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가 짜던 용접로봇 경로, AI가 만든다”…현대차ㆍ기아, 미래공장 신기술 공개
현대차ㆍ기아 ‘이포레스트 테크데이’ 가보니
오차 1㎜ 이내 보정…라인 셋업 기간 단축
외부 의존 95% 비전 외관검사 자체 개발
허리 숙여 끼우던 도어 가니시 로봇이 장착
2032년 이후 미래공장에 휴머노이드 적용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16일 현대자동차ㆍ기아 의왕연구소. 차체 철판 골격 앞에 선 용접로봇이 멈췄다 움직이길 반복하며 용접점으로 다가갔다. 센서로 차체 위치를 확인하면서, 가상공간에서 미리 짠 경로와 실제 위치 사이의 오차를 그때그때 바로잡느라 생기는 움직임이다.
목표 지점에 가까워질수록 보정은 더 잦고 세밀해졌다. 보정이 모두 끝나자 로봇은 멈추지 않고 전체 동작을 이어갔다. 바로잡은 경로가 컴퓨터에 저장돼, 이후엔 다시 보정할 필요 없이 생산라인에서 연속으로 작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대차ㆍ기아가 100% 자체 기술로 개발한 ‘로봇 티칭 자동화’ 시연이다.
현대차 차체 공정에선 로봇이 1700곳이 넘는 용접점을 자동으로 용접한다. 하지만 새 라인을 깔 때 로봇이 각 용접점까지 움직일 경로는 현장 엔지니어가 일일이 입력해야 했다. 이른바 ‘티칭’ 작업으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과정이었다.

새 기술은 AI가 시뮬레이션에서 경로를 자동으로 만들고, 3D 비전 센서가 차체와 용접툴의 자세를 추정해 가상과 실제 사이 오차를 실시간으로 바로잡는다. 로봇 끝단이 용접점에 닿는 오차는 1㎜ 이내다. 경로를 일일이 입력하는 과정이 사라지는 만큼 라인 셋업과 양산 준비 기간, 투입 비용을 줄일 수 있다.이인환 현대차ㆍ기아 제조SI기술개발2팀 책임매니저는 “기존엔 수작업으로 하던 일인데, 버튼 하나만 누르면 차체 위치가 시뮬레이션에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시연에선 차체를 일부러 비뚤게 배치했다. 실제 공장에선 차체 위치가 가상공간에 구현한 모습과 조금씩 어긋나기 마련인데, 이런 차이가 생겨도 로봇이 대응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다. 센서가 바뀐 위치를 인식하자 GPU(그래픽처리장치) 병렬 연산으로 새 이동 경로가 만들어졌다. 사람이 손댈 일은 없었다. 현대차ㆍ기아는 이 기술을 내년년 6월까지 개발한 뒤 양산 공장 적용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는 19~21일 열리는 신기술 전시회 ‘이포레스트(E-FOREST) 테크데이 2026’에 앞서 마련됐다. 현대차ㆍ기아의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SDF) 전환 비전을 공유하는 행사다.
최영태 현대차ㆍ기아 제조솔루션본부 이포레스트 센터장(상무)은 “미래공장은 무인공장이 아니라 사람과 로봇이 협업하는 자율운영공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2030년 HMGICS(현대차그룹 싱가포르글로벌혁신센터)에서 버추얼 기반 자율화 제조시스템을 고도화하고, 2032년 이후 미래 신공장에서 휴머노이드와 풀스케일 자율화 기술을 본격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생산한 차량을 카메라로 찍어 이미지를 분석한 후 불량을 잡아내는 비전 검사 기술도 외부에 기대지 않고 직접 개발한다. 그동안 현대차ㆍ기아는 국내 공장 비전 시스템의 95% 이상을 외부 설루션에 의존해왔는데, 차종이 늘거나 설계가 바뀔 때마다 반복적으로 비용이 드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광학계와 알고리즘, 하드웨어까지 자체 개발한 ‘터널형 완성차 외관검사’를 개발했다. 차량 1대당 고해상도 이미지 약 5000장을 찍어 결함 위치와 크기를 잡아낸다. 기아 화성 이보 웨스트(EVO West) 공장부터 적용한다.
그동안 수작업으로 이뤄졌던 작업도 로봇이 나선다. 차 문 아래쪽에 덧대는 외장 부품인 도어 가니시는 고정용 클립 19개를 문에 끼워 붙이는데, 작업자가 허리를 숙인 채 작업하다 보니 일부 클립이 덜 끼워져 부품이 떠 보이는 ‘들뜸’ 불량이 생기곤 했다. 현대차ㆍ기아는 미세 진동으로 클립 위치를 맞춘 뒤, 두 차례 눌러 끼우고 변위 센서로 들뜸 여부를 검사하는 설비를 개발해 2027년 12월 기아 광주1공장에 적용할 예정이다.
유연한 고무 부품인 웨더스트립도 전용 그리퍼와 고속 서보 제어로 일정한 힘을 유지하며 장착하고, 작업이 끝나면 3D 비전으로 장착 상태를 다시 확인한다.

제조 특화 인공지능(AI) 에이전트 ‘폴라리스’는 지난 9월 울산 EV공장에서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연구원이 “어제 차도의 주요 결함 알려줘”라고 말하자 현장 은어인 ‘차도의’를 차체ㆍ도장ㆍ의장 공정으로 알아듣고 분석 결과를 보여줬다. 결과는 PPT로 만들거나 팀즈ㆍ이메일로 바로 공유할 수 있다. 표준화 플랫폼을 적용한 물류로봇은 제작비를 약 30% 줄였고, 충전 시간은 2시간에서 최대 12분으로 단축했다.
최 상무는 “사람은 더 안전하고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하고, 데이터와 AI는 공장을 더욱 유연하고 지속가능하게 운영하도록 돕는 제조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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