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을 기다렸다…테슬라 '로드스터', 이번엔 정말 하늘로 떴다

김광우 기자 2026. 10. 1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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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테슬라(Tesla)는 신형 로드스터(Roadster) 예약을 받으면서 5만 달러(약 6,700만 원)를 요구했다.

9년 전 20만 달러(약 2억 6,900만 원)라고 예고했던 숫자도 이날은 언급되지 않았다.

예약금은 성능 트림 5만 달러, 추력 트림 25만 달러다.

지금으로서는 예약금 5만 달러를 먼저 낸 사람들만 그 답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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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로백 1초, 흰 차체가 무대 위에서 공중제비를 돌았다
  • "안전은 목표가 아니다"라던 머스크, 그리고 "이거 장난이죠?"라고 받아친 유튜버
테슬라의 '로드스터'가 날아 올랐다. (사진=테슬라 유튜브 캡처)

2017년 11월, 테슬라(Tesla)는 신형 로드스터(Roadster) 예약을 받으면서 5만 달러(약 6,700만 원)를 요구했다. 카드로 5천 달러를 긁고 열흘 안에 45,000달러를 송금하면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려주겠다는 조건이었다. 차를 실제로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들이 그때 들은 약속은 "2020년에 시작한다"는 한 줄이었다.

9년이 지났다. 지난 15일 저녁, 미국 텍사스주 웨이코 인근 스페이스X 매그레거 시험장에서 그 차가 다시 나타났다. 흰색 스포츠카가 거꾸로 세워진 경사로를 타고 올라가더니 공중에서 몸을 돌려 방향을 틀고, 이내 포장도로 위로 스스로 미끄러지듯 내려앉았다. 차체를 띄우고 돌린 건 차 안에 심어둔 추진기와 흡입 장치였다. 이어진 장면은 더 이상했다. 달리는 차가 사이버캡, 사이버트럭, 테슬라 세미, 모델 Y, 모델 3를 차례로 뛰어넘었다. 차 밑으로 압축 공기가 뿜어져 나왔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60마일(약 96km)까지 걸린 시간은 1초를 넘기지 않았다. 일론 머스크(Elon Musk) 최고경영자(CEO)는 무대에서 "이건 실제로 도로를 달릴 차"라며 "차가 스스로 몸을 띄우고, 원할 때 언제든 이런 기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산 시점으로 그가 내놓은 답은 2028년이다. 값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9년 전 20만 달러(약 2억 6,900만 원)라고 예고했던 숫자도 이날은 언급되지 않았다.

트림은 '성능·추력·로켓' 셋…로켓은 돈을 내도 못 산다

공개된 등급은 세 갈래다. 기본형인 '성능'은 2인승에 능동형 공기역학 장치를 달았고, 트랙 안팎에서 접지력을 끌어올리는 다중 모드 흡입 시스템을 갖췄다. 테슬라의 표현대로 '도로 주행 준비 완료'다. 가운데 등급 '추력'은 차체 뒤쪽에 냉가스 추진기를 붙여 1초 미만의 제로백을 구현한다. 이 역시 2인승이고 '레이스 준비 완료'로 소개됐다.

문제는 맨 위 등급이다. '로켓'은 1인승으로, 차 주위에 냉가스 추진기 10기를 둘러 배치하고 '완전 비행 시스템'을 얹었다. 테슬라가 '공중 준비 완료'라고 부르는 모델인데, 명칭 그대로 초청 전용이다. 예약 페이지를 열어도 신청 버튼이 없다.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등급을 굳이 카탈로그에 올려둔 셈이다. 세 등급 모두 1회 충전 주행거리 300마일(약 483km), 최고속도 시속 230마일(약 370km)을 넘는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예약금은 성능 트림 5만 달러, 추력 트림 25만 달러다. 9년 전과 똑같은 액수다. 다만 그때는 4인승에 620마일(약 998km) 주행거리를 약속했지만, 이번에 내놓은 차는 2인승에 300마일이다. 10년 가까이 기다린 예약자 입장에서는 차종이 사실상 다른 물건으로 바뀐 셈인데, 회사는 그 대목을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압축 공기 600리터…그 뒤에 따라붙은 '폭발의 이력'

