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 경찰 막아선 ‘양복 방패’, 프랑스 10대 시위 영웅으로[시스루피플]

저소득 지역서 당선된 좌파 정치인
청소년 정책 관심…무상급식 확대
“시위대 아닌 국가가 폭력의 주체”
이달 초 프랑스 생드니에서 열린 10대들의 교육 환경 개선 시위에서 무장한 경찰 앞을 막아선 중년 남성이 있었다. 경찰이 시위대에 다가오자 회색 정장 차림의 남성이 두 팔을 벌리며 학생들의 방패막이를 자처하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파리 외곽 생드니의 시장 발리 바가요코(53·사진 오른쪽)가 최근 프랑스 학생 시위의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각에선 그가 폭력 시위를 부추긴다고 하지만, 학생들은 그를 영화 속 친절한 영웅에 빗대 ‘우리의 스파이더맨’이라고 부른다.
1973년 말리계 이민자 가정의 8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그는 생드니 공공주택에서 자랐다. 자동차 정비공으로 일하며 집을 비운 아버지를 대신해 동생들의 학교 행사에 참석하고 숙제를 봐주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 대학에서 지정학을, 대학원에서는 과학·기술을 공부했다. 준프로 농구선수로 활동했고 유소년들을 지도했다.
바가요코 시장은 2001년 파트리크 브라웨제크 당시 생드니 시장의 영입으로 정치에 입문해 그해 시의원에 당선됐고, 이듬해 부시장에 올랐다. 그는 지난 3월 극좌 성향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소속으로 시장에 당선됐다.
바가요코 시장은 인종차별 문제와 청소년 정책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생드니는 저소득층 밀집 지역으로 이민자 비중이 높은 곳이다. 그는 취임 후 무상 급식을 확대했다. 초등학생에게 무료 학용품을, 장거리 통학 고교생에겐 무료 자전거를 제공했다. 인종차별과 극우세력 부상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도 두 차례 조직했다.
이번 시위가 시작되자 그는 학생들의 학교 봉쇄 시위에 참여했다. 공직자를 상징하는 삼색 띠는 착용하지 않았다. 시민들과의 거리감을 없애기 위해서다.
바가요코 시장은 학교 기물을 파손한 학생들을 비판하는 이들에게 진정한 폭력의 주체는 국가라고 맞섰다.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아이들에게 교사 부족, 과밀학급, 노후화된 시설 등 열악한 교육 환경을 제공하는 것 자체가 ‘구조적 폭력’이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프랑스 공화국이 모든 사람을 공정하게 대해야 한다는 이상을 믿으며 자랐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면서 “노동자 계층 출신 아이들을 향한 멸시가 존재한다”고 했다. 경찰이 저소득층 지역 출신 학생들에게 더 강경하게 대응하는 점도 문제 삼았다.
바가요코 시장은 이제 시위의 중심이 됐다. 그가 등장하면 셀카 촬영 요청이 쇄도하고, 최루가스에 노출되면 학생들이 안약을 넣어준다. 그가 연설한 뒤에는 “발리를 대통령으로!”라는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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