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죽었다고 하면, 이웃이 먼저 유품 챙겨가는 세태에 한숨”… 유품정리사가 지켜본 죽음의 뒷모습

2026. 10. 1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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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품정리업체 스위퍼스의 길해용 대표 인터뷰
길해용 스위퍼스 대표가 10월 12일 사무실에서 고인들의 유품을 담아 보관하는 상자를 정리하고 있다. 김정근 선임기자

유족이 장례를 치르고 돌아왔을 때 고인의 집은 이미 비어 있었다. 노인들이 단칸방에 모여 사는 동네였다. 이웃들은 어느 집에 무엇이 있는지 알았고, 유족보다 먼저 들어가 물건을 가져갔다. 유족은 빈방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유품정리업체 스위퍼스의 길해용 대표(42)가 여러 번 본 장면이다. 이런 일을 겪은 뒤로 길 대표는 동네 사람이 물으면 “어르신이 요양병원에 들어가셔서 짐을 다 포장해 아드님 댁에 갖다 드려야 한다”고 둘러댄다. 작업 트럭에는 회사 이름도 붙이지 않는다. 길 대표는 “사람이 죽었다고 하면 ‘주인이 없네, 내가 가져가도 되겠네’ 한다”며 “유품정리를 하면서 가장 힘든 게 이웃 주민”이라고 말했다.

사람이 숨지면 집과 차, 보증금, 빚까지 정리할 일이 남는다. 가족이 손을 떼면 고인의 집과 물건을 누가 어떤 절차로 정리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 없다. 임대인은 경찰이 치워도 된다고 했다며 방을 비우고, 이웃은 유족보다 먼저 물건을 가져간다. 장례를 마친 유족은 고인의 물건을 하나씩 정리하며 슬픔을 추스를 기회마저 잃기도 한다. 가족이 거두지 않은 죽음은 임대인에게 손해로 남는다. 손해를 떠안은 임대인이 유족을 원망하다 소송까지 거는 일도 생긴다. 유품정리 업체가 어떤 자격과 시설을 갖춰야 하는지 정한 기준도 없다.

고인의 재산을 정리하는 법적 절차도 길다. 민법은 상속인이 없는 재산을 법원이 선임한 상속재산관리인이 채권자와 상속인을 찾는 공고를 거쳐 정리한 뒤 국고로 넘기게 한다. 상속인을 찾는 공고 기간만 1년이 넘는다. 일본에는 집주인이 가입하는 ‘고독사 보험’이 있다. 세입자가 홀로 숨지면 유품 처분과 방 리모델링 비용, 새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생기는 손실까지 보상한다. 길 대표는 2012년부터 고독사와 자살, 무연고 사망 현장에서 고인의 집과 물건을 정리해왔다. 최근에는 무연고 사망자의 집을 정리해달라는 구청과 시청, 복지단체의 연락이 점점 늘고 있다. 현장 이야기를 담은 책 <유품정리사가 좋은 죽음을 묻습니다>를 낸 길 대표를 10월 12일 경기 파주 사무실에서 만났다.

“평범하게 살면서 자녀를 키우고, 평범하게 죽고, 평범하게 장례를 치르는 건 어떻게 보면 간단한 일이다. 그런데 현장을 보면 그렇게 죽는 것도 행복이구나 싶다.”

-가족이 시신 인수를 거부하면 고인의 집은 누가 치우나.

“임대인들은 경찰이 정리해도 된다고 했다며 치워달라고 한다. 가족이 시신 인수를 거부해 무연고 사망자가 된 것과 고인의 재산을 정리해 상속하고 국고에 귀속시키는 건 별개 문제다. 원칙대로라면 유서와 중요한 물건을 찾고 집안 물건도 따로 보관해야 한다. 그다음 환가 처분(재산을 팔아 현금으로 바꾸는 일)이나 상속 절차를 거쳐 마무리해야 하는데, 이걸 다들 모른다. 그러니 유서는 아무도 안 보고, 유품은 여기저기서 들이닥쳐 가져가고, 국고 귀속도 잘 안 된다.”

-이웃이 유품을 먼저 가져가는 걸 막을 방법은 없나.

“제도라기보다 인식의 문제다. 오래된 동네일수록 어느 집에 누가 사는지 다 안다. 우리가 들어가기도 전에 이웃이 먼저 들어가 정리해버리거나, 유가족이나 임대인에게 ‘저거 가져갈게’ 하고 미리 얘기를 끝내놓는다. 가전제품처럼 부피가 큰 물건은 일일이 포장하기 어려운데, 집 밖에 내놓는 순간 다 가져간다. 이웃들이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인륜을 저버린 것 아닌가 싶다.”

