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 기업과 '과제검토회' 만든 日 대형사고 피해자 대표 별세(종합)

이충원 2026. 10. 1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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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일본 효고현에서 일어난 JR 후쿠치야마선(福知山線) 탈선 사고(107명 사망, 562명 부상)로 부인과 여동생을 잃은 뒤 유족 모임을 이끌며 가해 기업과 공동으로 '과제검토회'를 만들어 보고서를 낸 아사노 야사카즈(淺野彌三一)씨가 지난 13일 심부전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마이니치신문이 18일 보도했다.

사고 직후 유족들이 만든 '4·25 네트워크' 대표를 맡아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현 운수안전위원회)의 의견 청취 회의에 참석하는 등 가해 기업인 JR서일본의 안전 관리 실태를 추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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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의 고인 [교도=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2005년 일본 효고현에서 일어난 JR 후쿠치야마선(福知山線) 탈선 사고(107명 사망, 562명 부상)로 부인과 여동생을 잃은 뒤 유족 모임을 이끌며 가해 기업과 공동으로 '과제검토회'를 만들어 보고서를 낸 아사노 야사카즈(淺野彌三一)씨가 지난 13일 심부전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마이니치신문이 18일 보도했다. 향년 84세.

고인은 고베대 대학원을 나온 뒤 교토의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하다 1975년 효고현 아마가사키(尼崎)시에 도시 재개발 계획 등을 만드는 기업인 '지역환경계획연구소'를 설립했다.

1960∼1970년대 일본에서도 주민들이 지자체 주도의 개발사업 반대운동을 벌이는 일이 잦았다. "시민이 행정기관과 대등하게 대화할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 사회다. 그 토대를 만들 수 있게 전문가의 지혜를 제공하고 싶다"는 게 지론이었다.

1991년 나가사키현 운젠후겐봉(雲仙普賢岳) 분화 피해지 복구나 아마가사키시 공해소송을 지원했다.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으로 가옥 90% 이상이 없어진 고베시 스마구(須磨區) 지토세(千歲)지구에선 부흥토지구획정리사업을 주민과 함께 진행했다.

대지진 10년 후인 2005년 지토세지구에서 열린 도로·공원 등 완공 기념식에 부인과 함께 참석한 다음 날인 4월 25일 탈선 사고가 일어났다. 부인 아사노 요코씨와 여동생 사카모토 지즈코씨가 숨졌고, 차녀 나호씨는 중상을 입었다.

사고 직후 유족들이 만든 '4·25 네트워크' 대표를 맡아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현 운수안전위원회)의 의견 청취 회의에 참석하는 등 가해 기업인 JR서일본의 안전 관리 실태를 추궁했다. 사고 5년 후인 2010년 기자회견에서 "사고 진상 규명은 사회적인 책무다. 개인의 배상만으로 끝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노력의 결과 2009년 12월 가해 기업과 유족 측이 공동으로 사고를 검증하는 '과제검토회'를 설치했다. 공공교통기관 사고에선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과제검토회는 16차례 논의 끝에 2011년 4월 25일 회사 측이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기관사 탓을 하고 징벌적인 주간 교육을 부과한 탓에 '주간 교육에 대한 (기관사의) 두려움 등으로 인한 동요가 (현장 커브 구간에서의 제동 조작 지연에) 영향을 미쳤을 개연성이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또 운행 시간표를 여유 없이 짠 것도 기관사에게 조바심이나 동요를 유발했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JR서일본은 이 보고서를 계기로 과밀한 운행 시간표가 기관사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사고의 전조 등 잠재적 위험 요소를 조직적으로 파악하는 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고인은 과제검토회에 이어서 만들어진 '안전팔로업회의'에도 주요 멤버로 참여하며 사고 원인 규명과 안전한 기업 풍토 확립에 진력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고베신문 기자인 마쓰모토 하지무씨는 2018년 고인의 JR서일본 투쟁기를 담은 책 '궤도 이탈'(2023년 한국어판 출간)을 펴냈다. 마쓰모토씨는 이 책에서 "'JR서일본의 천황'으로 불릴 정도로 권세를 떨쳤던 이데 마사타카(井手正敬) 전 회장을 비롯한 '국철 일가'의 강렬한 엘리트 의식과 스스로의 잘못을 결코 인정하지 않으며 부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무오류주의'. 그 견고한 조직의 논리에 아사노는 사고 후 10여 년간 모든 것을 걸고 도전했다. 그리고 마침내 단단한 바위에 구멍을 뚫었다"며 "특별한 인맥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정치인 등의 권력에 의지한 것도 아니다. 그를 있게 한 것은 '왜 아내와 여동생은, 딸은 그런 일을 당해야만 했는가?'라는 근본적 원인 규명에 대한 의지였다. 그리고 도시계획 전문가로서 재해 및 공해와 관련된 공권력이나 기업, 피해자와 함께 협상과 조정을 거듭하면서 길러진 협상력이었다"고 적었다.

chung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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