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들)〉 논란은 왜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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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이 거세다.
손 교수는 "〈암살자(들)〉의 역사 재현이 유달리 문제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영화 자체가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영화의 논란을 보수 극우 진영이 어떻게 '정치 자원화'하는지가 훨씬 중요한 문제로 보인다"라고 답했다.
"역설적으로 이들은 '박정희와 육영수의 죽음을 모욕하지 말라'고 외치면서 일종의 '진보 운동'을 하는 것이다. 스스로 '부패한 민주당'을 견제한다는 믿음 때문에 격렬해지는 양상이다." 이어 손 교수는 "주진우 의원이 유해진 배우를 '북한상'이라고 좌표 찍는 순간 극우 유튜브 생태계에서 장사가 되는 구조가 되었다. 영화 〈암살자(들)〉을 사건이라고 칭한다면 그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자유'가 이 영화를 방어하는 핵심 키워드가 됐는데, 정작 자유의 조건에 대해서는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시대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자유'만을 이야기하면, 그동안 비판해온 혐오와 극우 논리에도 정당화의 무기를 쥐여줄 수 있다." 영화 〈암살자(들)〉 논란을 계기로 우리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서로 다른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비판하고 다투면서도 공존하려면 최소한의 공동 규범과 가치가 필요하다. 그 토대 위에서는 서로 격렬하게 싸울 수도 있지만, 그마저 사라지면 사실상 내전 상태로 갈 수 있다. 이미 12·3 내란을 겪은 만큼 이는 추상적인 위험이 아니다. 이전의 정치 양극화와는 다른 단계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우리 사회가 공유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약속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이 지금은 상당히 긴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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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이 거세다. 1974년 8월15일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기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실제 사건에 영화적 상상력을 결합한 팩션(Faction) 장르다. 그러나 사건의 배후에 박정희 정권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암시되면서 정치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 가족의 비극을 조롱한 패륜 영화”라고 비난하며 보이콧과 상영 중지를 요구하는 한편, 영화계에서는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반발이 이어진다.
우선 영화 〈암살자(들)〉이 ‘박정희 배후설’을 담고 있는가. 실제 대사 중 ‘중정 윗선’이라는 표현이 나오지만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등장하는 장면은 초반 몇 초에 불과하다. 영화를 관람한 이들마다 해석이 분분하다. 성상민 영화평론가는 영화가 “박정희가 개입하지 않았겠느냐는 의심을 유도하지만 확실하게 결론 내리지는 않는다”라고 봤다. 그는 올리버 스톤의 1991년작 〈JFK〉의 “열화된 버전 같다”라고 말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에 FBI, CIA, 국방부 등 미 정부 기관이 연루되었다는 내용을 담아 사회적 파장을 몰고 왔다. “그에 비해 〈암살자(들)〉은 (배후와 관련해) 다소 두루뭉술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이렇게 열을 내는 게 일종의 촌극처럼 보일 정도다.”
영화에 담긴 의혹 자체가 새로운 것도 아니다. 21년 전인 2005년,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와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 시사 다큐 프로그램에서 사라진 탄두와 허술한 경호, 부실 수사 정황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독재정권 아래서 불완전하게 남은 기록들이 음모론으로 이어진 셈이다. 〈암살자(들)〉이 ‘북한 공작원에 의한 암살 시도’라는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다는 지적에 대해 성상민 평론가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의 근현대사에는 기록이 불분명하거나 공백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역사에서 끊긴 고리를 나름대로의 상상력으로 연결하는 것이 픽션이 가지는 힘이다.”
그러나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실과 상상을 결합하는 팩션 장르가 극우 프로파간다에도 자주 활용되는 방식임을 짚는다. “중요한 인물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으면 그 공백 자체가 텍스트가 된다. 극우 텍스트를 분석할 때 노무현 전 대통령과 5·18 민주화운동을 직접 언급하지 않더라도 암묵적으로 의미가 공유되는 것과 비슷하다.” 영화에 박정희가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개입을 암시했다고 보느냐는 반박은, 그동안 극우나 혐오 표현을 비판해온 논리를 스스로 부정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9월28일 영화 제작진은 특정한 정치적 목적이 없었다며 “작품을 창작의 산물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허진호 감독도 10월2일 JTBC 인터뷰에서 “이 영화가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을 지시한 영화라는 어떤 재단을 해놓고 보신다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애초에 분리돼서 생각했다”라며 ‘박정희 배후설’에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영화 외적인 논란에 대해서는 이렇게 언급했다. “내가 이야기를 만들 때 ‘어느 집단의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싫어할 것 같다’ ‘이것이 사회문제로 크게 될 것 같다’ 이런 검열을 하는 것이 창작자에게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다.”
