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 순직 소방관 어린 딸의 편지가 남긴 뼈아픈 질문

손유지 2026. 10. 1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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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꼭 다시 만나요”…순직 소방관 향한 어린 딸의 편지
퇴근 앞두고 화마 속으로…24시간 근무 후 마지막 출동
불길에 고립돼 끝내 순직…소방관 8명 중경상 피해 발생
추모와 예우 넘어 현장 안전 강화…반복되는 희생 막아야
[지데일리] “아빤 어제 돌아가셨는데 지금도 너무 보고 싶네요. 나중에 꼭 다시 만나요.”
경기 부천 공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김진석 소방위의 어린 딸이 “나중에 꼭 다시 만나요”라는 편지를 남겨 안타까움을 더했다. 사진은 송영길 의원 SNS

아직 초등학교 입학도 하지 않은 어린 딸에게 아빠의 죽음은 이해하기조차 어려운 이별이었다. 화마 속에서 시민의 생명을 지키다 순직한 소방관 아버지에게 건넨 딸의 편지가 공개되면서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했던 가족과의 일상이 한순간에 무너진 가운데, 소방관들의 숭고한 희생과 함께 현장 안전을 둘러싼 사회적 책임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18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한 사진에는 경기 부천 공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고(故) 김진석 소방위의 어린 딸이 아버지에게 쓴 편지가 담겼다. 내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딸은 편지 첫머리에 ‘보고 싶은 아빠께’라고 적었다.

딸은 “아빤 어제 돌아가셨는데 지금도 너무 보고 싶네요. 우린 지금 장례식장이에요”라며 갑작스러운 이별의 슬픔을 전했다. 이어 “전 알아요. 아빤 저를 제일 사랑하셨다는 거”라고 쓴 뒤 “그리운 아빠, 나중에 꼭 다시 만나요. 그땐 제가 아마 어른이 됐을 때일 거예요”라고 덧붙였다. 

마지막 문장에는 “사랑해요. 보고 싶은 아빠. 사랑해요”라는 말을 거듭 남겼다. 편지 한편에는 ‘출동’이라는 글씨와 함께 소방차 그림도 그려져 있었다. 아버지의 직업을 기억하는 아이의 마음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김 소방위는 11년 차 소방관으로, 지난 16일 24시간 근무를 마치고 오전 9시 퇴근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오전 8시38분 부천시 오정구 내동의 한 금속 사출 인쇄공장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되자 곧바로 현장으로 향했다. 근무를 마치고 가족에게 돌아갈 시간이었지만, 화재 현장에 도움이 필요한 순간 그는 소방관의 임무를 택했다.

선착대로 도착한 김 소방위 등 소방대원 4명은 불길을 잡기 위해 건물 3층으로 진입했다. 하지만 불길과 연기가 급격히 번지면서 김 소방위를 포함한 대원 2명이 건물 내부에 고립됐다. 함께 진입했던 동료 대원은 가까스로 구조됐지만, 김 소방위는 동료보다 약 5m 더 깊숙한 곳에서 한참 뒤 발견됐다.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화재는 발생 2시간28분 만에 진화됐다. 이 사고로 김 소방위가 순직했고, 40대 소방대원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소방관 4명은 열탈진 증상을 보였으며 공장 관계자 2명도 연기를 흡입하는 등 모두 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불길을 잡기 위한 소방대원들의 사투가 이어졌지만, 한 가족의 삶에는 되돌릴 수 없는 상처가 남았다.

이번 사고는 소방관 개인의 용기와 헌신을 기리는 데서 멈춰서는 안 된다는 과제도 남겼다. 화재 현장의 급격한 연기 확산과 내부 고립 위험에 대비한 진입 판단, 대원 위치 확인, 비상 탈출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 

특히 공장처럼 기계와 각종 자재가 밀집한 시설은 화재 확산 양상과 내부 구조에 따라 구조·진압 과정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사고 원인과 현장 대응 과정을 철저히 조사하고, 확인된 문제를 교육과 장비 개선에 반영하는 일이 중요하다.

소방관의 희생을 영웅적인 이야기로만 기억하는 데 그친다면 비슷한 비극을 막기 어렵다. 위험을 감수하는 대원의 사명감에 의존하기보다 현장 위험을 신속히 파악하고 대원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제도와 장비를 갖추는 것이 사회의 책임이다. 순직 이후 유가족을 지원하는 일과 더불어, 동료 소방관들이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노력도 지속돼야 한다.

정부는 김 소방위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기 위해 소방장에서 소방위로 1계급 특별승진시키고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국립현충원 안장과 유가족 지원 등 후속 예우 절차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7일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국가의 예우와 추모는 고인의 헌신을 기억하는 출발점이다. 그러나 어린 딸이 편지에 적은 ‘나중에 꼭 다시 만나요’라는 말은 남겨진 가족에게 오랜 시간 지워지지 않을 그리움으로 남는다. 

아버지를 다시 만날 날을 상상하는 아이의 마음 앞에서 사회가 답해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소방관들이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출동한 뒤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무엇을 바꾸고 있는가. 고인의 희생이 진정한 기억으로 남으려면 애도와 추모를 넘어 현장의 위험을 줄이는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