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처럼…‘보이지 않는 김도영’이 게임을 움직인다

안승호 기자 2026. 10. 19.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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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김도영이 지난 18일 준플레이오프 광주 2차전 1회말 1사 2루에서 볼넷으로 출구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스포츠경향 안승호 기자] KIA 김도영은 지난 17일 진행된 LG와 준플레이오프 광주 1차전에서 홈런 2개 포함 4타석 3타수 2안타 4타점으로 활약했다. 5-1로 승리한 경기에서 팀 득점 지분이 압도적이었다.

김도영은 18일 2차전에서는 4타석 2타수 무안타에 볼넷 1개를 얻었다. 경기 기록지에는 담긴 숫자로는 1차전 활약은 두고두고 조명되더라도 2차전 움직임은 누군가의 기억에 잠들어 있을 수 있다.

사실 야구는 기록경기가 아니다. 어떤 종목보다 다채로운 기록으로 경기를 해석하고 평가할 수단이 많을 뿐으로 경기마다 개인 공헌도를 기록으로 모두 재단할 수도 없다. 더구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작동하는 시장 경제처럼 보이지 않는 이름으로 인해 게임이 움직이는 경우도 꽤 있다.

LG-KIA의 준플레이오프 광주 2차전도 그렇게 전개됐다.

KIA 김도영. KIA 타이거즈 제공

승부가 꿈틀댄 것은 1회말 1사 뒤 박재현이 좌전안타로 출루하면서부터였다. 3번 김도영 앞에 주자가 생겼다. KIA로서는 의도한 장면을 만들었다. 반대로 LG는 가급적 피하려 했던 ‘유주자 상황의 김도영 타석’이라는 위기를 맞았다.

조건이 충족되면서부터 야구는 달라진다. 마운드에는 다양한 구종과 제구 능력을 자랑하는 LG 베테랑 임찬규. 정규시즌 막바지부터 전날 준플레이오프 1차전까지 LG 투수들의 포심 패스트볼에 초구 또는 2구째에 반응해 큰 타구를 생산했던 김도영에게 임찬규 역시 초구부터 패스트볼로 승부를 볼 가능성은 극도로 희박했다.

어떤 식으로든 ‘탐색’하는 유인구 하나를 던질 것으로 짐작하는 시선이 우세하던 때에 1루주자 박재현은 1루를 떠나 여유 있게 2루 도루에 성공했다. 박재현이 뛰는 사이 임찬규가 던진 초구는 시속 103㎞짜리 초저속 커브였다.

순간 1루가 비었다. LG 배터리는 다시 망설이게 된다. 고의4구 같은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김도영을 1루로 보낸다. 그때부터 김도영은 1루주자일 뿐이지만 보통의 1루주자와는 또 다르다. 1사 1·2루에서 KIA 4번 카스트로 타석. LG 배터리와 내야진은 내야 땅볼에 이은 병살을 노리는 대응을 하는 수순. 그래서 내야 땅볼에 이은 병살 처리를 하려면 1루주자도 어느 정도 베이스에 묶어놔야 하는데 이번에는 1루주자가 발 빠른 김도영이다.

1루수가 베이스를 시야 밖에 두고 멀리 나와 수비 위치를 잡기 어려운 가운데 카스트로의 타구는 공교롭게 1루수 옆을 흘러 우전안타로 연결됐다. 1루수가 1루주자 견제를 포기하고 수비 위치 잡았다면 1루수 앞 땅볼로 시작하는 병살 처리도 기대했을 만한 타구는 우전 적시타가 돼 KIA에 선취점을 안겼다.

KIA는 박재현부터 김도영, 카스트로까지 이어진 타순에서 초반 흐름을 잡으며 1회에만 5점을 뽑아냈다. 사실상 이날 경기의 가장 큰 승부처였다.

하이파이브하는 김도영. KIA 타이거즈 제공

특정선수가 맹활약을 하든 잠잠하든, 그의 이름으로 큰 게임이 움직이는 경우는 종종 있다. 1993년 한국시리즈에서 해태 이종범이 그랬고, 1999년 포스트시즌에서 롯데 외인타자 펠릭스 호세가 그랬다. 2022년 포스트시즌에서 준플레이오프를 시작으로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온 키움의 이정후도 그해 가을 존재감이 대단했다. 이 중에서도 ‘보이는 않는 곳’에서도 게임을 흔드는 파워는 김도영이 가장 세 보인다. 김도영으로 인해 올해 가을야구 벤치 싸움까지 어느 해보다 치열해졌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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