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통일 포기해야”…국정원장 측근 만났던 러 전문가 ‘北대화 조건’ 주장 [배틀라인]

권윤희 2026. 10. 1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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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최고 한반도 전문가가 한국이 북한과 대화하려면 헌법상 통일 구상을 공식적으로 포기하고 비핵화도 대화 의제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 원장과 지난 6월 모스크바에서 비공개 전략대화를 나눈 러시아 전문가가 북한과 대화하려면 한국이 헌법상 통일 구상을 공식적으로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일 러시아국제문제위원회(RIAC)에 따르면 게오르기 톨로라야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중국·현대아시아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난 6월 23일 발표한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 판도'라는 기고문에서 "한국이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려면 북한 비핵화를 대화 의제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핵무장과 남북 분단을 전제로 한국과의 관계 복원을 제안하는 러시아 최고 한반도 전문가 톨로라야의 구상은 평화통일과 비핵화를 추진하는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과 차이가 뚜렷한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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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최고 한반도 전문가 톨로라야
6월 모스크바서 韓측과 비공개 대화
13일 뒤 “北비핵화도 의제서 빼야”
이재명 정부 평화공존 정책과 충돌
[배틀라인 3줄 요약]
● 러시아 최고 한반도 전문가가 한국이 북한과 대화하려면 헌법상 통일 구상을 공식적으로 포기하고 비핵화도 대화 의제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그는 북한의 핵무장과 남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전제로 북중러 중심의 전략협력을 강조했다.
● 최근 남북한을 방문한 해당 전문가는 한러관계 복원을 촉구했으나,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북러 군사협력 확대, 대북제재 및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둘러싼 양국의 입장 차이가 관계 개선의 주요 변수로 남아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핵을 묘사한 인공지능 생성 자료. 서울신문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 원장과 지난 6월 모스크바에서 비공개 전략대화를 나눈 러시아 전문가가 북한과 대화하려면 한국이 헌법상 통일 구상을 공식적으로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이 북한 비핵화도 대화 의제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했다.

“北비핵화 의제서 제외하고 통일 구상도 공식 포기해야”

19일 러시아국제문제위원회(RIAC)에 따르면 게오르기 톨로라야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중국·현대아시아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난 6월 23일 발표한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 판도’라는 기고문에서 “한국이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려면 북한 비핵화를 대화 의제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이 헌법에 명시된 한반도 통일, 즉 북한 흡수라는 구상도 공식적으로 포기하는 것이 대화의 핵심 조건이라고 했다.

그는 6월 8~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이후 북중러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면서, 북중러와 한미일 사이의 군사·정치적 세력균형이 앞으로 동북아 안보질서를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톨로라야는 시 주석의 방북 이후 북중 양국의 공식 발표에서 북한 핵프로그램과 비핵화에 관한 언급이 빠진 점에도 주목했다. 그는 이를 중국이 북한의 핵무장을 사실상 묵인한 것으로 해석했다. 중국도 러시아에 이어 북한을 동북아 전략균형의 주요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3년 말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이후 북한을 통일 지향 국가가 아닌 핵전력을 보유한 독립국가로 재정립했다고도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2024년 최고인민회의에서 통일 관련 기구를 폐지하는 등 남북관계의 정책 전환을 구체화했다.

韓, 흡수통일 불추구 선언…평화통일·비핵화 목표는 유지

이재명 정부는 이미 ‘흡수통일 불추구’를 공식화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 체제 존중 ▲흡수통일 불추구 ▲일체의 적대행위 불추진을 대북정책 3대 원칙으로 제시했다. 정부는 올해 4월 공개한 제5차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2026~2030)에도 이 원칙을 담았다.

