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집단 성폭행 피의자 부친은 '국악계 거물'… 추가 피해도 '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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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전통예고) 동급생 집단 성폭행 사건 피의자의 부친이 학교 측과 밀접한 관계를 이어온 '국악계 거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통예고는 성폭행 사건 신고 이후에도 피의자와 피해자의 완전 분리 등 보호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았는데, 학교 측의 미진한 대응에 피의자 부친의 영향력이 있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의자가 성폭행 사건 이후에도 학교 후배에게 '자취방에 가겠다' '춤추는 영상을 보내라'고 요구하는 등 추가 피해가 있었다는 제보도 서울시교육청 등에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18일 한국일보 취재와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확보한 전통예고 자료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는 지난해 6월 26일 A씨와 B씨로부터 당한 성폭행 피해 사실을 학교에 알리고, 경찰에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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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성폭행 피의자 아버지, 학교와 '밀접'
입시비리 연루, 학교와 억대 악기 거래도
'추가 피해 무마 의혹' 접수… 학교는 부인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전통예고) 동급생 집단 성폭행 사건 피의자의 부친이 학교 측과 밀접한 관계를 이어온 '국악계 거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 전통예고 교사 등과 입시비리에 연루돼 경찰 수사 대상에 올랐으며, 학교폭력을 담당하는 전통예고 교사도 그와의 인연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전통예고는 성폭행 사건 신고 이후에도 피의자와 피해자의 완전 분리 등 보호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았는데, 학교 측의 미진한 대응에 피의자 부친의 영향력이 있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의자가 성폭행 사건 이후에도 학교 후배에게 '자취방에 가겠다' '춤추는 영상을 보내라'고 요구하는 등 추가 피해가 있었다는 제보도 서울시교육청 등에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맞폭'이 된 성폭행 사건... 학교는 중립만
18일 한국일보 취재와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확보한 전통예고 자료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는 지난해 6월 26일 A씨와 B씨로부터 당한 성폭행 피해 사실을 학교에 알리고, 경찰에 신고했다. A씨와 B씨는 같은 해 5월 6일 새벽 경기 안양시의 한 음악 연습실에서 동급생인 피해자에게 성폭력을 가하고, 저항하는 피해자 머리채를 잡고 뺨을 때리는 등 폭행한 혐의(성폭력처벌법상 특수강간·특수준강간)를 받는다.
두 사람은 피해자 의사에 반해 성적 행위를 동영상으로 촬영한 혐의(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및 아동·청소년성보호에관한법률상 성 착취물 제작)도 있다. 경기 안양만안경찰서는 올해 1월 전통예고에 재학 중이던 두 사람을 수원지검 안양지청(현 수원지방공소청 안양지청)에 불구속 송치했다.
학교는 이후 피해자를 3학년 교실이 있는 4층 대신 2층 생활지도부 앞 상담실에서 지내도록 했지만, 두 남학생은 평소처럼 교실에서 학교생활을 이어갔다. 피해자는 경찰 조사에서 "교사가 '최대한 둘이 피해 다녀'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두 남학생이 별다른 제약 없이 교내를 오가면서, 피해자도 이들과 마주치는 상황을 피하지 못했다.

두 남학생은 성폭행 혐의를 부인하며 피해자와 피해자 친구를 오히려 학교폭력으로 신고했다. 학교 자료에는 피해자와 피해자 친구가 성폭행 피해에 관한 거짓 소문을 퍼뜨렸다는 A씨의 주장이 담겨 있다. 피해자는 성폭행 사건 경위를 적은 메모와 증거물,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까지 학교에 제출했지만, 두 남학생에 대한 학교 측의 추가 조치는 없었다.
피해자 부모는 이에 지난해 8월 25일 학교장에게 서신을 보내 추가 보호조치를 요청했다. 피해자 부모는 "뒤늦게나마 어른들에게 털어놓은 이후에도 계속 학교 공간에서 상대방 학생들을 마주치면서 딸 아이가 사후적인 충격을 받는 것까지 방치하는 것은 어른으로서나 부모로서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추가 분리 조치 시행 등을 요구했다. 지난해 11월 경찰에 제출된 보호자 의견서에도 학교에서 A씨를 마주친 뒤 딸이 울면서 부모에게 전화한 내용 등이 담겼다.
