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성 범죄’ 64%는 가족 노려…‘둘만의 문제’ 아니었다 [플랫]

플랫팀 기자 2026. 10. 19.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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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식 교수팀, 50년간 판결문 80건 분석
당사자 아닌 ‘관계 밖 피해자’ 최소 157명
이별·이혼 과정 보복…가족·자녀까지 위험

최근 서울 송파 장모 살해 사건과 제주 부녀 사망 사건 등처럼 부부나 연인 사이에서 시작된 갈등이 가족과 지인 등 주변인의 생명과 안전 위협으로 번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이별이나 이혼 과정에서 보복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잇따르며 관계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과 자녀까지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이혼소송 중 장모 살해 및 아내를 납치한 20대 중반 남성 A씨가 13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공정식 경기대 교수 연구팀이 한국안전문화학회 학술지 ‘안전문화연구’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1973년부터 2021년까지 발생한 친밀관계 폭력 사건 관련 판결문 약 80건을 분석한 결과 당사자가 아닌 ‘관계 밖 피해자’는 최소 157명으로 집계됐다. 관계 밖 피해자는 갈등의 당사자가 아님에도 보복이나 화풀이의 대상이 된 가족, 자녀, 새 연인, 지인, 사건 현장 개입자 등을 의미한다.

관계 밖 피해자 157명 가운데 144명은 사망했다. 나머지 13명은 살인미수와 감금, 성폭력 등의 피해를 입었으나 생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별도로 사망한 당사자는 31명이었다.

피해 유형별로는 부모와 형제자매 등 가족을 공격한 사례가 39건이었다. 자녀나 아동을 공격 대상으로 삼은 경우는 31건, 상대방의 새 연인이나 배우자를 공격한 사례는 20건이었다. 여러명을 함께 공격하는 경우는 중복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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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의 주요 배경으로는 관계의 종료와 이탈이 꼽혔다. 전체 분석 대상 사건 약 80건 중 37건(46.3%)은 친밀관계가 끝나거나 상대방이 관계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상대방에 대한 질투나 새로운 연인이 생긴 데 따른 공격은 25건(31.3%)이었다. 관계의 종료가 공격으로 이어진 경우가 77.5%에 달하는 셈이다.

최근 발생한 사건에서도 이 같은 특징이 드러났다. 송파구 장모 살해 사건의 20대 남성 A씨는 자신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진행하던 아내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제주 부녀 사망 사건의 40대 남성 역시 전 부인과 이혼소송을 진행 중이었다.

유형별로 보면 배우자나 연인과 자녀, 부모 등 가족 구성원을 함께 겨냥한 공격이 27건(33.8%), 가족에게 대신 보복한 공격이 24건(30.0%), 새 연인이나 관계를 방해한다고 여긴 사람을 공격한 사례는 17건(21.3%)이었다. 가족을 직접 겨냥하거나 가족에게 보복한 사건이 전체의 63.8%에 달했다.

연구팀은 “직접 피해자에 대한 접근만 차단하고 가족이나 새 연인의 위험 노출을 함께 고려하지 않으면 공격 대상이 관계 밖 사람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놓칠 수 있다”며 “가족을 위협한 적이 있는지, 가족의 주거지를 찾아가거나 사진을 촬영했는지도 별도의 위험신호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최서은 기자 cielo@khan.kr

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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