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정비구역 해제 비화 공개]③‘주민 60% 자진해제’라더니… 389곳 해제 속 ‘망자 서명ㆍ소송 패소ㆍ표적 중단’ 속출
서울시 ‘주택정책 20년 백서’ 전수분석… 서울시 전수조사서 ‘위법·날림 해제’ 드러나

[대한경제=임성엽 기자]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이뤄진 정비구역 389곳 해제가 “주민 60%의 자진해제 선택에 따른 수습”이었다는 더불어민주당의 핵심 논리는 서울시 공식 전수조사 결과 행정ㆍ절차적 하자에 따른 ‘왜곡된 결과’였음이 드러났다.
대외적으론 ‘주민 자율 의사’를 내세웠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위법 조례를 동원한 행정 방해, 행인 서명과 망자(亡者) 명의를 동원한 여론조사, 주민 70% 이상이 찬성함에도 법률적 재량 없이 밀어붙인 기계적 일몰제 직권해제가 만연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16일 ‘서울 주택공급정책 20년의 평가와 성찰’에 따르면, 박원순 시정 당시 해제된 389곳 정비구역의 실상은 여당의 ‘자진해제론’과 정면으로 배치됐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서울 주택 공급 부족의 도화선이 된 정비구역 해제 책임론에서 벗어나고자 “박원순 시장 재임기 해제된 389곳 중 약 60%(235곳)가 주민 스스로 해제를 선택한 자진해제였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하지만 서울시가 당시 도시계획 심의위원회 자료와 인허가 기록, 소송 판결문, 실태조사 원시 자료를 대조ㆍ추적한 결과는 전혀 달랐다.
종로구 사직2구역은 정당한 이유 없는 사업시행인가 변경 지연으로 부작위 위법 확인 소송에서 패소한 데 이어, 역사ㆍ문화적 가치 보존을 이유로 직권해제됐다가 대법원에서 처분이 위법이라는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후 부지 내 선교사 건물이 우수건축자산으로 지정되며 층수 규제에 묶여 총 12년간 사업이 표류했으나, 최근 심의에서 이 건물마저 철거ㆍ이축이 가능하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금천구 독산2구역 역시 추진위 승인 취소 처분이 토지소유자 중복 산정 등의 오류로 법원에서 취소됐으나, 불과 7개월 만에 ‘위원장 장기 공백’을 사유로 2차 직권해제가 내려졌다.
주민 의사 수렴을 표방했던 절차도 형식과 졸속으로 얼룩졌다. 총 14개 사업지였던 창신·숭인 지구는 해제 요청 요건(주민 30% 이상)을 채운 곳이 7곳에 불과했으나, 광역적 기반시설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해제를 요구하지 않은 나머지 7개 구역까지 묶여 직권해제됐다. 지나가던 행인에게 서명을 받는 등 해제 요청서 자체의 신뢰성 논란도 불거졌다.
성북구 장위뉴타운 일대 역시 파행의 연속이었다. 주민 의견 조사는 ‘미준수·미시행·미공개’로 일관해 절차적 위법 판결이 이어졌다. 장위11구역은 사망한 망자(亡者)의 명의가 서류에 포함됐고, 서대문구 홍은동 일대는 대리 서명 논란과 구의회의 해제 보류 요청에도 해제가 강행됐다.
사업 추진 여부를 가르는 투표 구조 역시 왜곡돼 있었다. 영등포구 신길1구역은 투표 참여율이 12%(조합원 500명 중 62명 참여)에 그친 상태에서 해제가 이뤄졌다. 장위8·9구역 또한 투표 참여율이 44%에 불과해 전체 50% 이상 찬성 요건을 구조적으로 입증할 수 없었음에도 해제가 집행됐다.
종합적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재량 행위인 ‘일몰제’는 사업 중단용 칼날로 악용됐다. 은평구 증산4구역은 일몰 기간 경과 당시 주민 77%가 사업 추진을 희망하고 있었음에도 주민 의사를 고려하지 않은 채 기계적으로 일몰제가 적용돼 구역에서 해제됐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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