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구글도 韓 책 구매한다는데…AI 학습 저작권 강화 법안 ‘낮잠’

박윤선 기자 2026. 10. 18. 18:0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이 국내 도서 유통사로부터 대량의 책을 사들인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된 가운데 구글도 국내 출판사를 상대로 도서 구매 계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저작권 관련기업의 관계자는 "국내 출판사들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곳이 많고, 개별 출판사가 보유한 도서의 규모만으로는 대형 AI 기업과 대등한 협상력을 갖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AI 기업이 요구하는 파일 형식과 품질 기준을 맞추는 일, 제시받은 조건이 적정한지 판단할 비교 기준이 부족하다는 실무적인 어려움도 있다"고 전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빨간불 켜진 국내 출판업계
작가 동의없이 AI학습 활용해도
법적 차단·제재 장치 전혀 없어
K작품 해적판 배상 권당 435만원
데이터 수집 기준가격 인식 우려도
업계선 “놔두면 콘텐츠 망가진다”
구글 로고. AFP연합뉴스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이 국내 도서 유통사로부터 대량의 책을 사들인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된 가운데 구글도 국내 출판사를 상대로 도서 구매 계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영세한 한국의 출판사들이 글로벌 대형 기업을 대상으로 적절한 보상을 얻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국내 문학작품의 해적판을 이용했던 앤트로픽의 ‘권당 3000달러(435만 원) 배상’은 AI 학습에 관한 대가가 아닌데도 마치 AI 학습용 출판물의 ‘가격표’처럼 인식되면서 공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국내 출판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올해 상반기부터 꾸준히 국내 대형 출판사를 대상으로 AI 학습용 도서 구입을 협상 중이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실제 계약을 완료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어떤 출판사가 어떤 조건으로 계약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계약한 업체 중에는 학술 전문 출판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코리아 측에 이에 대해 문의했으나 답변은 오지 않았다.

불법 다운로드한 서적을 AI에 학습시킨 사례가 들통나면서 글로벌 AI 기업들은 직접 구매 계약을 맺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문제는 유통사가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AI 학습용으로 콘텐츠를 팔더라도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사실이다. 작가와 출판사 등 저작권자들의 권리 침해가 우려되는 이유다. 구글은 유통사 대신 출판사를 선택한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문제의 본질은 같다. 출판사들이 작가에게 개별적으로 동의를 받지 않았다면 AI 학습용 데이터 판매는 법적 분쟁의 소지가 크다.

앤트로픽과 마찬가지로 구글도 해외에서 AI 학습과 관련한 저작권 소송에 휘말렸다. 7월 하셰트북그룹 등은 미국 뉴욕 남부 연방법원에 구글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1915A04 국회에 계류 중인 AI 학습-저작권 관련 법안

그나마 해외 출판업계보다 규모가 작은 국내 출판업계가 구글과 같은 글로벌 빅테크를 대상으로 협상력을 가질 수 있는지 우려가 크다.

AI 저작권 관련기업의 관계자는 “국내 출판사들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곳이 많고, 개별 출판사가 보유한 도서의 규모만으로는 대형 AI 기업과 대등한 협상력을 갖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AI 기업이 요구하는 파일 형식과 품질 기준을 맞추는 일, 제시받은 조건이 적정한지 판단할 비교 기준이 부족하다는 실무적인 어려움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적절한 보상, 즉 가격 측면의 논의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해외 대형 AI 기업들이 소송에서 물게 된 합의금을 저작권료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충분한 정보와 기준 없이 각자 협상하다 보면 사정이 급한 출판사가 수용한 가격이 그대로 시장의 기준처럼 굳어질 수 있다”며 “활용 범위 등에 따라 라이선스 가격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학습용으로 제공하는 일회성 저작권 계약에서 나아가 AI가 답할 때 책을 참조·인용하고 사용량만큼 반복 정산하는 시장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출판사와 저자 간의 저작권 분배도 논쟁이 될 수 있다. 미국의 대중문화지 벌처에 따르면 ‘바츠 대 앤트로픽’ 재판의 합의 대상에 오른 도서들의 저작권자는 권당 3000달러이며 대부분 저자와 출판사에 각 50대50으로 분배될 예정이다. 하지만 일부 출판사는 배상금 100%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고 저작권을 뒤늦게 등록해 앤트로픽 배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작가가 배상받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이러한 소송 위험과 막대한 콘텐츠 구매 비용을 감수하고 글로벌 AI 기업들이 전 세계의 지식을 흡수하면서 국내 AI 모델의 경쟁력이 더욱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규모와 자금력에서 뒤처지는 한국 AI 기업들 입장에서는 콘텐츠 구매 비용 부담이 크고 결국은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해 모델 경쟁력도 저하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AI 모델을 개발하고 있는 국내 한 대기업 관계자는 “국내 문학 작품의 경우 AI 학습용으로 데이터를 구매할 때 일반 데이터보다 비싸서 학습을 시키지 않고 있다”며 “일단은 정부로부터 확보한 데이터를 중심으로 AI를 학습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출판사를 운영 중인 업계 관계자는 “업계 차원에서 자체 대응책을 마련한다고 해도 법안 통과가 안 되면 의미가 없다”며 “해외에서 국내 콘텐츠를 다 가져가도 손 쓸 방법이 없다. 이대로 가다간 K콘텐츠 시장이 망가질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현재 국회에는 생성형 AI 학습 데이터 출처 공개 및 저작권자의 AI 학습 데이터 확인 절차를 규정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돼 있으나 계류 중이다.

박윤선 기자 sepys@sedaily.com박민주 기자 mj@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