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개포주공 6·7단지에 집중됐다. 이들 단지의 30억원 이상 거래도 지난해 같은 기간 12건에서 올해 28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거래 절벽 속에서도 정비사업 기대 단지에는 매수세가 이어진 셈이다.

가격대별 거래 감소 폭을 봐도 같은 흐름이 나타난다. 지난 8월 이후 강남·서초구 전체 거래는 44.2% 감소했지만, 30억원 이상 거래는 23.8% 줄어드는 데 그쳤다. 반면 25억원 미만 거래는 50.2% 감소했다. 거래 절벽의 충격이 모든 가격대에서 동일하게 나타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단순히 거래가 줄어들고, 실거래가가 하락했다는 이유만으로 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디에이치 반포124 조감도 ⓒ서울시 제공

'20억 로또' 기다리는 현금 부자들

강남권 거래 감소를 설명하는 또 다른 변수는 다음 달 예정된 대형 청약이다. 시장에서는 고가 주택을 전액 현금으로 살 만한 자금력을 갖춘 수요자들까지 다음 달 예정된 대형 정비사업 분양을 기다리며 매수를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관심을 받는 곳은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를 재건축한 '디에이치 반포124'다. 전체 일반분양 물량만 1832가구에 달하는 데다, 전용 84㎡ 분양가가 30억원 초반대로 예상돼 인근 신축 아파트 시세와 비교하면 20억원이 넘는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강남권 기존 아파트를 매수할 자금이 있는 수요자 가운데서도 디에이치 반포124 청약 결과를 확인한 뒤 매매 여부를 결정하려는 대기 수요가 적지 않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단지 인근 S공인중개사는 "강남 일대에서 고가주택 매수를 고민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 청약을 앞두고 '총알'을 준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며 "청약에 당첨되지 않는다면 그 이후 비슷한 가격대의 매물을 다시 보면 되기 때문에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청약을 기다리느라 시장이 잠시 멈춘 것을 두고 하락한다고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최근 강남권의 가격 흐름을 주택시장 하향 안정의 신호로 보고 있다. 국토부는 18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강남·서초 매매 가격이 10주 연속 하락하는 등 서울 동남권 중심으로 하락세가 나타나는 등 일부 시장 하향 안정 지표가 나타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공급 확대, 가구 증가율 둔화 등으로 시장 안정 기반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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