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에서 불꽃비가 내렸다"…日 1500명 홀린 함안의 밤[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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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닥, 타닥.
15일 저녁, 경남 함안군 무진정.
함안 낙화놀이는 일반적인 불꽃놀이와 달리 하늘이 아닌 물 위로 불꽃을 떨어뜨린다.
함안 낙화놀이는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온 전통 불꽃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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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방문객 2024년 500명→올해 1500명…3년 새 3배로

(함안=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타닥, 타닥.
하늘로 쏘아 올리는 폭죽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요란한 폭발음 대신 불씨가 타들어 가는 소리가 귓가를 채웠다. 작은 불꽃들이 천천히 연못으로 내려앉자 관람객들은 한동안 시선을 떼지 못했다.
이날 한국관광공사와 함안군, 경남관광재단은 일본인 관광객 1500명을 대상으로 '2026 함안 낙화놀이 스페셜데이'를 개최했다.
오후 6시께 행사장 주차장에는 대형 관광버스들이 줄지어 들어섰다. 입구에서는 일본 여행사들의 깃발 아래 관광객들이 모여 행사장으로 향할 차례를 기다렸다. 낙화놀이를 기다리는 관광객들의 표정에는 설렘과 기대감이 가득했다.

40분간 불붙여 완성한 불꽃비…연못 가까이서 펼쳐진 금빛 장관
함안 낙화놀이는 일반적인 불꽃놀이와 달리 하늘이 아닌 물 위로 불꽃을 떨어뜨린다.
숯가루를 한지에 넣고 꼬아 만든 '낙화봉'을 줄에 매달아 불을 붙이는 방식이다. 불씨가 천천히 타들어 가면서 연못 위로 흩날리는 모습이 마치 꽃잎이 떨어지는 것과 닮아 '낙화(落花)'라는 이름이 붙었다.
오후 6시부터 함안 낙화놀이 보존회 관계자들이 뗏목을 타고 연못을 오가며 낙화봉에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연못 위에 걸린 낙화봉에 모두 불을 붙이는 데만 약 40분이 걸렸다.
오후 7시가 가까워지자 낙화가 점차 풍성해졌다. 주변 조명이 꺼지면서 금빛 불꽃은 더욱 선명하게 밤하늘을 수놓았다.

가장 인상적인 풍경은 연못 가까운 낮은 자리에서 펼쳐졌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볼 때보다 수면 가까이 앉아 바라볼 때 불꽃의 움직임과 물에 비친 빛이 더욱 또렷했다. 바람이 불면 불씨가 한꺼번에 흩날렸다. 가까운 자리에서는 재가 얼굴과 옷에 묻기도 했지만, 연못 위에서 펼쳐지는 낙화의 장관에 모두가 시선을 빼앗겼다.
오후 7시를 넘어서자 낙화놀이는 절정으로 향했다. 주요 내빈들이 낙화봉을 매단 줄을 흔드는 '줄치기'에 나섰고, 이어 다른 참석자들도 차례로 줄치기에 참여했다.
줄이 흔들릴 때마다 금빛 불씨가 한꺼번에 쏟아져 내렸다. 마치 연못 위에 거대한 금빛 커튼을 펼쳐 놓은 듯했다. 바람이 살랑일 때마다 불꽃이 사방으로 흩날렸고, 관람객들은 연신 탄성을 터뜨렸다.
국악 선율도 낙화놀이의 운치를 더했다. 이문세의 '사랑은 늘 도망가'를 비롯한 한국 가요와 클래식은 물론, 일본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대표 삽입곡 '인생의 회전목마'가 국악기로 연주되자 현장의 감동은 극에 달했다.

컵떡볶이에 줄 선 일본인들… 불꽃 기다리며 즐기는 한국의 맛
낙화놀이가 펼쳐지는 무진정 한편에서는 작은 마켓도 열렸다.
함안 지역 청년 창업가와 관광두레 사업체들이 운영하는 부스에는 수제 굿즈부터 막걸리, 떡볶이, 음료, 지역 특산 디저트까지 다양한 상품이 등장했다.
특히 '아라두레'가 운영하는 컵떡볶이 부스 앞에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길게 줄을 섰다. 관광객들은 낙화놀이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한국의 길거리 음식을 맛보며 축제 분위기를 즐겼다.
함안 지역의 특색을 담은 '아라샌드' 등 디저트와 수제 기념품도 눈길을 끌었다.
아라가야 한복을 입어볼 수 있는 체험 공간도 마련했다. 일본인 관광객들은 한국 전통 의상을 입고 사진을 찍거나 낙화봉 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다.
무진정의 불꽃이 축제의 주인공이었다면, 행사장 한편의 작은 마켓은 관광객들이 지역의 맛과 문화를 접하는 또 다른 공간이었다.

2000명 찾던 동네 행사→일본인 최애 글로벌 축제로
함안 낙화놀이는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온 전통 불꽃놀이다. 조선 선조 때 함안군수로 부임한 한강 정구가 백성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일제강점기에 전통이 끊겼지만 1960년대 마을 청년들이 뜻을 모아 복원해 냈다. 당시 전통을 되살렸던 청년들은 이제 보존회원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때 지역 주민 2000~3000명이 찾던 문화유산 공개 행사였지만, 미디어를 타면서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김미화 함안군 주무관은 "KBS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과 드라마 '붉은 단심' 등에 등장하면서 낙화놀이의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다"며 "코로나19 이후 행사를 재개했을 때 약 5만 명이 몰리면서 주변 도로가 마비되기도 했다"고 되돌아봤다.
이후 함안군은 사전 예약제와 인원 제한을 도입하고 행사장 주변 시설을 대폭 정비했다.
김 주무관은 문화유산인 무진정이라는 공간 자체를 함안 낙화놀이만의 독보적인 차별점으로 꼽았다.
그는 "다른 지역에서는 하천이나 강변을 따라 낙화놀이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지만, 함안은 문화유산인 무진정을 중심으로 관람객들이 원형으로 둘러앉아 낙화를 감상한다"며 "낙화 자체가 행사의 주인공이라는 점이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도쿄 거주자 우미노 게이코 씨는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한 프로그램을 묻자 "경주와 부산도 다녀왔었다"며 "그중에서 단연 이걸 즐기고 싶어서 이 여행을 신청했다"고 상기된 표정으로 답했다.
일본인 관광객들의 함안 방문은 올해로 3년째를 맞았다. 한국관광공사와 함안군은 2024년부터 일본 현지 여행사들과 손잡고 낙화놀이를 연계한 방한 관광상품을 본격 운영해 왔다. 김 주무관에 따르면 첫해 450~500명 수준이던 일본인 방문객은 지난해 1000명, 올해 1500명으로 매년 가파르게 늘었다.
김 주무관은 "함안 낙화놀이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오랜 역사를 가진 전통문화"라며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전통문화를 경험하고 싶어 하는 만큼 지속적인 관광 콘텐츠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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