-부모가 자녀의 시신을 거두지 않는 현장도 있었다던데.

“30대 남성이 원룸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부모가 상속도 포기하고 시신 인수도 거부할 테니 알아서 해결하라고 했다. 무연고 사망자라도 원래 상속 절차를 거쳐야 해서 고인의 물건을 함부로 치우면 안 된다. 그래서 의뢰인인 임대인에게 분명히 말했다. 부모가 상속을 포기하겠다고 해도, 그 전에 임대인이 집안 물건을 마음대로 치우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나중에 부모가 법원에 상속 포기를 신청할 때 고인의 집이 이미 정리돼 있으면, 부모가 상속을 받은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하지만 부패가 심해 악취 때문에 치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임대인이 계속 책임을 물어도 부모가 무시하자 결국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일부를 인정받아 절반 정도를 받게 됐다고 들었다.”

-임대인은 어떤 손해를 입나.

“시신 오염물이 콘크리트에 스며들면 바닥을 다 깨고 다시 발라야 하고 인테리어도 새로 해야 한다. 원룸 한 곳에 복원 비용까지 1000만원 안팎이 든다. 몇 달씩 비워둬야 하니 월세도 못 받는다. 가장 큰 문제는 다른 세입자가 나가는 거다. 보증금이 적거나 없는 고시원, 대학가 원룸은 사람이 죽었다, 냄새가 난다 하면 다 나간다.”

방호복을 입은 길해용 대표. 그는 2012년부터 고독사와 자살, 무연고 사망 현장에서 고인의 집과 물건을 정리해왔다. 김정근 선임기자

-나 몰라라 하던 유족이 고인의 돈이 나오자 태도를 바꾼 일도 있었다고.

“한 오피스텔이었다. 유가족이 아버지의 시신 인수를 거부한 뒤 집주인은 고인의 방에 손을 대지 못했다. 방안 물건이 고인의 상속재산이어서다. 집주인이 손을 못 대는 사이 부패 오염물과 악취가 남은 방이 그대로 방치됐다. 오염물부터 치우고 유품을 정리해보니 금반지 같은 귀금속과 통장, 고인이 들어둔 사망보험 증서가 여러장 나왔다. 임대인에게 알렸더니 저한테 유가족 욕을 엄청나게 하더라. 임대인이 유가족과 통화했더니 신경 쓰기 싫으니 보증금으로 해결하라고 했다는 거다. 고독사 현장은 대개 보증금을 다 까먹는다. 이 집도 보증금은 남은 게 없었고, 청소·공사·복원 비용은 1000만원 넘게 나왔다. 임대인이 물어내라고 해도 유가족은 나 몰라라 했다고 한다. 임대인은 소송을 걸겠다며 보험 증서를 다 스캔해 보내달라고 했다. 유품을 한 달 가까이 보관하다 임대인에게 어떻게 할지 물었더니 유가족에게 주라고 했다. 유가족에게 전화해 아버지 집을 정리하다 금반지와 통장, 보험 증서가 나왔다고 알리고, 그 물건들을 모아 찍은 사진을 보냈다. 사진을 보자마자 다음 날 바로 왔다.”

-무엇부터 갖춰져야 하나.

“요즘은 자살이 발생하면 자살예방센터가 바로 출동해 유가족을 돕는 서비스가 생겼다. 무연고 사망도 유가족이든 임대인이든 결국 경찰 조사를 받거나 구청의 연락을 받는다. 경찰이나 구청이 연락할 때 고인의 재산을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만 줘도 함부로 치우지 않고, 나중에 유가족과 분쟁도 생기지 않는다. 서울시가 만든 무연고 사망자 재산 정리 안내서를 저도 현장에서 드리는데, 이런 안내서를 훨씬 광범위하게 뿌려야 한다. 무연고 사망자는 앞으로 수만명이 될 텐데 지금은 임대인이 멋대로 치우거나 다른 사람이 가져가는 식으로 주먹구구로 해결되고 있다.”

-상속인이 없으면 상속재산관리인 선임과 공고 같은 법원 절차를 거쳐야 고인의 재산이 국고로 넘어간다. 그동안 유품은 어떻게 하나.

“집안 물건을 가져와 보관하거나, 값나가는 물건은 팔아 현금으로 바꿔둬야 한다. 유품을 3년 동안 보관하면서 법원 재판을 10번 넘게 거쳐야 무연고 사망자의 유품 정리가 끝난다. 일본은 고독사 보험으로 피해를 본 임대인에게 보상하고, 고인의 재산은 국고에 귀속되는 체계가 갖춰져 있다. 나도 한 보험사와 일본 같은 체계를 만들어봤고 유품을 3년 동안 보관·관리할 시스템도 갖춰놨는데, 나라가 관심이 없다.”

