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돈 벌던 시절 끝났나'…한국 은행들 줄줄이 '비상' [차이나 워치]

김은정 2026. 10. 1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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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의 대표적인 한국인 밀집지역 왕징.

중국 진출 초기 한국 기업과 교민을 대상으로 영업망을 확장했던 은행들이 점포 정리에 나서고 있다.

올 상반기 실적에서도 중국 내 한국 은행들의 어려움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 은행들은 한국 기업이 중국으로 진출할 때 따라와 영업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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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 짐 싸는 한국 은행들…점포 13곳 줄이며 생존 안간힘
한국 기업 빠지자 은행도 흔들
신한·하나은행 순익 80% 안팎 급감
중국 베이징의 대표적인 한국인 밀집지역 왕징. 신한은행은 올 4월 이곳에서 운영하던 왕징지점의 영업을 종료했다. 중국 내수 부진과 부동산시장 침체로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한국 은행들이 중국 영업점을 잇달아 축소하고 있다.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중국 점포는 지난해 초보다 13곳 줄었고 올 상반기 합산 순이익도 34% 감소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중국 베이징의 대표적인 한국인 밀집지역 왕징. 신한은행은 올 4월 이곳에서 운영하던 왕징지점의 영업을 종료했다. 개인·기업금융 업무는 베이징분행으로 통합했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베이징 삼원교지점의 영업을 종료한 데 이어 올해도 상하이 우중루지점의 영업을 종료했다.

중국 진출 초기 한국 기업과 교민을 대상으로 영업망을 확장했던 은행들이 점포 정리에 나서고 있다. 중국에서 한국 은행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어서다.

중국 내수 부진과 부동산시장 침체로 대출 부실 위험이 커지고 현지 은행과 경쟁까지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은행들은 점포를 줄이는 대신 기업금융과 외환거래 등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국 경기 회복과 현지 우량기업 고객 확보 여부가 향후 실적을 좌우할 전망이다. 

황금알 낳던 중국 시장 

18일 중국 현지와 금융권에 따르면 중국 전역에서 한국 은행의 점포 축소가 나타나고 있다. 올 6월 말 기준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중국 영업점은 58곳으로 지난해 초보다 13곳 감소했다.

올 상반기 실적에서도 중국 내 한국 은행들의 어려움이 두드러지고 있다. 신한은행 중국법인의 순이익은 36억76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4% 급감했다. 하나은행은 29억3300만원으로 83.1% 줄었고 국민은행은 90억5200만원으로 21.7% 감소했다.

중국 내수 부진과 부동산시장 침체로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한국 은행들이 중국 영업점을 잇달아 축소하고 있다.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중국 점포는 지난해 초보다 13곳 줄었고 올 상반기 합산 순이익도 34% 감소했다. 뉴스1

반면 지난해 연간 527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우리은행은 올 상반기 101억1400만원의 순이익을 내며 흑자로 돌아섰다. 4개 은행의 올 상반기 합산 순이익은 약 25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4%가량 줄었다. 은행별로 실적 차이는 있지만 중국 시장에서 안정적인 이익을 확보하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수익성 악화의 배경에는 중국 금융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있다. 부동산시장 침체와 내수 부진으로 기업의 자금 수요가 위축되고 대출 부실 가능성도 높아졌다.

중국 내수 부진과 부동산시장 침체로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한국 은행들이 중국 영업점을 잇달아 축소하고 있다.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중국 점포는 지난해 초보다 13곳 줄었고 올 상반기 합산 순이익도 34% 감소했다. 로이터통신

중국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하 경쟁은 외국계 은행의 예대마진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 기업의 중국 투자와 생산기지 확대에 힘입어 성장했던 기존 영업 방식만으로는 충분한 수익을 확보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특히 현지 기업으로 고객 기반을 넓히려면 중국 대형 은행들과 직접 경쟁해야 한다. 

우리은행은 금융채 발행과 기업금융 확대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지난해 8월 중국법인 설립 이후 처음으로 6억위안(1195억원) 규모의 금융채를 발행했다. 만기는 3년, 발행금리는 연 2.08%였다. 올 6월에는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 주선 사업을 시작했고 7월 첫 거래를 성사시켰다. 여러 금융사가 공동으로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한국과 미국 국채 매입 거래도 새로 시작했다. 기존 예대마진 중심의 수익구조를 보완하고 자금조달 수단을 다양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지점 닫고 수익원 찾기 

한국 기업 중심의 고객 기반을 중국 현지 기업으로 넓히려는 시도도 계속 진행 중이다. 한국 은행들은 한국 기업이 중국으로 진출할 때 따라와 영업을 해왔다. 한국 기업들의 탈중국 러시 이후 구조적 위기를 겪고 있다. 한국계 자동차 점유율 하락과 국내 기업의 귀국 움직임 속에 현지 고객 확보는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하나은행은 중국에서 디지털 금융을 활용해 현지 개인 고객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2019년 비대면 소액 모바일 대출을 출시하고 알리바바·바이두·씨트립 등 현지 플랫폼과 제휴했다. 2022년에는 위챗에 모바일 지점을 개설했다. 신한은행은 외환·파생상품 거래와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은행 한 관계자는 "외환 거래뿐 아니라 각종 사업에서 중국 금융당국의 조사와 규제 강화로 신규 고객을 확보하거나 유지하는데 실질적인 어려움이 많다"고 전했다. 또 "현지 고객을 늘리기 위해 무리하게 대출을 확대하면 부실 위험도 커질 수 있어서 목표 설정과 실행 가능성에 항상 고민이 따른다"고 덧붙였다.

물론 당장 한국 은행들이 중국 사업에서 철수를 고려하진 않고 있다. 다만 중국 경기 회복이 지연되는 있는 만큼 공격적인 자산 확대보다 건전성 관리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이와 함께 수익성이 낮은 점포를 정리하면서 우량기업 대출과 무역금융, 외환거래 등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영업망 축소로 절감한 비용과 신규 금융사업에서 확보한 수익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말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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