정부는 북한 체제를 존중하면서 평화통일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제5차 기본계획에서도 일방적인 체제 흡수나 인위적 방식의 통일을 배제하고 평화공존에 기반한 통일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규정하고, 제4조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의 수립과 추진을 명시하고 있다. 톨로라야는 헌법상 통일 구상을 북한 흡수와 동일시했지만, 한국 정부는 흡수통일을 배제하면서 평화통일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추진하면서도 북핵문제 해결을 정책 목표로 유지하고 있다. 올해 2월 발표한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에서 ‘전쟁과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을 목표로 제시하고 교류·관계정상화·비핵화를 포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8월 하반기 업무보고에서도 흡수통일론을 배제한 새로운 통일방안 논의를 추진하는 한편,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을 위한 단계적 접근 방침을 재확인했다.

6월 김성배 원장과 비공개 전략대화…한반도 안보 논의

톨로라야는 주한 러시아대사관 공사와 러시아 외무부 제1아시아국 부국장을 지낸 한반도 전문가다. 2019년부터 2024년 4월까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에서 러시아 측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광범위한 대북제재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톨로라야는 지난 6월 10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과 RIAC가 모스크바에서 개최한 비공개 ‘러시아·한국 전략대화’에 러시아 측 전문가로 참석했다. 한국 측에서는 이종석 현 국정원장의 통일부 장관 재임 당시 정책보좌관을 지낸 김성배 원장 등이 참석했다. RIAC는 양측이 한러관계 발전 가능성과 한반도 안보 상황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장 측근의 방러를 놓고 뒤늦게 논란이 일자 13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학술교류를 위한 방문이었다며 북러 군사협력 심화에 따른 군사기술 이전 우려를 러시아 측에 전달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당시 비공개 전략대화에서 톨로라야가 한국의 통일·비핵화 정책에 관해 어떤 입장을 밝혔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그는 회의 13일 뒤 발표한 기고문에서 헌법상 통일 구상 포기와 북한 비핵화 의제 제외를 남북대화 재개의 조건으로 제시했다.

최근 남북한 방문·러 방송 출연…한러관계 복원 촉구

톨로라야는 8일 러시아 매체 베스티 인터뷰에서 한국을 러시아의 비우호국 가운데 가장 우호적인 나라로 평가하며 양국의 정치·경제 관계 복원을 촉구하기도 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해 여러 전문가와 대화를 나눴다는 그는 한국이 미국과 서방의 반대를 과도하게 의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러관계 복원을 방해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한국이 서방의 입장보다 자국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톨로라야의 한러관계 복원론은 러시아가 북한과 군사·경제 협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나왔다.

북러는 2024년 6월 체결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 유사시 군사원조 조항을 명시했다. 안드레이 포델리셰프 신임 주북 러시아대사는 지난 10일 인터팍스 인터뷰에서 양국이 무역·투자·교통물류·에너지 분야의 협력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외교당국은 한국의 대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대해서는 경고를 이어가고 있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지난달 25일 타스통신 인터뷰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을 제공하면 한러관계에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이 서방의 대러제재에 동참하는 정책을 중단하지 않는 한 양국관계 개선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북러 군사협력과 대북제재 문제도 한러관계의 쟁점으로 남아 있다. 러시아는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계기로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한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응하기 위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체제에 참여하고 있다.

북한의 핵무장과 남북 분단을 전제로 한국과의 관계 복원을 제안하는 러시아 최고 한반도 전문가 톨로라야의 구상은 평화통일과 비핵화를 추진하는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과 차이가 뚜렷한 양상이다.

한편 톨로라야는 8일 언론 인터뷰에서 최근 한국과 북한을 각각 방문했다고 밝히면서, 특히 북한에서는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 전투에 참가했다가 전사한 북한군을 기리는 추모시설에서 눈물을 쏟았다며 북한 당국의 전사자 예우를 높이 평가했다.

10일(현지시간) 국정원 산하 국책연구기관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과 러시아국제문제위원회(RIAC)가 모스크바에서 개최한 비공개 ‘러시아·한국 전략대화’에 러시아 측 전문가로 참석한 게오르기 톨로라야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중국·현대아시아연구소 수석연구원. 톨로라야는 주한 러시아대사관 공사와 러시아 외무부 제1아시아국 부국장을 지낸 러시아 최고 한반도 전문가다. 2019년부터 2024년 4월까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에서 러시아 측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광범위한 대북제재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2026.6.10 RIAC 자료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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