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만들던 르노 공장서, 기름때 찌들었던 엔진도 되살아나

플랭쉬르센=변종국 기자 2026. 10. 19.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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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도심에서 서쪽으로 약 40km 떨어진 플랭쉬르센 일대의 르노 '플랭 리팩토리(Refactory)' 공장.

엔진 한 대를 되살리는 데 약 2, 3일이 걸린다. 클레르 브리도노 더 리메이커스 사업개발 이사는 "상태가 좋은 부품만 선별하고 필요한 것은 신품으로 교체해 새 엔진과 동등한 품질을 확보한다"며 "재생 엔진은 신품보다 약 30% 저렴하게 정비센터 등에 공급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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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플랭 리팩토리’ 현장 르포
6년전부터 순환경제공장 전환 시작
사고차 수리-엔진 재제조 등 맡아
“재생 엔진은 30% 저렴하게 공급”… 전기차 배터리도 작년 3000개 복원
프랑스 플랭쉬르센에 위치한 르노그룹 ‘플랭 리팩토리’ 공장에서 작업자가 엔진 재생 작업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르노그룹은 2020년부터 모나코 국토 전체보다 넓은 232ha(약 70만 평) 규모의 기존 자동차 생산 공장을 순환경제 공장으로 전환해 왔다. 르노그룹 제공
13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도심에서 서쪽으로 약 40km 떨어진 플랭쉬르센 일대의 르노 ‘플랭 리팩토리(Refactory)’ 공장. 검은 기름때와 먼지가 내려앉은 디젤 엔진이 작업대 위에 놓여 있었다. 곧 완전히 분해돼 세척과 복원 작업을 거칠 엔진이었다. 옆 작업대에는 부식과 찌든 때를 제거해 본래의 회색빛을 되찾은 금속 부품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새 제품과 구분하기 어려웠다. 수명을 다한 듯 보였던 엔진이 다시 태어난 현장이다.

1952년 설립된 이 공장은 그동안 20개 차종, 1800만 대 이상의 자동차를 생산한 르노의 핵심 생산 거점이었다. 2020년부터 ‘순환경제’ 공장으로 전환하기 시작해, 2024년엔 완성차 생산을 중단했다. 지금은 사고 차량 수리, 엔진·변속기 재제조, 배터리 복원, 폐차 자원 회수 등을 맡는다. 새 차 생산 대신 기존에 판매된 자동차와 부품의 수명을 늘리는 공장으로 변신한 것이다.

차량이 들어오면 진단팀이 수리 가능 여부를 판단한다. 운행할 수 없는 차는 해체해 엔진과 변속기 등 재사용 가능한 부품을 골라내고 구리와 알루미늄 등 소재를 회수한다. 르노뿐만 아니라 푸조, 아우디, 포르셰 등 약 20개 브랜드 차량을 취급한다.

엔진 재생 공정에서는 정비소에서 회수한 엔진을 완전히 분해해 부품별 상태를 검사한다. 마모된 부품은 새것으로 교체하고 쓸 수 있는 부품은 세척·복원해 다시 조립한다. 엔진 한 대를 되살리는 데 약 2, 3일이 걸린다. 현장에서는 완성된 엔진을 시험 작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엔진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클레르 브리도노 더 리메이커스 사업개발 이사는 “상태가 좋은 부품만 선별하고 필요한 것은 신품으로 교체해 새 엔진과 동등한 품질을 확보한다”며 “재생 엔진은 신품보다 약 30% 저렴하게 정비센터 등에 공급된다”고 말했다. 주요 고객은 장기 렌터카 업체와 법인 차량 운용사, 보험사 등이다.

전기차에도 새 생명을 불어넣는다. 배터리와 구동모터, 인버터 등을 수리하며 지난해 전기차·하이브리드차 배터리 약 3000개를 복원했다. 자동차용으로 쓰기 어려워진 배터리는 에너지저장장치(ESS)로 활용한다. 3차원(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르노5의 차량에 달리는 ‘바게트 거치대’ 같은 맞춤형 액세서리도 만든다.

부품 재생을 맡은 ‘더 리메이커스’는 엔진과 변속기, 터보차저 등 약 1만1000종의 부품을 다룬다. 지난해 재생시킨 부품이 약 35만 개에 달한다. 오래된 차량의 부품까지 다시 공급해 자동차의 사용 수명을 늘리는 것이다. 르노 측은 “정확한 수익은 공개하기 어렵지만 6년째 사업을 이어오며 규모를 확대하는 것 자체가 수익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플랭 리팩토리는 글로벌 최초의 모빌리티 순환경제 공장이라는 게 르노의 설명이다. 경쟁사들도 비슷한 사업에 나섰지만 차량 수리부터 부품 재생, 자원 재활용까지 연결하는 산업 모델을 먼저 구축했다. 르노의 순환경제 사업을 아우르는 ‘더 퓨처 이즈 뉴트럴’은 2030년 매출을 23억 유로(약 3조5000억 원)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이 공장은 2012년 르노의 소형 전기차 ‘조에’ 생산을 시작한 곳이다. 브리도노 이사는 “한때 조에를 생산하던 곳에서 이제는 조에의 구동모터를 재생시킨다”며 “전기차를 만들던 공장이 전기차 부품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순환경제 공장으로 바뀌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플랭쉬르센=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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