시연의 핵심은 냉가스 추진기다. 테슬라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 라스 모라비는 무대에서 이 차가 600리터의 압축 공기를 추진기 10기에 연결해 차체를 들어 올리고 공중에서 회전시킨다고 설명했다. 공기 탱크는 다시 채울 수 있다고 했다.

눈에 걸리는 건 동력원의 출처다. 테슬라는 공식 엑스(X) 계정에 "차 안에서 쓸 수 있는 빈 공간마다 탄소섬유 외부 보강 압력 용기를 채워 넣었다"고 적었다. COPV는 스페이스X 로켓의 여러 폭발 사고에서 원인으로 지목돼 온 부품이다. 발사체에서 검증된 고압 저장 기술을 승용차에 그대로 옮겨 심은 동시에, 그 기술에 붙어 있던 사고 이력까지 함께 실어 온 셈이다.

테슬라가 별도로 준비해 온 흔적도 있다. 미국 특허청이 지난달 말 공개한 덕티드 팬(ducted fan) 시스템 특허에는 전동 팬으로 제동 안정성을 높이고 코너링 속도와 다운포스를 끌어올리며 항력을 줄이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시연에서 차체를 띄운 것도 추진기 단독이 아니라 고출력 팬과 추진기를 함께 쓴 결과였다.

안전에 대한 머스크의 태도는 이번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올해 초 한 팟캐스트에서 "페라리를 산다면 안전이 첫 번째 목표는 아니다"라며 "안전이 최우선이라면 로드스터를 사지 말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이 차에서 누구도 죽이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덧붙였다. 초고가 스포츠카의 통상적인 안전 담론과는 결이 다른 화법이다.

디자인은 각을 세웠다…007 차량이 행사장에 함께 걸렸다

새 로드스터는 9년 전 시제품의 유선형 실루엣을 버리고 각진 조형으로 갈아입었다. 순백으로 등장한 차체는 람보르기니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을 들었고, 영화 '007' 시리즈에서 등장한 로터스 에스프리와도 닮았다는 얘기가 나왔다. 실제로 그 차를 소유한 머스크는 이날 행사장에 실물을 함께 전시했다. 테슬라는 다른 게시물에서 "디자인은 SR-71과 F-35 전투기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우리의 디자인 언어는 S3XY에서 사이버트럭, 사이버캡, 옵티머스로 진화해 왔다"고 적었다

9년의 지연, 그 사이 테슬라가 향한 곳은 차가 아니었다

2017년 11월 16일 테슬라 세미 공개 행사 말미에 깜짝 등장했던 2세대 로드스터는 당시만 해도 평범한 고성능 전기차의 청사진이었다. 4인승, 620마일 주행거리, 제로백 1.9초, 기본 가격 20만 달러. 양산은 2020년에 시작한다는 약속이었다.

약속은 여러 번 갈아치워졌다. 2020년에는 "1년 반 안에", 2021년에는 "2022년", 그해 9월에는 "2023년", 2023년 주주총회에서는 "2024년"으로 밀렸다. 2024년 10월 실적 발표에서는 "2025~2026년", 2025년 11월에는 "2027년 또는 2028년"이 됐다. 2025년 11월 주주총회에서 1조 달러 규모 보상 패키지를 받은 직후 공개 시점을 만우절인 2026년 4월 1일로 미루면서 머스크가 남긴 말은 "혹시 또 미뤄도 '농담이었다'고 할 수 있으니 면책이 된다"였다. 이 프로젝트가 어떤 성격인지 스스로 요약한 발언이었다.