피해자와 함께 학교폭력 신고를 당한 피해자 친구도 교사들에게 '두 남학생을 분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여러 차례 물었지만, "쌍방 신고이기 때문에 격리조치가 불가능하다"는 답만 들었다고 말했다. 피해자 친구는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라는 남학생들의 일방적인 주장이 교내에 퍼졌고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추가 분리 조치가 필요하다고 얘기했지만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피해자의 학교 생활은 성폭행 사건 전후 크게 달라졌다. 학교생활기록부상 1·2학년 때는 이틀 결석했지만, 3학년 때는 질병 결석 16일 등 18일에 달했다. 피해자는 성폭행 사건 이후 고통 때문에 결석이 늘었으며, 별도 공간에서 생활하는 동안 수업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자취방 어디냐" 추가 피해 느슨한 조치
다른 피해 사례도 접수됐다. 서울시교육청 등에 접수된 제보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A씨는 1학년이던 학교 후배에게 술자리에서 전화해 자취방 위치를 묻고 찾아가겠다고 하거나, 춤추는 영상을 찍어 보내라고 요구했다. A씨의 성폭행 사건 얘기가 교내에 퍼져 있던 터라 후배는 자신도 피해를 입을까 두려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교내 사정을 잘 아는 인사는 한국일보에 "전화를 받았던 후배는 한동안 자취방 대신 다른 곳에서 지냈고, A씨가 졸업할 때까지 학교에서 이들을 피해 다녔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학교는 이런 사실을 인지했지만 구두 주의에 그쳤다. 생활지도부장은 해당 후배가 있는 자리에서 A씨에게 연락해 "너 진짜 조용히 자중해야 돼. 졸업할 때까지", "너를 위해 자중하라는 거야"라고 말했다. 후배에게는 "(A씨에게) 대학 붙었으면 좀 겸손하게 살라고 했어", "학폭(학교폭력)이 접수되면 얘네가 대학 입시 취소될 수도 있대"라고 말했다. 학교폭력 사안이 추가로 불거지면 A씨에게 불이익이 생길 가능성을 고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당시 A씨는 서울 소재 대학에 합격한 상태였다.
후배는 다음 날 생활지도부에 다시 불려가 'A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확인서 작성을 강요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교육부의 2025년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은 "학교폭력 조사 시에는 관련 학생들을 분리해 조사하고, 축소·은폐하거나 성급하게 화해를 종용하지 않도록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아빠 영향력 작용? 학교 측 "그런 일 없다"
전통예고 안팎에선 학교의 미진한 대응에 A씨 부친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A씨 아버지는 오랫동안 국악계에서 활동하며 전통예고 인사들과 친분을 쌓아왔다. 전통예중고 전임강사와 한국국악협회 간부 등으로 활동했고, 최근까지 전통예고에 출강했다. 2023년 10월 전통예고 신입생 선발고사에서 교사 등과 함께 심사 과정에 부당하게 관여했다는 의혹으로 경찰 수사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A씨의 아버지는 악기사를 운영하며 학교와 거액의 거래를 이어왔다. 한국일보가 2017년부터 올해까지 전통예고의 집기 구매 내역과 2017~2021년 법인카드 지출 내역을 분석한 결과, 학교는 A씨 아버지의 악기사에서 최소 1억6,078만 원어치 물품을 구매했다. 계약 대부분은 수의계약이었다. 전통예고 출신의 한 연주자는 한국일보에 "A씨의 아버지가 전직 교장을 비롯한 교사들과 친분이 두터웠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교폭력을 담당하는 전통예고 생활지도부장은 A씨 아버지와 15년간 알고 지냈다며 친분을 강조하고, A씨를 '지인의 아들'로 표현했다.

전통예고는 피해 학생 보호가 미흡했다거나 A씨 관련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전통예고는 한국일보에 "학교는 관련 학생들의 의사를 반영해 졸업 시까지 일시보호 조치와 분리 조치를 실시했다"며 "출석일수 부족으로 유급 등 불이익이 생길 것을 우려해 등교하도록 하면서 수업권 등을 최대한 보장했다"고 밝혔다. 생활지도부장은 1학년 학생이 A씨에게 전화를 받은 사건과 관련해 "A씨를 감싼 적이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며 "관련 절차에 따라 상담을 진행하고 확인서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A씨와 A씨 아버지 측과 수차례 접촉했지만 입장을 듣지 못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문지수 기자 door@hankookilbo.com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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