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도쿄 한식당도 문 닫았다…갑자기 높아진 日 비자 문턱, 왜? [클로즈업 재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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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얼마나 절망적이냐'고 묻는데 절망은 계획이라도 세울 수 있잖아요.
그는 이달 5일 국회 연설에서 "외국인 수용의 기본적 방식에 대해서도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거듭 밝혔고, 지난달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경영 비자가) 이주를 목적으로 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등의 문제가 지적돼 왔다"는 글을 올렸다.
경영 비자를 쉽게 발급받을 수 있기에 외국인이 많이 늘었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설명이다. 이나바 나나코 조치대 교수는 도쿄신문에 "참의원 선거 이후 외국인 정책이 강경해진 것은 외국인은 일본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언제든 내쫓아도 되는 존재라는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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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권도 박탈 가능하게… 외국인 내쫓는 日
우익 참정당 약진에 배외주의 日사회서 확산
다카이치 "외국인 수용 방식 검토" 핵심 정책에
"외국인 인재 수용 타격, 일본 쇠퇴에도 영향"

주변에서 '얼마나 절망적이냐'고 묻는데 절망은 계획이라도 세울 수 있잖아요. 이건 미래가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마저 뺏은 것이나 다름없어요.
일본 도쿄 자영업자 최석진씨
일본 도쿄 간다역 인근에서 한국 음식점을 운영해 온 최석진(45)씨는 지난달 25일 마지막 영업을 하며 단골손님들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일본 정부가 외국인 비자 요건을 대폭 강화한 탓에 8년간 일궈 온 가게 문을 닫기로 했다. 2018년 가게를 열었을 때만 해도 이런 일이 닥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한류 바람을 타고 한국 음식을 찾는 일본인이 크게 늘었고, 입소문이 나면서 가게는 늘 만석이었다. 일본 직장인들에게 한식을 알리겠다는 포부는 '대박집 사장'이 될 것이라는 기대로 이어졌다.
창업 2년 만에 닥친 코로나19 사태도 최씨의 꿈을 꺾지는 못했다. 일본 정부가 외국인 자영업자에게도 지원금을 지급해 버틸 수 있었다. 최씨는 "일본 정부에 감사함을 느낄 정도로 든든한 지원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도 이겨낸 그의 꿈은 일본 정부의 외국인 규제 강화로 산산조각이 날 위기에 놓였다. 한때 자신의 정착을 도운 일본 정부가 하루아침에 외국인에 대한 문턱을 높일 줄 몰랐다. 2007년 처음 일본 땅을 밟은 뒤 20여 년간 쌓아 온 삶의 터전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이었다.
영주권 신청 수수료도 20배나 올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0월 '경영·관리 비자'(이하 경영 비자)의 요건을 강화했다. 자본금 요건을 기존 500만 엔(약 4,200만 원)에서 한꺼번에 6배인 3,000만 엔(약 2억5,400만 원)으로 높였다. 또 1명 이상의 상근 직원을 고용하게 했다. 이전에는 '500만 엔 이상의 자본금' 또는 '2명 이상의 상근 직원 고용' 가운데 하나의 요건을 충족하면 경영 비자를 발급했었다.
최씨를 비롯해 당장 2억 원이 넘는 현금을 마련할 수 있는 자영업자는 매우 드물다. 도쿄상공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일본에서 설립된 법인 14만3,367곳 가운데 자본금이 3,000만 엔 이상인 곳은 약 1%인 1,491곳뿐이었다. 이는 개인사업자를 제외한 수치다. 최씨는 "가게를 다른 곳으로 옮겨볼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비자 제도 변화로 장사를 이어가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다"며 "비자가 있다면 재기할 희망을 품고 사는데, 일본에 사는 많은 외국인의 희망을 뺏은 꼴"이라고 토로했다.

외국인에 대한 규제 강화책 대상은 경영 비자만이 아니다. 일본 정부는 앞서 이달 1일 영주권 요건을 대폭 강화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소득이 일본인의 평균 수준을 지속해 웃돌아야 한다는 요건을 추가했다. 기존에는 1인 가구의 경우 연 소득 300만 엔(약 2,500만 원)대가 기준이었지만, 앞으로는 약 1.5배인 450만 엔(약 3,800만 원)대를 벌어야 신청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게다가 세금이나 사회보험료가 밀리면 영주권을 박탈할 수 있도록 했다. 깜빡하고 납부 기한을 놓치면 그날로 일본 생활을 정리할지도 모르게 된 것이다. 영주권 신청 수수료는 기존 1만 엔(약 8만4,000원)에서 20만 엔(약 168만7,000원)으로 20배나 올렸고, 체류자격 변경·갱신 수수료도 기존 6,000엔(약 5만 원)에서 최대 7만5,000엔(63만7,000원)으로 12배 이상 올렸다.
정치권, 근거도 없이 "외국인 도움 안 되면 내쫓자"