-고인이 남긴 차도 골칫거리라고.

“고인 명의 차도 상속재산이라 상속 절차가 끝나기 전에는 저도 임대인도 처분할 권한이 없다. 한층에 4가구씩 4층, 16가구가 사는 원룸 건물에 주차 공간은 8칸뿐이라고 해보자. 임대인은 무연고 사망자의 차를 빼야 하는데 못 뺀다. 무연고 사망자가 생기면 집 문제부터 차 문제까지 많이 생긴다.”

길 대표의 사무실 벽에 고인들이 남긴 차량 열쇠가 걸려 있다. 고인 명의 차도 상속재산이어서 상속 절차가 끝나기 전에는 처분할 수 없다. 김정근 선임기자

-부패 오염물도 쓰레기봉투에 버린다고.

“집에서 나왔으니 생활폐기물로 본다. 병원에서는 주사 맞고 닦은 거즈도 따로 버리는데, 시신이 부패하며 남긴 오염물을 쓰레기봉투에 버려도 합법이라더라. 비용을 아끼려고 오염물을 봉투에 담아 집 앞에 내놓는 업체도 있다. 그러면 악취가 골목 전체로 번진다. 의료폐기물처럼 냉장·냉동 보관한 뒤 수거 업체가 가져가 소각하게 해야 한다고 본다. 시신 오염물 처리 규정이 생기면, 유품정리를 하려면 어떤 자격과 시설을 갖춰야 하는지 기준도 함께 생길 거다.”

-유품정리사에게 자격 기준이 왜 필요한가.

“유품정리는 정리나 청소에서 끝나지 않는다. 고독사 현장은 집을 팔거나 다음 세입자가 들어올 수 있게 원상복구하는 게 목표다. 공사와 인테리어 복원, 무연고 사망자의 유품 보관과 상속, 차량 상속과 폐차·수출까지 다 얽혀 있다. 그런데 유품정리 업체 99%는 자기 집 주소로 청소업 사업자를 내고 트럭에 장비만 싣고 다닌다. 제 기준으로 나흘은 해야 할 현장을 대충 닦고 하루 만에 끝내면 유가족도 임대인도 난리가 나고, 결국 저한테 다시 연락이 온다. 업체는 현장에서 의뢰인에게 정리하는 데 얼마, 청소하는 데 얼마만 말할 게 아니다. 이 집이 전세인지 월세인지 자가인지, 상속을 받을지 포기할지 한정승인을 할지부터 물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 업체가 이런 질문 없이 정리와 청소만 한다. 기준도 가이드라인도 자격증도 없으니 피해를 보는 유가족과 임대인이 상당히 많다.”

-사업자등록을 할 때도 유품정리라는 종목이 따로 없다고.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은 한국직업사전에 올라 있다. 그런데 유품정리로 사업을 하려고 세무서에 가면 맞는 종목이 없다. 지난해 서울시 자살예방센터가 자살 현장의 유품정리와 특수청소를 지원하는 서비스를 만들면서, 참여할 업체의 사업자등록증 종목에 ‘유품정리’와 ‘특수청소’가 적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파주세무서에 두 종목을 넣어달라고 두 번 신청했지만 다 거절당했다. 올해 6월에는 경기도 자살예방센터가 같은 서비스를 하려고 연락해왔는데, 역시 두 종목이 등록증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번에는 세무서에 유품정리가 어떤 사업이고, 자살예방센터가 지원 서비스를 하려는데 등록증에 두 종목이 있어야 한다는 사정을 장문의 글로 써냈다. 그제야 6월 말에 등록됐다.”

-유품정리를 하며 달라진 게 있다면.

“집안 물건을 다 버렸다. 고인이 애지중지 모은 피규어나 만화책도 유가족이 다 버려달라고 하면 폐기물이 된다. 엄마 아빠가 돌아가시고 내가 결혼을 안 하면 나도 결국 고독사할 텐데, 내가 죽은 뒤 우리 집에 온 사람이 무난하게 정리를 끝내려면 미니멀 라이프로 사는 게 좋겠다 싶다.”

-책 제목처럼 묻는다.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

“홀로 외롭고 쓸쓸한 죽음도 있고 참혹하고 처참한 죽음도 있다. 책에 담은 사례를 읽고 자기 삶을 한번 돌아봤으면 한다. 평범하게 살면서 자녀를 키우고, 평범하게 죽고, 평범하게 장례를 치르는 건 어떻게 보면 간단한 일이다. 그런데 현장을 보면 그렇게 죽는 것도 행복이구나 싶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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