실제 역사극을 둘러싼 왜곡 논쟁은 반복돼왔다.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 사건을 다룬 〈그때 그 사람들〉(2005)은 아들 박지만씨가 명예훼손을 이유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당시 법원은 영화 일부 장면을 삭제한 뒤 상영하라고 결정했다. 〈남산의 부장들〉(2020)은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을 미화했다’는, 〈서울의 봄〉(2023)은 ‘12·12 사태와 관련해 사실과 허구를 뒤섞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건국전쟁2〉 때는 무엇이 달랐나
영화가 ‘박정희 배후설’을 다루면 안 될까? 영화평론가인 손희정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는 “극영화는 팩트일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라고 말한다. “물론 역사를 다룬다는 책임이 있고, 현재까지 피해와 고통이 이어지는 사건을 다룰 때는 훨씬 조심스러운 접근이 요구된다. 잘 만들어진 프로파간다 영화가 현실에 미치는 위험도 분명히 존재한다. 다만 대중문화 재현에서 ‘이건 되고 저건 안 된다’는 표준을 세우기는 어렵다. 사례마다 역사적 재현이 타당한지 치열하게 토론할 수밖에 없다.” 역사에 대한 논의의 장을 펼쳐놓았다면 작품은 이미 하나의 역할을 했다고도 볼 수 있다.
손희정 교수가 보기에, 한국 근현대사를 유사한 톤과 내용, 신파를 섞어 만든 역사극은 이전에도 많았다. 〈변호인〉 〈택시운전사〉 같은 영화들이 대표적이다. 한국 영화계에서 흥행성이 어느 정도 검증된 장르이기도 하다. 〈암살자(들)〉은 왜 이례적 사건이 되었나. 손 교수는 “〈암살자(들)〉의 역사 재현이 유달리 문제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영화 자체가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영화의 논란을 보수 극우 진영이 어떻게 ‘정치 자원화’하는지가 훨씬 중요한 문제로 보인다”라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영화 제작진에 대한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요구하고 법적 조치를 거론하는 한편, 중국 자본 투입 의혹까지 제기했다. 제작사는 “중국 자본이 유입된 사실은 전혀 없다”라고 반박했다. 스크린 너머로 심상치 않은 일들이 벌어진다. 무대 인사와 부산국제영화제 행사가 ‘안전 문제’로 잇따라 취소되는 가운데, 극우 성향 단체가 배우 유해진씨 집 앞에서 ‘사과하라’는 시위를 열자 경찰은 신변 보호조치에 나섰다. 10월6일 국민의힘 의원 109명 전원은 싱가포르 국제영화제에 항의 서한을 보내 “영화 〈암살자(들)〉의 개막작 선정을 즉각 철회해달라”고 요구했다. 영화제 측은 개막작을 예정대로 상영한다고 밝혔다. 경북 구미의 한 멀티플렉스 극장에서는 〈암살자(들)〉 상영이 중단되었다.

영화를 둘러싼 공방은 일종의 ‘문화 전쟁’ 양상을 띠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암살자(들)〉 작품성이 뛰어나다며 재관람 캠페인을 제안했고, 최민희 의원은 페이스북에 ‘〈암살자(들)〉 관객 150만 돌파!’ ‘싱가포르 개막작! 매진!’ 등의 게시 글을 연달아 올리며 작품 옹호에 나섰다. 반면 국회 문체위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 영화 〈건국전쟁2〉를 제작한 김덕영 감독이 출석했던 사례를 제시하며, “당시 민주당 의원들은 ‘〈건국전쟁2〉가 제주 4·3 등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작품이라며, 왜곡된 내용이 사실로 받아들여지지 않겠느냐며 반발했다. 그런데 1년 만에 기준이 달라져서는 곤란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준이 달라진 건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암살자(들)〉을 두고 “예술적 상상력은 분명한 역사적 사실 앞에서는 멈춰야 한다”라고 한 장동혁 대표는 과거 〈건국전쟁2〉를 본 뒤 “새로운 사실에 대해서는 객관적 근거와 사실로 반박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당시 주진우 의원도 “영화 상영을 공권력으로 막아선 안 된다. 보통 진실을 두려워하는 쪽이 보고 듣는 것을 막는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암살자(들)〉에 대해선 “해외 영화제에서, 광고에서, 굿즈 시장에서, OTT에서 싹 다 퇴출시켜야 한다”라며 정반대 주장을 폈다. 〈건국전쟁2〉와 〈암살자(들)〉을 같은 선상에 두기는 어렵지만 ‘표현의 자유’가 진영 논리에 따라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돼왔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올해 5월 스타벅스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 때 정부 여당은 적극 대응에 나선 바 있다. 국가폭력 희생자를 모욕하는 행위를 규제해야 한다는 취지였지만, 불과 5개월 만에 〈암살자(들)〉이 예상치 못한 불씨를 던졌다. 〈암살자(들)〉이 표현의 자유로 허용된다면, 다른 역사적 사건에 대한 의문 제기나 비난, 조롱 등도 허용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9월28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SNS에 “5·18은 말 한마디만 잘못해도 감옥에 간다. 노무현 대통령 건드리면 줄줄이 고소·고발당한다. 박정희 대통령 모욕은 ‘표현의 자유’다. ‘표현의 자유’는 좌파의 전유물인가?”라고 썼다. 주진우 의원은 SNS에 “배재고 학생을 5·18 묘지 참배시켰듯이 패륜 영화 〈암살자(들)〉 감독, 배우, 관계자들 박정희 대통령님 묘지 앞에서 참배하고 사죄하라”고 적었다.