이처럼 일본 정부가 외국인 때리기 정책을 강화하는 것은 지난해 7월 참의원(상원) 선거가 계기가 됐다. 극우 정당인 참정당은 '일본인 퍼스트'라는 구호와 함께 각종 외국인 규제책을 공약했다. 일본의 체류 외국인은 2024년 기준으로 2020년보다 약 30% 늘고, 방일 외국인도 약 9배 늘자 이에 불만을 느끼는 일본인의 표심을 공략한 것이다. "외국인은 상속세를 내지 않는다", "생활보호대상자 중 3분의 1이 외국인이다"라는 허위 정보가 퍼졌지만, 오히려 많은 일본인이 호응했다. 의석수는 기존 1석에서 14석으로 늘며 존재감을 키웠다. 당시 참정당의 약진에 집권 자민당과 야당들은 일제히 외국인 규제책을 내걸었고, 배외주의 확산이 일본 사회에 자리 잡게 됐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외국인 때리기를 정부의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는 이달 5일 국회 연설에서 "외국인 수용의 기본적 방식에 대해서도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거듭 밝혔고, 지난달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경영 비자가) 이주를 목적으로 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등의 문제가 지적돼 왔다"는 글을 올렸다.
경영 비자를 쉽게 발급받을 수 있기에 외국인이 많이 늘었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설명이다. 지난해 말 기준 경영 비자 보유자는 4만6,781명으로 5년 전의 1.7배로 늘었다. 그러나 다카이치 총리가 외국인 규제 강화의 근거로 제시한 경영 비자 악용 사례는 매우 드물다. 지난해 사업체를 운영하지 않는데도 경영 비자로 이주해 해당 비자가 취소된 사례는 5건에 그쳤다. 전체 경영 비자 보유자의 0.01%에 불과했다. 이나바 나나코 조치대 교수는 도쿄신문에 "참의원 선거 이후 외국인 정책이 강경해진 것은 외국인은 일본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언제든 내쫓아도 되는 존재라는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재일동포들 "도쿄 코리아타운 표적 될까 무섭다"

일본의 채찍질에 도쿄 신오쿠보 코리아타운은 삼엄함이 감돌기 시작했다. 신오쿠보에서 20년 넘게 한국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영주권자인 40대 김민주(가명)씨는 26년 일본 생활 중 가장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2012년 코리안타운을 떨게 한 우익 세력의 혐한 시위 확산 때보다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배외주의가 확산하면서 지금까지 경험해 본 적 없는 외국인을 향한 일본인들의 따가운 시선 때문이다. 김씨는 "20년 전 창업할 때 일본 은행이 1억 원을 융자해 줄 정도로 일본은 외국인에게 친절한 나라였는데, 다카이치 정권이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며 "일본에서 세금 한 번 밀린 적 없이 성실하게 살았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일본 당국이 비자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본인의 가게가 본보기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그는 현재 네팔을 비롯해 수명의 동남아시아 직원들을 채용해 가게를 운영 중이다. 그런데 얼마 전 행정서사로부터 "출입국재류관리청이 외국인 불법 고용 문제를 잡기 위해 이달부터 대대적인 감독에 나서는데, 한국인이 아닌 동남아 사람들이 한국 음식점에서 일하는 것을 체류자격 허용 업무 범위에서 벗어난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들을 내보내지 않으면 위반 소지로 해석돼 영주권에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그렇다고 이들을 내보내면 사실상 가게 운영이 불가능하다. 김씨는 "대응할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같이 고생하는 직원들을 내쫓을 수도 없다"며 "합법적으로 채용할 수 있는 대안 마련도 없이 무조건 잡아들이겠다는 건 탁상행정 아니냐"고 착잡함을 드러냈다. 김씨를 비롯해 신오쿠보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은 "신오쿠보가 당국의 표적이 될까 무섭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일본 떠나는 외국인들… "정부 정책 신뢰 훼손"

갑작스러운 규제 강화에 외국인들은 어쩔 수 없이 일본을 떠나고 있다. 일본 출입국재류관리청에 따르면 1~7월 재입국 절차를 밟지 않고 일본을 출국한 경영 비자 보유자는 1,159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303명)의 약 3.8배에 달한다.
도쿄상공리서치가 3, 4월 299개 기업 외국인 경영자를 대상으로 '체류자격 요건 강화가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사한 결과(복수 응답), 경영자의 약 45%가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받는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약 6%는 "경영권을 일본인이나 영주권 보유자에게 넘긴다"고 답했고, 약 5%는 "폐업을 검토한다"고 답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당국이 (외국인) 불법 취업의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셈"이라며 "적법하게 일하는 외국인에게도 불이익이 발생하는 만큼 현 상황을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흐름이 장기적으로 일본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정부 정책의 신뢰성을 훼손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나바 조치대 교수는 "인구 감소로 노동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일본의 쇠퇴를 막을 수 없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레카와 유 일본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국제관계부장은 도쿄신문에 "영주 자격 취득 요건을 치밀한 제도 설계 없이 대폭 강화해 정부가 지금까지 추진해 온 정책을 스스로 가로막고, 외국인 인재 수용·육성에 타격을 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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