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자율주행, 정공법 아닌 '우회'로 글로벌 침투 [中 자율주행 파고②]

허인학 기자 2026. 10.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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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율주행 기업들이 로보택시를 앞세워 글로벌 도로를 공략하고 있다. 현지 기업과 손잡고 '플릿(Fleet, 여러 대의 차량을 하나의 서비스로 운영하는 체계)'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완성차와는 다른 경로로 해외 시장 진입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자율주행 기업들이 완성차를 직접 수출하는 대신 현지 기업의 손을 잡고 안방 도로를 파고드는 '우회 전략'으로 글로벌 영토를 넓히고 있다. 까다로운 현지 인허가와 차량 운영은 로컬 파트너에게 맡기고, 중국은 핵심 자율주행 기술과 차량을 공급해 대규모 플릿을 빠르게 이식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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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로보택시 2035년 600만대 전망
中 업체들 자율주행 해외 시장 공략 나서
포니AI가 유럽에서 운영하고 있는 로보택시. / 포니AI

중국 자율주행 기업들이 로보택시를 앞세워 글로벌 도로를 공략하고 있다. 현지 기업과 손잡고 '플릿(Fleet, 여러 대의 차량을 하나의 서비스로 운영하는 체계)'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완성차와는 다른 경로로 해외 시장 진입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로보택시의 해외 확장 전략과 그 과정에서 한국이 맞닥뜨릴 기술·데이터 경쟁과 우려점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중국 자율주행 기업들이 완성차를 직접 수출하는 대신 현지 기업의 손을 잡고 안방 도로를 파고드는 '우회 전략'으로 글로벌 영토를 넓히고 있다. 까다로운 현지 인허가와 차량 운영은 로컬 파트너에게 맡기고, 중국은 핵심 자율주행 기술과 차량을 공급해 대규모 플릿을 빠르게 이식하는 방식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 시장에 진출한 중국 포니AI(Pony.ai)와 바이두는 단순한 기술 실증을 넘어 현지 합작 생태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2028년까지 서울에 레벨4 로보택시 200대를 투입하기로 한 포니AI와 국내 모빌리티 기업 퓨처링크는 향후 국내 인증이 마무리되는 대로 한국 합작법인(JV) 설립까지 검토 중이다. 이에 앞서 퓨처링크는 현대차 코나에 포니AI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해 서울 강남 일대에서 이미 8만킬로미터(㎞) 이상의 사전 주행 검증을 마쳤다.

지난 4월 한국 법인(바이두아폴로코리아)을 세운 바이두 역시 국내 자동차 부품사인 효림그룹을 파트너로 삼아 6세대 로보택시 'RT6'의 국내 기술 검증에 착수했다. 중국 기업이 알고리즘과 하드웨어를 대고, 한국 기업이 인증과 운영, 서비스 현지화를 전담하는 분업 구조다.

중국 업체들이 이처럼 현지 기업을 앞세우는 데는 치밀한 사업적 계산이 깔려 있다. 자율주행 상용화의 최대 걸림돌은 국가마다 제각각인 안전 규제와 차량 인증, 까다로운 운송사업 면허다. 현지에 이미 인프라와 대관 네트워크를 갖춘 파트너를 활용하면 진입 장벽을 손쉽게 낮추고 서비스 확장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자본 효율성도 극대화할 수 있다. 포니AI는 이러한 '공동 배치(joint deployment)' 모델을 통해 진출 국가와 도시가 늘어나더라도 본사의 엔지니어링 자원을 같은 비율로 추가 투입하지 않고 플릿을 빠르게 늘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초기 투자 비용과 리스크는 현지 파트너와 나누면서 실제 도로 주행 실적은 온전히 챙기는 구조다.
바이두의 보택시 서비스 아폴로 고. / 아폴로 고

중국 자율주행 기업들의 이러한 '우회 침투'는 한국을 넘어 유럽과 중동 등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포니AI의 글로벌 로보택시 플릿은 올해 2분기 기준 1975대까지 늘었고, 연말까지 3500대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해외 시장에서 계약 또는 협의 중인 물량만 4000대 이상이며, 글로벌 승차공유 기업 우버(Uber)와는 유럽에 2000대 이상의 로보택시를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는 현지 기업 베른(Verne), 우버와 손잡고 유럽 첫 상용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포니AI가 기술을 대고 베른이 운영, 우버가 호출 플랫폼을 맡아 지난 4월 이후 20만㎞ 이상을 달렸다. 또 다른 중국 자율주행 기업 웨이라이드(WeRide) 역시 같은 방식으로 13개국 60여개 도시까지 사업 영역을 넓혔다.

중국 기업들이 해외 플릿 확장에 사활을 거는 배경에는 폭발적으로 커지는 로보택시 시장이 있다. 골드만삭스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로보택시 시장은 2030년 562억달러(약 75조원)에서 2035년 4152억달러(약 556조원)로 5년 만에 7.4배 급성장할 전망이다. 전 세계 로보택시 운행 대수도 지난해 약 7000대에서 2035년 약 600만대로 불어난다.

2035년 기준 지역별로는 중국이 1075억달러(약 144조원)로 전체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고, 유럽(895억달러·21.5%)과 미국(484억달러·11.6%)이 뒤를 이을 것으로 추산됐다.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하기 전에 주요 글로벌 도시의 도로와 서비스를 선점해 '규모의 경제'를 굳히겠다는 것이 중국의 노림수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자율주행 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단순히 차를 파는 것이 아니라 현지 도로와 모빌리티 서비스에 자신들의 기술 표준을 먼저 심는 작업"이라며 "한번 플릿과 서비스가 자리 잡으면 완성차 판매보다 훨씬 넓은 영역에서 시장 지배력을 갖게 되는 만큼, 한국도 자율주행 경쟁을 완성차 제조 관점에서만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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