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말부턴 집에서 고혈압약 탄다… '초진 30일 처방'엔 의료계 반발

박경담 2026. 10. 1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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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월 말부터는 다니던 동네 병원에서 6개월 안에 같은 증상으로 대면진료를 받은 적이 있다면 병원에 가지 않고 집이나 직장에서 화상으로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을 수 있게 된다.

대면진료에서도 처음 보는 환자에게 약을 장기간 처방하는 경우는 드문데, 비대면이라면 의사들이 더 보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 박근태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초진 비대면진료의 경우 환자 안전을 위해 회원들에게 30일 치 의약품을 처방하지 말라고 권고할 것"이라며 "초진 환자에게 쓰면 안 되는 약물 범위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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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시행 비대면진료, 기준 구체화
초진 환자, 1회만 의약품 30일 처방
상태 볼 정보 제한 "환자 안전 우려"
서울 도봉구 한 의원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과 관련한 비대면 진료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12월 말부터는 다니던 동네 병원에서 6개월 안에 같은 증상으로 대면진료를 받은 적이 있다면 병원에 가지 않고 집이나 직장에서 화상으로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을 수 있게 된다. 첫 진료(초진) 환자에겐 의약품 처방을 1회에 한해 최대 30일 치까지 허용한다. 의료계는 이를 두고 "약을 한 번에 너무 많이 처방하면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어 비대면진료 실시를 두 달 앞두고 의정 갈등이 불붙을 가능성도 생겼다.

보건복지부는 비대면진료의 구체적 기준을 담은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다음 달 9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18일 밝혔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개정 의료법이 12월 24일 시행되는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비대면진료는 환자가 병원에 가지 않고 화상통신(음성통신 일부 허용)으로 진료와 약을 처방받을 수 있는 제도다. 2020년 코로나19 유행 때 한시적으로 허용됐고, 2023년 6월부터는 시범사업을 벌여왔는데 이번에 법적 근거를 갖춘 정식 제도가 된다. 비대면 진료는 동네 의원급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복지부는 비대면진료 대상을 재진과 초진 환자로 나눴다. 같은 의료기관에서 6개월 안에 동일 증상으로 대면진료를 받은 적이 있는 재진 환자는 별다른 조건 없이 비대면진료를 이용할 수 있다. 의약품을 며칠 치까지 처방할지는 대면진료 때처럼 의사가 판단한다.

나머지는 초진 환자로 본다. 그 의료기관에서 처음 진료받는 경우는 물론, 같은 증상으로 대면진료를 받았더라도 6개월이 지났거나 최근 대면진료를 다른 증상 때문에 받았다면 초진이다. 초진 환자의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같은 시·도에 있는 의원에서만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다. 처방은 원칙적으로 7일 치까지 가능하다. 다만 해당 질환으로 진료·처방을 받아온 이력이 확인되고, 의사가 기존 치료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1회에 한해 최대 30일 치까지 처방할 수 있다.

예컨대 석 달마다 같은 내과에서 고혈압약을 받아온 환자가 급한 사정이 생겨 병원에 가기 어렵다면 그 내과에 비대면진료를 신청해 약을 받을 수 있다. 재진이므로 약 처방 기간은 따로 제한이 없다. 하지만 이 환자가 같은 시·도의 다른 병원에서 처음 비대면진료를 받으면 초진이 돼 고혈압약은 원칙적으로 최대 7일 치만 받을 수 있다. 고혈압 진료·처방 이력을 환자가 직접 증빙할 경우에는 약을 30일 치까지 받을 수 있다.


비만치료제, 비대면진료 처방 어렵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연합뉴스

의료기관은 비대면진료를 한 뒤 환자가 고른 약국으로 이메일 또는 팩스로 처방전을 보내야 한다. 처방전을 자동으로 송부하는 전자처방전전달시스템은 2028년 구축될 전망이다. 비대면진료로는 마약·향정신성의약품, 오·남용 우려 의약품, 비만치료제를 처방받을 수 없다. 단 희소질환자 등은 예외적으로 마약·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받을 수 있다.

비대면진료만 몰아서 하는 '공장식 진료'도 막는다. 의료기관의 비대면진료는 반기별 전체 진료 건수의 30%를 넘길 수 없다. 의료인 1명이 하는 비대면진료는 반기 기준 월평균 의사 500건, 치과의사·한의사 130건까지다. 무분별한 의약품 처방과 비대면진료 남발을 막기 위해서다.

의료계는 초진 환자에게 최대 30일 치 처방을 허용한 조항에 반대하고 있다. 비대면진료는 대면진료의 보완 수단으로, 이미 진료받던 재진환자의 편의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제도인데 초진 처방을 넓혀주면 이런 취지가 흔들린다는 것이다. 또 직접 살펴보지 않고 제한된 정보만으로 약을 30일 치나 처방하면 환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도 한다.

실제 현장에서 초진 30일 처방이 얼마나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대면진료에서도 처음 보는 환자에게 약을 장기간 처방하는 경우는 드문데, 비대면이라면 의사들이 더 보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 박근태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초진 비대면진료의 경우 환자 안전을 위해 회원들에게 30일 치 의약품을 처방하지 말라고 권고할 것"이라며 "초진 환자에게 쓰면 안 되는 약물 범위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비대면진료를 중개할 플랫폼업계는 초진 환자 의약품 처방 조항을 더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처방 기간을 7일로 묶으면 주기적으로 같은 약을 받아야 하는 환자들이 비대면진료를 이용하기 어려워지고 결국 제도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세종=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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