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저예산 실험으로 새 대중성 발견하고파”…‘실낙원’, ‘얼굴’ 흥행이을까

전지현 기자 2026. 10. 18.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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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신작 ‘실낙원’ 개봉
제작비 5억 원대·14회 촬영, 두 번째 저예산 영화
AI로 들여다본 인간 실존 고민
영화 <실낙원>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 CJ ENM 제공

연상호 감독이 영화 <얼굴>(2025)에 이어 두 번째 저예산 영화 <실낙원>으로 관객을 만난다. 작은 제작비로 실패 가능성을 줄여 상업적인 간섭 없이 하고픈 이야기를 해보려는 시도다. <실낙원>은 순제작비 2억여 원으로 50배 이상 매출(약 110억 원·관객 108만 명)을 거둔 전작 <얼굴>의 뒤를 이을 수 있을까.

<실낙원>은 가상현실(VR) 안경을 쓰면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온 듯 상호작용할 수 있는 AI(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상용화된 근미래가 배경이다. 고인의 생전 사진과 영상을 바탕으로 생성된 가상 인물은 만질 수 없다는 것만 빼면 정서적으로 함께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소영’(김현주)은 ‘낙원의 아이들’이라고 불리는 트랜스휴먼사의 프로그램으로 10살 아들 ‘선우’(유지완)와 살아간다. 선우는 9년 전 캠핑 스쿨버스 납치 사건 이후 실종됐으나, 가상 세계 속 매일의 선우는 변함이 없다.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고, 엄마가 ‘접속’하지 않으면 뾰로통 토라진다.

영화 <실낙원>의 ‘소영’(김현주)이 VR 안경을 끼고 아들 ‘선우’(유지완)를 바라보고 있다. 뒤는 참관 중인 트랜스휴먼사 직원과 기자들. CJ ENM 제공

그러던 어느 날, 진짜 선우(배현성)가 나타난다. 너무 커버려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데다가 왜인지 원망이 가득한 눈빛이다. 꿈에 그리던 재회는 반가움은커녕 불편한 동거로 이어진다.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연 감독은 AI 소재에 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고 했다. 그는 “초기작부터 조직과 개인의 관계에 관심이 있었다. 보이지 않는 체제가 실체를 갖게 된 게 AI라고 생각한다”며 “<실낙원>은 AI와 인간, 보편성과 개별성의 싸움 등 고민해오던 주제를 압축해 표현한 작품”이라고 했다. 소영과 선우의 관계는 연 감독의 어머니가 쓴 3장짜리 원안에서 구상했다. 악인인 아들을 너무 사랑한 엄마의 이야기였다고 한다.

영화 <실낙원>에서 9년 만에 돌아온 아들 ‘선우’(배현성). CJ ENM 제공

<실낙원>의 순제작비는 5억 원대다. <얼굴> 때처럼 배우와 스태프가 최소 비용을 받고, 흥행 성적에 따라 러닝 개런티를 받는 구조를 유지하되 정산 구조를 더 정교하게 짰다고 한다. 14회차 만에 촬영을 마무리한 것이 제작비 절감에 가장 주효했다.

작은 예산에서도 트랜스휴먼사의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담은 4편의 단편 <실낙원-유니버스>를 개봉 전 공개했다. 연 감독이 각본을 쓰고, 영상 제작에는 생성형 AI 기술이 활용됐다. 가상현실의 남편에게 헤어짐을 고하는 아내, 데이터 일부가 손상돼 얼굴과 목소리가 미묘하게 달라진 엄마를 마주한 딸 등이 등장한다. 이 기술이 일으킬 윤리적, 도덕적 문제를 생각해보게 하는 단편들이다. 연 감독은 “영화를 보고 나와서 토론을 하는 것만큼 재미있는 게 없다”며 “이야기할 만한 담론과 세계관에 대해 탐구할 거리를 관객에게 제공하고 싶었다”고 했다.

프리퀄 단편 <실낙원-유니버스>의 한 장면. 생성형 AI로 제작된 영상이다. CJ ENM 제공

연 감독에게 저예산 프로젝트는 “새로운 대중성(있는 이야기)을 발견하기 위한” 시도다. <얼굴>은 대중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오래 투자를 받지 못한 작품이었다. 그러나 작품이 1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는 것을 보며 연 감독은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다만 그는 “<얼굴>의 성공을 재현한다는 심리로 접근하면 안 되는 것 같다. 그러면 그건 도박이 된다”고 말했다.

“독립 영화계의 구조를 해쳐서는 안 된다”는 건 연 감독의 원칙 중 하나다. 저예산이더라도 독립영화제작지원을 받지 않는 식이다. 그는 “체계가 있는 배급사에서 독립영화 브랜드를 만들어 지원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21일 개봉. 100분. 15세 이상 관람가


☞ 연상호 저예산 작품 ‘얼굴’, 영화계 다양성 ‘새 바람’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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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활용·자비제작으로 손익 낮춘 ‘저예산’ 작품, 한국 영화 돌파구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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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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