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핑크 윤보미 "내가 바라는 강아지로 만들려 하지 말고 기다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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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에이핑크 멤버 윤보미(33)가 유기동물 임시보호 경험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에서 열린 '2026 서울 동물행복페스타'에서 만난 윤보미는 유기동물 입양이나 임시보호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기다림'을 당부했다.
같은 그룹 멤버 박초롱과 유기동물 보호소 봉사와 사료 기부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사람과 함께 사는 경험이 필요한 동물에게 적응할 시간을 주고, 보호소에서 지내기 어려운 동물에게는 따뜻하고 안전한 공간을 제공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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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교감도 보호소 동물에게는 큰 변화"
"내 즐거움보다 동물의 평생 책임질 마음 필요"

"처음에는 사랑을 주면 일주일 안에 애교도 부리지 않을까 했어요. 그런데 '설탕이'랑 5년을 지냈는데 지금도 오라고 하면 안 오거든요." (웃음)
에이핑크 윤보미
그룹 에이핑크 멤버 윤보미(33)가 유기동물 임시보호 경험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반려견 설탕이는 겁이 많아 보호소에서 자꾸 눈길이 가던 개였다. 집으로 데려와 함께 살면 금세 마음을 열 줄 알았지만, 변화에는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도 안으려 하면 피하곤 한다. 그래도 주변 사람들은 "정말 많이 좋아졌다"고 말한다.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에서 열린 '2026 서울 동물행복페스타'에서 만난 윤보미는 유기동물 입양이나 임시보호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기다림'을 당부했다. 이날 행사에는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는 유기견들과 스타들이 함께 걷는 '핌키 레드카펫 입양제'가 마련됐다. 그는 당초 개농장에서 방치됐다 구조된 뒤 줄곧 보호소에서만 지내온 '공주'와 레드카펫을 걸을 예정이었지만 기상 악화로 오후 행사가 취소되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인터뷰에는 입양 문의가 없어 이번 행사를 통해 새 가족을 만나려던 진도믹스견 '럭키'와 함께했다.
"애교를 부렸으면 좋겠고, 부르면 왔으면 좋겠고, 뽀뽀했으면 좋겠고…. 사람은 자기가 바라는 강아지로 만들려고 하잖아요. 그러다 기대와 다르면 상처받기도 하고요. 내가 생각한 강아지로 맞추려 하지 말고 기다려 줬으면 좋겠어요."
네 마리를 가족으로 맞은 반려인

윤보미는 '유기견 입양 홍보대사'로 불릴 만큼 유기동물 입양 문화 확산에 앞장서 왔다. 같은 그룹 멤버 박초롱과 유기동물 보호소 봉사와 사료 기부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용인시 유기동물 입양 촉진 홍보대사'로 위촉되기도 했다.
윤보미는 친언니와 함께 설탕이(9세 추정), 소금이(5세), 후추(3세 추정), 축복이(1세) 네 마리를 가족으로 맞았다. 한집에서 네 마리를 돌보다, 현재는 따로 살면서 윤보미가 설탕이와 소금이를, 친언니가 후추와 축복이를 보살핀다.
처음부터 여러 마리를 입양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어린 시절부터 키운 반려견 두 마리를 떠나보낸 뒤에는 다시 개를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데뷔 후 반려견이 세상을 떠났을 때는 가족들이 그가 힘들어할까 봐 소식을 바로 전하지 못했다. 몇 달 뒤에야 소식을 듣고 일주일 내내 울었다고 했다.
"키우지는 못해도 워낙 동물을 좋아하니까 봉사를 다녔어요. 그러다 마음이 가고, 계속 눈에 밟히는 친구들이 생겼어요."

설탕이도 그렇게 만났다. 설탕이는 보호소에 봉사하러 갔다 박초롱과 임시보호를 시작했는데 1년 동안 새 가족이 나타나지 않았고, 두 사람이 따로 살게 되면서 윤보미가 입양했다. 후추는 친언니가 학대당한 개들의 영상을 보고 강아지를 한 달간 임시보호하기로 했는데, 정이 깊어지며 캐나다 입양을 하루 앞두고 가족이 됐다. 축복이는 개농장에서 구조된 엄마개가 보호소에서 낳은 강아지다. 소금이는 동생의 친구 반려견이 낳은 강아지를 데려왔다.
조미료에서 따온 이름에도 사연이 있다. "음식 이름을 지으면 오래 산다"는 이야기에 박초롱이 설탕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소금과 후추로 이어졌다. 축복이에게는 '간장'이라는 이름을 붙일 생각도 했지만 보호소에서 얻은 이름을 그대로 뒀다. "너무 축복 같은 아이여서 이름을 바꾸면 안 되겠더라고요."

동물을 돌보고 싶은 마음은 어릴 때부터 있었다. 부모님이 운영하던 슈퍼마켓에 드나들던 동네 고양이들을 보살폈고, 초등학생 때는 친척 동생과 신문지를 들고 지하철을 타고 보호소를 찾아갔다.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지는 못했지만, 친언니와 함께 동물의 가족을 찾는 전단지를 붙이고 동물 관련 영상을 접하면서 다시 봉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 본인 생일에도 함께 봉사하러 가자고 하는 박초롱 역시 영향을 준 사람이다.
"봉사라고 하면 땀 흘리며 치우는 일을 생각하지만, 사람 손길을 많이 받지 못한 겁 많은 친구들 옆에 앉아 있어 주는 것도 중요해요. 가만히 앉아 기다리는 게 오히려 힘들기도 하죠. 그런데 그런 작은 교감 하나가 아이에게는 큰 변화를 줘요."
임시보호, 새 가족 만나도록 돕는 징검다리

윤보미는 임시보호를 동물들이 새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돕는 '징검다리'라고 했다. 사람과 함께 사는 경험이 필요한 동물에게 적응할 시간을 주고, 보호소에서 지내기 어려운 동물에게는 따뜻하고 안전한 공간을 제공할 수 있어서다. 그러면서도 보호소 출신 동물에 대한 편견은 경계했다. "보호소에 있는 개들은 사회성이 없거나 아플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밝고 사회성 좋은 친구도 정말 많아요."
다만 임시보호 역시 책임감을 갖고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상했던 모습과 다르다는 이유로 쉽게 돌려보내면 동물에게 또 한 번의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짖거나 배변을 가리지 못한다고 포기하기보다, 저마다 다른 성향과 적응 속도를 이해해 달라는 것이다.

유기동물이 계속 생겨나는 현실에 대해서는 중성화되지 않은 마당개의 번식, 불법 번식장과 펫숍을 통한 거래 등을 문제로 꼽았다. 윤보미는 "돈만 내면 물건 사듯 생명을 쉽게 살 수 있는 방식은 없어져야 한다"며 "끝까지 돌볼 준비가 돼 있는지 충분히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물학대 행위자가 다시 동물을 기르지 못하도록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변화가 느껴지는 순간도 있다. 반려견과 하루 두 차례쯤 산책하다 보면 예전보다 믹스견을 자주 만난다. 산책길에서 만난 보호자들과 어느 보호소에서 입양했는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윤보미는 "그럴 때마다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느낀다"며 노령견이나 장애견, 덩치가 큰 개도 편견 없이 바라봐 달라고 했다.
윤보미가 동물을 입양하려는 이들에게 마지막으로 ‘책임감’을 강조했다. "소중한 생명을 가족으로 맞는 데는 큰 책임감이 필요해요. 내 행복이나 재미, 잠깐의 호기심 때문에 입양하는 게 아니라 그 아이의 삶을 끝까지 책임져 줄 수 있는 가족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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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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