손희정 교수는 “이런 반지성주의가 작동하는 배경에 민주화 세력이 기득권이 되었다는 우파·극우 진영의 불안과 억울함이 놓여 있다”라고 말했다. “역설적으로 이들은 ‘박정희와 육영수의 죽음을 모욕하지 말라’고 외치면서 일종의 ‘진보 운동’을 하는 것이다. 스스로 ‘부패한 민주당’을 견제한다는 믿음 때문에 격렬해지는 양상이다.” 이어 손 교수는 “주진우 의원이 유해진 배우를 ‘북한상’이라고 좌표 찍는 순간 극우 유튜브 생태계에서 장사가 되는 구조가 되었다. 영화 〈암살자(들)〉을 사건이라고 칭한다면 그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이준웅 교수는 ‘패륜 영화’라는 일각의 평가가 시대착오적이라 지적하면서도 “‘내로남불’이라는 말을 적용하기에 딱 좋은 사건이다”라고 평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진보 진영의 입장이 ‘이중 잣대’가 아닌지 돌이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쪽에서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면 반드시 동일한 잣대가 반대편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이 교수는 역사적 사실을 부정한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데 회의적이다. “문세광 사건도 앞으로 새로운 증거가 나올 수 있다. 계속 업데이트하고 수정될 수 있는 것이 역사의 본질이다.”
급격히 늘어난 혐오성 발언들
‘5·18 폄훼’와 ‘박정희 명예훼손’을 같은 선상에 놓고 볼 수 있을까. 거센 논쟁이 잇따를 수밖에 없다. 손희정 교수는 “5·18을 왜곡하는 행위가 비판받는 것은 희생된 시민들과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를 부정함으로써 그걸 정치적 자원으로 삼으려 하기 때문이다”라고 짚는다. “반면 육영수 여사를 누가 죽였는가에 대해서는 해소되지 않은 의문이 있다. 권력자와 그 가족을 국가폭력의 피해자와 같은 층위에 놓고 모든 역사적 재현을 ‘왜곡’으로 규정하거나 ‘내로남불’이라는 말로 논쟁을 뭉뚱그리면 결국 권력에 대해 아무것도 질문할 수 없게 된다.” 어떤 표현의 자유가 용인되고, 제한되어야 하는지 양쪽의 기준이 달라서 생긴 문제다.
실제로 〈암살자(들)〉 논란 이후 정치권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다른 역사적 사건에 대한 혐오와 조롱성 발언이 급격히 늘었다. 주진우 의원은 9월30일 유튜브 라이브에서 “육영수 여사님 죽음을 패륜적으로 조리돌림하는 건 괜찮고, 내가 유해진 얼굴 이야기하는 건 문제인가. 나는 표현의 자유 없나”라고 반박했다. 그런가 하면 김태규 의원은 10월6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 도중 “우리 부엉이바위의 진실이나 하나 만듭시다”라고 발언하며 국정감사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여권 의원들의 거센 항의에 김 의원은 이렇게 말한다. “패륜 영화는 보자고 하면서 부엉이바위는 긁혀?”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이 결과적으로 ‘혐오할 자유’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신진욱 교수는 이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는가’라는 질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질문도 못 하느냐’라는 주장 아래 5·18 폄훼가 벌어진다. 윤석열도 자유민주주의를 내걸고 내란을 일으켰다. 세계 극우 정치에서도 자유는 핵심적 언어가 됐다. 오랫동안 사회가 자명하게 여겼던 헌법적 가치나 불가침의 영역에 대해 ‘왜 그것만은 질문하면 안 되느냐’며 깨뜨리는, 이른바 ‘터부 브레이킹(금기 깨기)’이 자유의 이름으로 벌어지고 있다.”
신 교수는 〈암살자(들)〉을 옹호하는 입장문 상당수가 ‘영화적 상상력’과 ‘해석의 자유’를 강조한 점에 주목했다. “결국 ‘자유’가 이 영화를 방어하는 핵심 키워드가 됐는데, 정작 자유의 조건에 대해서는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시대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자유’만을 이야기하면, 그동안 비판해온 혐오와 극우 논리에도 정당화의 무기를 쥐여줄 수 있다.” 영화 〈암살자(들)〉 논란을 계기로 우리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서로 다른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비판하고 다투면서도 공존하려면 최소한의 공동 규범과 가치가 필요하다. 그 토대 위에서는 서로 격렬하게 싸울 수도 있지만, 그마저 사라지면 사실상 내전 상태로 갈 수 있다. 이미 12·3 내란을 겪은 만큼 이는 추상적인 위험이 아니다. 이전의 정치 양극화와는 다른 단계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우리 사회가 공유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약속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이 지금은 상당히 긴급한 과제다.”
김영화 기자 you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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