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도 따라잡기 힘든 찐부자…자산 격차 3배 더 빨라져 [Pick코노미]

김남명 기자 2026. 10. 1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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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상위 0.1% 가구가 보유한 순자산이 4년 만에 174조 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0.1%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2021년 96억 2000만 원에서 지난해 157억 5000만 원으로 61억 3000만 원 늘었다. 상위 1~10% 가구의 평균 순자산 증가액은 2억 5000만 원(14억 9000만 원→17억 4000만 원)이었다.

상위 0.1%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2019년 약 79억 원에서 지난해 157억 5000만 원으로 98%가량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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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0.1% 순자산 4년 새 174조 증가
가구당 평균 157억…전체 평균의 33배
그 다음 상위 1% 평균 순자산 49.8억 그쳐
자산 증식 이끈 부동산…6년 새 3배 육박
미국 최상위층 자산도 코로나 이후 급증
프랑스 상위 1%가 전체 자산의 15% 차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 ‘63 스카이피크닉’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권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우리나라 최상위 0.1% 가구가 보유한 순자산이 4년 만에 174조 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가구의 평균 자산이 30%대로 증가하는 동안 초부유층의 자산은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자산 증식의 중심에는 부동산이 있었다. 집값 상승으로 기존 자산가의 부는 빠르게 커진 반면 대출 규제와 높은 주택 가격은 뒤늦게 자산을 형성하려는 계층의 진입장벽을 높였다.

18일 국가데이터처의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우리나라 상위 0.1% 가구의 순자산 총액은 357조 2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183조 1000억 원에서 4년 만에 174조 1000억 원(95.1%) 증가했다. 전체 가구 순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4%에 달했다.

반면 상위 0.1~1% 가구의 순자산 총액은 같은 기간 743조 9000억 원에서 1000조 2000억 원으로 34.4% 늘었다. 상위 1~10% 가구의 자산 증가율은 26.8%에 그쳤다. 자산 상위 계층 안에서도 최상단으로 부가 집중되는 속도가 두드러진 셈이다.

4년 새 174조…최상위층만 질주

가구당 자산을 비교하면 격차는 더 뚜렷하다. 상위 0.1%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2021년 96억 2000만 원에서 지난해 157억 5000만 원으로 61억 3000만 원 늘었다. 같은 기간 상위 0.1~1% 가구는 39억 9000만 원에서 49억 8000만 원으로 약 9억 9000만 원 증가했다. 상위 1~10% 가구의 평균 순자산 증가액은 2억 5000만 원(14억 9000만 원→17억 4000만 원)이었다.

최근 6년으로 범위를 넓혀도 최상위층의 독주가 확인된다. 상위 0.1%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2019년 약 79억 원에서 지난해 157억 5000만 원으로 98%가량 증가했다. 상위 0.1~1%와 상위 1~10% 가구의 증가율은 각각 39% 수준이었다. 전체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3억 5300만 원에서 4억 7100만 원으로 약 34% 늘어나는 데 그쳤다.

부유층과 일반 가구 사이의 격차뿐 아니라 부유층 내부에서도 최상단과 그 아래 계층의 간극이 빠르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주식보다 집…韓 자산 증식의 주역은 부동산

한국 초부유층의 자산 증식을 이끈 것은 금융자산보다 부동산이었다. 상위 0.1% 가구의 평균 부동산 자산은 2019년 약 56억 원에서 지난해 150억 7000만 원으로 급증했다. 6년간 증가액은 약 94억 6000만 원으로, 같은 기간 순자산 증가액인 약 78억 1000만 원을 웃돌았다.

반면 주식·채권·펀드 보유액은 같은 기간 14억 원에서 약 15억 원으로 소폭 늘어나는 데 머물렀다. 최상위층의 부가 불어나는 과정에서 부동산이 사실상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는 의미다.

