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9000은 대통령 덕”이라더니…20% 폭락엔 말 아끼는 민주당

정윤성 기자 2026. 10. 1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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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오를 때마다 이재명 정부의 경제 성과라며 박수를 쳤던 더불어민주당이 코스피가 20% 넘게 폭락하며 하락장이 장기화하자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재임 기간이 유례없는 코스피 상승기와 맞물렸던 정청래 전 대표는 주가가 주요 이정표를 넘어설 때마다 최고위원회의에서 찬사를 보내며 이를 정부·여당의 성과 홍보에 적극 활용했다.

이후 4000선과 5000선 등 주가 지수가 주요 이정표를 차례로 돌파할 때마다 민주당의 오전 최고위원회의는 주식 시장과 정부·여당의 경제정책 성과를 연결짓는 홍보의 장을 방불케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그 다음날 최고위에서 준비해 두었던 이재명 정부 1년 성과를 정리한 팻말을 꺼내 들고 코스피 9000 달성을 주요 경제 성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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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李정부 경제 성과’ 홍보 단골 소재였던 코스피…7월 폭락 이후 달라진 기류
정청래는 상승장서 ‘9000 돌파’ 환호…김민석은 하락장서 증시 언급 없어
李대통령도 레버리지 ETF 논란 이후 침묵…‘코리아 프리미엄’ 홍보가 부메랑으로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특위 위원장이 지난해 6월23일 국회에서 열린 코스피5000 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주가가 오를 때마다 이재명 정부의 경제 성과라며 박수를 쳤던 더불어민주당이 코스피가 20% 넘게 폭락하며 하락장이 장기화하자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재임 기간이 유례없는 코스피 상승기와 맞물렸던 정청래 전 대표는 주가가 주요 이정표를 넘어설 때마다 최고위원회의에서 찬사를 보내며 이를 정부·여당의 성과 홍보에 적극 활용했다.

반면 본격적인 하락장 속에서 임기를 시작한 김민석 대표 체제에서는 증시 상황에 대한 지도부의 언급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상승기에는 주가 상승의 공을 정부에 돌렸던 여당이 정작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지는 급락장에서는 뚜렷한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폭락장에 與 최고위서 사라진 '코스피'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지도부는 최근 코스피가 20% 넘게 폭락하는 동안 주식시장과 관련한 공개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김민석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순직 소방관 추모와 처우 개선,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논의 등을 주요 의제로 다뤘다. 2거래일 전인 지난 15일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동시에 발동되는 등 증시 불안이 커지고 있지만, 당 지도부의 관심은 다른 정치 현안에 쏠린 모습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민주당 최고위에서 코스피는 정부·여당의 성과를 강조하기 위한 단골 소재로 쓰였다. 민주당은 지난해 6월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코스피가 3000선을 돌파하자마자 "이재명 정부 출범 보름 만에 '코스피 3000 시대'가 다시 열렸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그 자체였던 윤석열 정권이 막을 내리고, 이재명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후 4000선과 5000선 등 주가 지수가 주요 이정표를 차례로 돌파할 때마다 민주당의 오전 최고위원회의는 주식 시장과 정부·여당의 경제정책 성과를 연결짓는 홍보의 장을 방불케했다.

실제 코스피가 5500선을 돌파한 지난 2월13일 최고위에서도 정청래 당시 대표는 "설 선물과도 같은 기쁜 소식"이라며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튼튼해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같은 달 25일 6000선을 돌파했을 때도 주식시장 언급을 빼놓지 않았다.

당시 정 대표는 "코스피가 지금 6000을 넘었습니다. 박수 한번 치고 시작하죠"라며 회의에 앞서 먼저 축하를 제안하기도 했다. 지난 5월 코스피가 7200선을 돌파했을 때는 회의실에 설치된 '경제는 민주당' 상황판을 가리키며 "단군 이래 가장 높은 코스피 7200을 찍었다. 경이로운 수치"라고 말했다.

코스피가 9000선을 돌파한 6월19일에도 정 대표는 "불과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만에 한국 자본시장의 새 역사를 썼다"며 "중동 전쟁 위기 속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의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으로 코스피 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주식 언급 부담" 수도권 與의원들 '전전긍긍' 

하지만 불과 나흘 만에 증시 상황은 정반대로 뒤집혔고 그 때부터 시작된 민주당의 침묵도 길어지고 있다. 6월22일 사상 최고치인 9114.55로 마감했던 코스피는 이튿날 910.71포인트(9.99%) 폭락하며 8200선까지 밀렸다. 민주당 지도부는 그 다음날 최고위에서 준비해 두었던 이재명 정부 1년 성과를 정리한 팻말을 꺼내 들고 코스피 9000 달성을 주요 경제 성과로 제시했다. 주가가 하루 만에 10% 가까이 폭락했지만, 지도부는 여전히 증시를 성과 홍보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던 셈이다.

이후 하락세가 가팔라지자 민주당도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 7월28일 코스피가 하루에만 732.09포인트(10.84%) 폭락하며 6월 최고점 대비 30% 넘게 밀리자 한병도 당시 당대표 직무대행은 "민주당은 현재의 시장 상황과 투자자 여러분의 우려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당정 협력을 통한 시장 안정 대책을 약속했다. 당시 당내에서는 하락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일시적 거래 중단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금융위원회와 당정협의를 열고 관련 상품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와 추가 대책 마련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가 김민석 대표 체제로 바뀐 뒤 맞은 이번 10월 급락장에서는 이 같은 형식적인 움직임조차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 7003.74로 마감한 코스피는 6일부터 15일까지 7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5554.22까지 밀렸다. 불과 7거래일 만에 20.70% 폭락하면서 앞선 급락장 만큼이나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다만 민주당은 증시 문제에 대한 언급 자체를 자제하고 있다. 민주당은 10월 들어 7·12·14·16·19일 다섯 차례 최고위원회의를 열었지만, 지도부의 증시 상황이나 관련 언급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코스피가 7% 넘게 폭락한 다음 날인 16일 최고위에서도 별다른 언급은 없었다. 한 민주당 수도권 의원은 "주가 상승기에 정부 정책의 성과라고 상당히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해놨는데 이렇게 하락기에 접어든 상황은 무슨 말을 하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주식시장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행보에서도 온도 차가 감지된다. 이 대통령은 증시가 급락한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며 올해 국민소득 4만 달러 돌파 가능성을 거론했다. 동시에 주요 경제지표 개선에도 민생 회복이 더디다는 점을 지적하며 주거·일자리·금융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하지만 당일 7% 넘게 폭락한 증시 상황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7월 급락장 당시만 해도 논란이 된 레버리지 ETF 상품을 직접 언급하며 시장 상황에 관심을 나타낸 바 있다. 7월15일 업무보고에서는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에게 "최근 많이 당하고 계신 것 같던데"라고 말을 건넸고, 보완책을 서두르라고 주문했다. 이후 국무회의에서는 해당 상품이 상승장 꼭대기에서 도입되면서 문제가 실제보다 커 보이는 "착시를 일으킨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락장이 장기화하자 이 대통령의 증시 관련 발언도 눈에 띄게 줄어드는 모습이다.

야권도 증시 상승기와 하락기에 달라진 정부·여당의 태도를 문제 삼고 있다.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은 14일 "상승장에서는 정권의 치적인 양 자랑하고, 하락장에서는 침묵하는 무책임한 태도"라고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산업 전반의 경쟁력과 경제의 기초체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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