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 차림으로 무장 경찰 막아선 시장···프랑스 10대들의 영웅 된 바가요코 [시스루피플]

최경윤 기자 2026. 10. 18.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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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수도 파리 외곽 도시 생드니에서 지난 6일(현지시간) 열린 교육 환경 개선 시위 도중 발리 바가요코 생드니 시장(오른쪽)이 학생들을 향해 다가오는 무장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달 초 프랑스 생드니에서 열린 10대들의 교육 환경 개선 시위에서 무장한 경찰 앞을 막아선 중년 남성이 있었다. 경찰이 시위대에게 다가오자 회색 정장에 보랏빛 넥타이를 맨 남성이 두 팔을 벌리며 학생들의 방패막을 자처하는 모습은 큰 화제가 됐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파리 외곽 생드니의 시장 발리 바가요코(53)가 최근 프랑스 전역을 휩쓴 학생 시위의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가 폭력적 시위를 부추긴다고 비판하지만, 학생들은 그를 영화 속 친절한 영웅에 빗대 ‘우리의 스파이더맨’이라고 부르고 있다.

1973년 말리계 이민자 부모 사이에서 8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그는 생드니의 공공주택에서 자랐다. 자동차 정비공으로 일하며 집을 비운 아버지를 대신해 그는 동생들의 학교 행사에 참석하고 숙제를 봐주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대학에서는 지정학을, 대학원에서는 과학과 기술을 공부했다. 준프로 농구선수로 활동했고 생드니에서 유소년들을 지도하기도 했다.

바가요코 시장은 2001년 파트리크 브라웨제크 당시 생드니 시장의 영입으로 지방선거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정치에 입문했다. 같은 해 시의원에 당선됐고, 이듬해 부시장에 올랐다. 이후 20여년간 지역 정치권에서 활동해 온 그는 지난 3월 극좌 성향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소속으로 시장에 당선됐다.

바가요코 시장은 인종차별 문제와 함께 청소년 정책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생드니는 파리 외곽의 저소득층 밀집 지역이다. 이민자 비중도 높은 곳이다. 그는 취임 이후 무상 급식을 확대했다. 초등학생에게는 무료 학용품을, 장거리 통학하는 고교생에게는 무료 자전거를 제공했다. 인종차별과 극우 세력의 부상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도 두 차례 조직했다.

이번 시위가 시작되자 그는 학생들이 주도한 학교 봉쇄 시위에 참여했다. 공직자를 상징하는 삼색 띠는 착용하지 않았다. 시민들과의 거리감을 없애기 위해서다. 하지만 손에는 늘 프랑스 국기를 들었다. 그는 “일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우리는 완전한 프랑스인”이라고 강조했다.

바가요코 시장은 사회·경제적으로 불리한 환경에 놓인 아이들에게 교사 부족, 과밀학급, 노후화된 학교 시설 등 열악한 교육 환경을 제공하는 것 자체가 ‘구조적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시위 과정에서 학교 기물을 파손한 학생들을 비판하는 이들에게 진정한 폭력의 주체는 국가라고 맞섰다.

그는 “우리는 프랑스 공화국이 모든 사람을 공정하게 대해야 한다는 이상을 믿으며 자랐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노동자 계층 출신 아이들을 향한 멸시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이 저소득층 지역 출신 학생들에게 더 강경하게 대응하는 점도 문제 삼았다.

바가요코 시장은 이제 시위의 중심이 됐다. 그가 등장하면 감사 인사와 셀카 요청이 쇄도하고, 최루가스에 노출되면 학생들이 달려와 안약을 넣어준다. 그의 연설 뒤에는 “발리(바가요코)를 대통령으로!”라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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