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잭팟 혹은 쪽박'…빅파마 손끝에 갈린 K바이오

임서아 기자 2026. 10.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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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대형 제약사(빅파마)의 결정 한마디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향방과 운명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빅파마가 개척한 신약 시장에서 상업화 결실을 맺으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는 기업이 나오는 반면 빅파마의 전략 수정이나 임상 중단 통보 한 번에 수년간 공들여온 파이프라인의 권리를 반환받고 고전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빅파마의 판단에 극단적인 영향을 받는 이유는 신약 개발의 막대한 비용과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임상 초기 단계(1~2상)에서 파이프라인을 넘기는 '기술이전 중심의 산업 구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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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테·삼성바이오, 파트너십으로 수혜
한미·오름, 계약 해지에 상업화 고배
"임상 완주 등 독자 생존력 키워야"
미국 머크 본사. [출처=연합]

글로벌 대형 제약사(빅파마)의 결정 한마디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향방과 운명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빅파마가 개척한 신약 시장에서 상업화 결실을 맺으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는 기업이 나오는 반면 빅파마의 전략 수정이나 임상 중단 통보 한 번에 수년간 공들여온 파이프라인의 권리를 반환받고 고전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빅파마와 손잡고 대박 터뜨린 제약바이오

16일 업계에 따르면 빅파마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매출과 수익성을 대폭 끌어올린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알테오젠, 유한양행,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꼽힌다.

알테오젠과 유한양행은 글로벌 기업으로 기술이전(L/O)한 파이프라인이 상업화 단계에 안착함에 따라 매출이 급증하고 있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초대형 수주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독보적인 피하주사(SC) 제형 변경 플랫폼을 보유한 알테오젠은 미국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큐렉스' 판매에 따른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과 로열티를 확보하는 구조를 갖췄다.

알테오젠은 MSD와의 계약에 따라 최대 10억달러 규모의 판매 마일스톤을 받을 수 있으며 별도로 순매출에 연동한 로열티를 지급받는다. 지난 8월에는 첫 판매 마일스톤 2500만달러(약 340억원)의 수령을 공시하기도 했다.

향후 큐렉스 판매 규모가 커질수록 추가 마일스톤 달성과 로열티 수익 확대가 가능하다. 업계에선 알테오젠의 매출 연동 로열티 수익이 2029년부터 본격적으로 가시화돼 2030년에는 로열티 수익만 6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 존슨앤드존슨 본사. [출처=연합]

유한양행이 기술 이전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글로벌 판매 확대도 눈부시다. 존슨앤드존슨(J&J)의 최근 3분기 실적 발표를 보면 렉라자와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 병용 요법의 분기 매출은 3억2000만 달러(약 4275억원)를 기록해 처음으로 분기 매출 3억 달러를 돌파했다.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 요법 매출은 2024년 3억2700만 달러(약 4368억원), 지난해 7억3400만 달러(약 9805억원)를 올린 데 이어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만 8억6600만 달러(약 1조1570억원)를 기록해 이미 지난해 전체 실적을 뛰어넘었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8년 J&J에 렉라자 기술을 수출한 이후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에서 허가를 획득했으며 병용 요법의 판매 호조에 따라 수령할 로열티 규모도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로슈,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노보노디스크, 일라이릴리 등 글로벌 빅파마를 주요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을 휩쓸고 있는 비만·당뇨 치료제(GLP-1)와 항체-약물 접합체(ADC) 수요 폭발에 힘입어 수조 원 규모의 초대형 수주 계약을 연이어 체결 중이다.

◆한마디에 임상 중단…선급금 챙겼지만 마일스톤 날아가

다만 빅파마의 전략 변경이나 임상 중단 결정으로 고배를 마신 기업들도 적지 않다. 한미약품은 2016년 로슈 그룹 자회사 제넨텍에 기술이전했던 표적항암제 '벨바라페닙'(HM95573)의 계약이 해지돼 권리를 반환받았다.

제넨텍으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음에 따라 총 계약 규모 9억1000만 달러(약 1조 2000억원)에 달했던 프로젝트가 중단됐지만 이미 지급받은 선급금(계약금) 8000만 달러(약 1084억원)는 반환하지 않는다. 

오름테라퓨틱 또한 미국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로부터 급성골수성백혈병(AML) 치료 후보물질 'ORM-6151'(현재 BMS-986497)의 개발 중단을 통보받았다.
 미국 일라이릴리 본사. [출처=연합]

오름테라퓨틱는 2023년 총 계약 규모 1억8000만 달러(약 2500억원), 선급금 1억 달러(약 1385억원) 조건으로 CD33 표적 GSPT1 분해제 파이프라인을 이전했지만 BMS 측이 미국·유럽·캐나다 임상 1상 데이터 검토 후 개발 중단을 결정함에 따라 추가 마일스톤 수령 기회가 사라지게 됐다. 

펩트론과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의 기술 협력 역시 본계약 결실을 맺지 못하고 종료됐다. 양사는 2024년 10월 펩트론의 장기지속형 약물전달 플랫폼 '스마트데포'를 릴리의 펩타이드 의약품에 적용하는 비독점 기술평가 계약을 체결했지만 기술평가 연장 기간 끝에 최종 상업화 계약 없이 기술평가를 종료했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빅파마의 판단에 극단적인 영향을 받는 이유는 신약 개발의 막대한 비용과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임상 초기 단계(1~2상)에서 파이프라인을 넘기는 '기술이전 중심의 산업 구조' 때문이다. 

기술이전은 초기 자금 확보와 글로벌 임상 네트워크 활용이라는 확실한 장점이 있지만 임상 주도권이 빅파마로 넘어가 파트너사의 내부 사정이나 경영 전략 변화에 무방비로 노출된다는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

업계 관계자는 "빅파마와의 협력은 국내 제약바이오의 체급을 키우는 핵심 발판이지만 동시에 상대의 리스크까지 함께 부담해야 한다"며 "빅파마만 바라보는 구조에서 벗어나 신약 개발 상업화까지 완주할 수 있는 독자적 체력을 키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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