지난 10월 1일로 잡았던 행사도 악천후로 두 주 밀려 이번 15일로 옮겨졌다. 야외에서만 할 수 있는 시연이라는 게 이유였다.

기다린 사람들의 반응은 곱지 않았다. 유튜버 마르케스 브라운리(Marques Brownlee)는 "무대에 올라 '4000파운드(약 1.8t)가 넘는 차가 공중제비를 돌고 음속의 절반(시속 380마일 이상)으로 달릴 수 있으며 2028년에 출시된다'고 말했다"며 "이거 장난이죠?"라고 적었다. 샘 알트만도 예약자 신분으로 이런 지연을 공개적으로 지적한 인물 중 하나다.

수익이 아니라 상징…그래서 더 궁금한 2028년

머스크 본인이 이 차의 성격을 규정했다. 2023년에는 "작은 감자(small potato) 같은 일"이라며 재무적으로 판을 바꾸는 차가 아니라고 했고, 이번 이벤트에서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 모닝스타의 세스 골드스타인 애널리스트는 이 차가 지금 비어 있는 테슬라의 '할로카' 자리를 채울 것이라고 봤다. 브랜드의 기술력을 과시하는 최상위 모델이 없다는 공백을 로드스터로 메운다는 논리다. 다만 그의 연간 판매 전망치는 2,000대 수준이다. 테슬라가 지난해 판매한 160만 대와 견주면 반올림하면 사라지는 숫자다.

그럼에도 이 차가 나온 배경에는 공백이 있다. 테슬라가 운전대 달린 승용차를 새로 내놓은 건 2019년 3월 모델 Y 이후 없다. 그사이 회사가 밀어붙인 건 운전대 없는 자율주행차와 휴머노이드 로봇이었다. 로이터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해 옵티머스 생산 공간을 확보하려고 모델 S와 X 판매를 중단했고, 사이버캡을 내놨다. 판매 부진을 겪은 사이버트럭과 달리 모델 Y는 세계 최다 판매 차종이 됐지만, 정작 새로 사려는 사람에게 보여줄 새 승용차는 없는 상태였다.

테슬라 사장을 지낸 존 맥닐(Jon McNeill)은 월스트리트저널에 "초고가·저생산 차량이 휴머노이드 로봇 같은 장기 사업이 수익을 낼 때까지 현금흐름을 개선할 수 있다"며 페라리 사례를 들었다. 적게 팔고 비싸게 받으면 남는 장사가 된다는 계산이다.

끝내 남은 질문 하나

머스크는 무대에서 "테슬라와 스페이스X 엔지니어들이 머리를 맞대 어떤 영화에서도 보지 못한 것, 제임스 본드 차보다 나은 무언가를 만들어냈다"고 했다. "이 아이디어를 팀에 제안했을 때 내가 미친 건가 싶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가 남긴 마지막 카드는 시연장 밖에 있었다. 에빌 나이벨(Evel Knievel)이 1974년 스팀 로켓으로 건너려다 실패한 스네이크 리버 캐년을 이 차로 뛰어넘는 시도에 나설 수도 있다는 언급이었다. 자동차 회사의 신차 공개 자리에서 나올 말은 아니다.

결국 이번 공개는 차보다 쇼에 가까웠다. 시연은 원격 조작으로 이뤄진 짧은 부양이었고, 그 차는 도로 주행이 가능한 상태가 아니었으며, 공개된 기술이 공도에서 합법인지도 이날 확인되지 않았다. 테슬라는 2028년을 말했지만 값은 비워뒀고, 냉가스 추진기의 실용성은 여전히 검증되지 않았다. 로드스터는 테슬라가 만드는 마지막 인간 운전 차량이 될 예정이다. 그 마지막 차가 도로 위를 달릴지, 아니면 무대 위 공중에 뜬 채로 시간을 또 흘려보낼지는 2028년이라는 날짜가 지켜지는지로 판가름 난다. 지금으로서는 예약금 5만 달러를 먼저 낸 사람들만 그 답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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