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뛰자 회사채 수요 반토막...4분기 조달시장 안갯속

문영서 기자 2026. 10. 18.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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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수요예측 참여금액 14조5000억원…전년 동월 대비 51% 감소
금리 변동성에 투자자 관망…미국 통화정책·투자자 수급이 변수
해당 이미지는 실제사진이 아닌 AI 생성 이미지입니다. [사진=Flow AI 이미지 제작]

【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지난달 채권 발행 규모는 늘었지만 회사채 수요예측 참여금액은 1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금리 급등에 따른 투자자 관망이 영향을 미친 가운데, 4분기 조달시장은 미국 통화정책과 기관투자자 수급에 좌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채권 발행액은 87조4000억원으로 전월(75조6000억원)보다 15.6% 증가했다. 순발행액은 9조4000억원이며, 9월 말 기준 채권 발행잔액은 3186조8000억원이다.

발행 증가는 금융채와 회사채가 이끌었다. 금융채 발행액은 38조1000억원으로 전월보다 6조3000억원 늘었고, 회사채는 10조8000억원으로 6조3000억원 증가했다. 통안증권 발행액도 7조3000억원으로 1조5000억원 늘었다. 반면 국고채 발행액은 20조원으로 전월보다 3조3000억원 감소했다.

채권금리는 단기물을 중심으로 상승했다. 9월 말 국고채 1년물 금리는 연 3.733%로 전월 말보다 29.2bp(1bp=0.01%포인트) 올랐다. 3년물은 17.3bp 상승한 4.011%, 10년물은 9.4bp 오른 4.407%를 기록했다. 반면 20년물은 7.0bp 하락한 4.420%로 집계됐다.

금투협은 미국과 이란 간 충돌 재확대에 따른 지정학적 긴장과 국제유가 상승,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금리 인상 등이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월 후반에는 국제유가 하락과 환율 안정, 외국인의 국채선물 순매수 확대,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따른 국고채 매수 등이 이어지면서 금리 상승세가 일부 진정됐다.

회사채 발행액 자체는 전월보다 크게 늘었지만 기관투자자의 신규 회사채 투자심리를 보여주는 수요예측에서는 참여가 크게 위축됐다. 지난달 회사채 수요예측 실시금액은 2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월(4조8000억원)보다 줄었다. 기관투자자의 수요예측 참여금액은 14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월(29조6000억원) 대비 51.0% 감소했다. 참여율도 577.5%로 1년 전보다 45.0%포인트 낮아졌다.

다만 이를 회사채 시장 전반의 수요 위축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진단도 나온다.

신한투자증권 김상인 연구원은 "신용등급이 A급이거나 기초체력이 좋지 않은 기업 등을 제외하면 수요가 크게 저조했던 사례는 많지 않았다"며 "특히 9월 금리가 급등하면서 투자자들의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상승으로 신규 회사채의 투자 매력은 높아졌지만, 단기간에 금리가 급등하면서 기존 보유채권의 평가손실이 커진 데다 추가 금리 상승 가능성까지 남아 있어 기관투자자들이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IBK투자증권 정형주 연구원은 "금리가 많이 오른 상황에서 기존 보유자산의 손실을 확정하면서까지 신규 투자에 나서기에는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며 "추가 금리 상승 가능성을 고려해 투자자들이 관망하면서 회사채 수요예측 참여도 주춤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회사채 신용스프레드도 전월보다 확대됐다. 기업의 회사채 조달금리는 기준이 되는 국고채 금리에 신용위험을 반영한 가산금리가 더해져 결정되는데, 지난달에는 두 금리가 동시에 오르면서 기업의 조달 부담이 커졌다. 특히 신용도가 낮은 기업은 투자 수요가 위축될 경우 차환 과정에서 더 높은 금리를 부담하거나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다만 실제 부담 수준은 기업의 신용등급과 재무 여건에 따라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은 지난달 국내 채권시장에서 1조2000억원을 순매도했다. 국채에서 2000억원, 통안증권에서 1조원이 각각 빠져나갔다. 외국인 채권 보유잔액은 336조9000억원으로 전월보다 7조8000억원 감소했다.

금투협은 통화스와프(CRS) 금리 상승으로 스와프베이시스 역전 폭이 확대되면서 외국인의 재정거래 유인이 약화한 점을 주요 배경으로 꼽았다. 다만 월 후반에는 재정거래 여건이 일부 개선되며 외국인 수급도 안정을 찾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개인은 지난달 채권을 4조원 순매수했다. 국채 순매수액이 1조원이었고 특수채와 회사채도 각각 8000억원, 5000억원을 기록했다. 장외채권 거래량은 448조7000억원으로 전월보다 60조3000억원 증가했다. 국채와 금융채 거래가 각각 34조원, 21조8000억원 늘어난 반면 회사채 거래는 1조5000억원 감소했다.

4분기 회사채 시장의 향방은 미국 통화정책과 기관투자자의 매수 여력에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 연구원은 "미국이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경우 기업들의 조달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며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돼야 투자자들도 매수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하나증권 김상만 연구원은 "시장금리가 안정되지 않고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는 기업들이 원하는 금리 조건에 맞춰 회사채를 발행하기 어렵다"며 "일부 기업에는 CP 등 단기물이나 은행 대출을 활용하는 편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어 회사채 발행에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4분기에도 시장 여건이 개선되기보다는 악화할 가능성이 있어 회사채 발행과 수요예측 모두 부진한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김상인 연구원은 "최근 채권형 펀드로 자금 유입이 다시 늘어나는 등 투자 수요가 회복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며 "시장 전반의 수요를 부정적으로 판단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WGBI 편입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입도 국고채 수급을 뒷받침하며 국내 채권금리의 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고채 금리가 안정될 경우 이를 기준금리로 삼는 회사채 금리의 변동성도 낮아져 기업의 조달 여건에 간접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시장금리가 다시 급등하거나 기관투자자의 매수 여력이 약화할 경우 회사채 발행 여건이 본격적으로 개선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