전체 자산에서 상위 0.1%가 차지하는 비중도 자산 종류에 따라 엇갈렸다. 전체 부동산 가운데 이들이 보유한 비중은 2019년 1.9%에서 지난해 3.8%로 두 배가 됐다. 순자산 비중 역시 2.3%에서 3.4%로 상승했다. 반면 전체 주식·채권·펀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12.7%에서 7.5%로 낮아졌다.

부동산을 중심으로 자산을 불린 초부유층의 영향력이 커진 반면 금융자산에서는 상대적인 비중이 축소된 것이다.

대출 막히자 현금 부자에게 유리해졌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가격 상승과 대출 규제가 맞물리면서 자산 격차가 확대되는 구조에 주목하고 있다. 집값이 오르면 이미 부동산을 보유한 가구는 자산 가치 상승의 혜택을 누릴 수 있지만, 무주택자는 더 많은 자금을 마련해야 주택을 취득할 수 있다. 여기에 대출 규제까지 강화되면 소득만으로 자산을 축적하는 계층의 주택 구매 부담은 더 커진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이미 부동산을 보유한 자산가들은 자산을 더 불릴 수 있지만 뒤늦게 취득하려는 사람들은 그만큼 진입장벽이 높아진다”며 “특히 현금 동원력이 큰 자산가들은 대출 규제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부동산을 통한 자산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에 인구와 경제활동이 집중된 시장 구조도 자산 격차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승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자산의 약 75%를 차지하는 부동산이 자산 불평등 심화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단순한 주택 보유 여부보다는 수도권 주택 보유 여부가 자산 격차 확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을 대체할 투자처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증시의 변동성도 부동산 쏠림을 부추기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허 교수는 “미국은 부동산보다는 우상향하는 주식 쪽에 투자를 많이 했고, 한국은 횡보하는 주식보다는 우상향하는 부동산에 투자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보다 빠른 자산 쏠림…코로나 이후 격차 확대

최상위층으로 부가 집중되는 현상은 한국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증가 속도에서는 한국이 미국을 웃도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 따르면 2019년 말부터 올해 2분기까지 미국 상위 0.1% 가구의 순자산 증가율은 약 109%였다. 한국의 상위 0.1% 순자산 증가율은 2019~2025년 기준 124%로 집계됐다.

미국에서도 코로나19 이후 자산 격차가 확대됐다. 미국 상위 0.1%의 총자산은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 말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약 14조 5000억 달러 증가했다.

복지국가로 알려진 프랑스에서도 자산 집중은 뚜렷하다. 프랑스 통계청에 따르면 상위 1% 가구가 전체 가계 자산의 15%를 보유한 반면 하위 50%의 자산 비중은 7%에 그쳤다. 연령별 격차도 컸다. 30세 미만 가구의 자산 중위값은 10만 4400유로(약 1억 5700만 원)였지만, 50~59세 가구는 46만 4800유로(약 6억 9900만 원)에 달했다.

한국의 특징은 자산 격차가 빠르게 확대되는 가운데 부동산 의존도도 높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주식시장과 주택 가격의 상승세까지 고려하면 최상위층의 자산 집중은 더욱 심해졌을 가능성이 있다.

소비 회복에도 부담…중간층 자산 형성 기회 넓혀야

자산 양극화가 고착화하면 가계 소비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자산 가격 상승의 혜택이 소수 부유층에 집중되면 다수 가구의 소비 여력이 충분히 개선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자산은 평가액이 오를 때 소비 확대 효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부동산은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주거비와 세금 등 관련 부담이 함께 커질 수 있어 소비 진작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중간층이 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익성이 높은 지역과 산업으로 자원이 집중되는 구조에서 부동산 규제까지 겹치면 중간층의 자산 형성 기회가 줄고 부유층의 자산 우위가 굳어질 수 있다”며 “부동산 공급을 확대해 중간층의 주택 취득 기회를 넓히는 한편 금융시장에서도 투자 선택지를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남명 기자 nam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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