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중 배회, 배변 실수… 반려동물 치매 경고 신호

황윤태 빌리브동물병원 대표원장 2026. 10. 18.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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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려동물이 '이 음식'을 먹어도 될까, '이런 행동'을 좋아할까.

반려동물 치매, 즉 인지기능장애증후군은 반려견의 경우 8세 이상에서 약 14%가 나타나며 15세 이상에서는 68%까지 증가한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반려동물 치매도 환자와 주변인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만큼 조기에 발견해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이 중요하다.

반려견은 'DISHAA', 고양이는 'VISHDAAL'반려동물 치매는 사람보다 진단이 까다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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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태의 동물병원밖수다] 15세 이상 반려견 68%가 단순 노화 아닌 치매 증상

우리 반려동물이 ‘이 음식’을 먹어도 될까, ‘이런 행동’을 좋아할까. 궁금증에 대한 검색 결과는 언제나 불확실하다. 황윤태 수의사가 진료실에서 미처 다 전하지 못한, 반려동물에 관한 사소하지만 실용적인 팁들을 소개한다.

반려동물도 노화에 따른 인지기능장애증후군을 겪을 수 있다. GETTYIMAGES
반려동물도 치매에 걸린다는 사실에 놀라는 보호자가 적잖다. 반려동물 치매, 즉 인지기능장애증후군은 반려견의 경우 8세 이상에서 약 14%가 나타나며 15세 이상에서는 68%까지 증가한다. 고양이도 11세 이상은 약 28%, 15세 이상은 절반 넘게 인지기능장애증후군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동물병원에서 치매로 진단받는 반려견은 2%에도 미치지 못한다. 많은 보호자가 치매 증상을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반려동물 치매도 환자와 주변인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만큼 조기에 발견해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이 중요하다.

반려견은 'DISHAA', 고양이는 'VISHDAAL'

반려동물 치매는 사람보다 진단이 까다롭다. 사람은 신경심리검사로 인지 능력 저하를 확인한 뒤 영상검사(MRI·PET 등), 유전자검사, 혈액검사 등을 종합해 진단할 수 있다. 반면 반려동물은 보호자가 집에서 관찰한 행동 변화를 평가표에 기록하는 방식에 주로 의존한다. 혈액검사를 통한 진단법도 아직 상용화되지 않아 일반 동물병원에서 활용하기 어렵다.

수의학에서는 특정 증상을 묶은 약어를 활용해 치매 여부를 판단한다. 반려견은 'DISHAA'라는 기준을 사용한다. △방향감각 상실(Disorientation)은 익숙한 집에서 벽을 보고 멍하니 서 있거나 문이 열리는 쪽이 아닌 경첩 쪽으로 나가려는 행동이다. △사회적 상호작용 변화(Interaction)는 가족을 낯설어하거나 반대로 과도하게 집착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수면 주기 변화(Sleep-wake cycle)는 낮에 자고 밤에는 배회하거나 이유 없이 짖는 증상이다. △배변 훈련 상실(House soiling)은 평소 잘 가리던 대소변을 실수하는 것이고, △활동성 변화(Activity)는 산책·놀이에 무관심해지거나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모습이다. 마지막으로 △불안(Anxiety)은 이유 없이 안절부절못하거나 보호자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행동을 뜻한다.

고양이는 'VISHDAAL'이라는 기준을 활용한다.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울음소리 변화(Vocalization)로, 특히 한밤중에 이유 없이 크고 길게 우는 행동이다.

△상호작용 변화(Interaction)는 가족을 낯설어하거나 과도하게 애정을 요구하는 모습이며, △수면 주기 변화(Sleep-wake cycle)는 낮에 자고 밤에 배회하거나 우는 증상이다. △배변 실수(House-soiling)는 평소 사용하던 화장실이 아닌 곳에서 배변하는 것이고, △방향감각 상실(Disorientation)은 익숙한 집에서 멍하니 서 있거나 목적 없이 서성이는 행동이다. △활동성 변화(Activity)는 그루밍 또는 놀이에 대한 흥미가 줄거나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불안(Anxiety)은 낯선 소리 또는 상황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이고, △학습·기억력 저하(Learning and memory)는 밥을 먹은 사실이나 익숙한 습관을 잊어버리는 증상이다.

다만 이런 행동 변화가 반드시 치매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반려견의 활동성 저하는 갑상선기능저하증이나 시력 감퇴, 퇴행성관절염, 추간판탈출증 때문일 수도 있다. 배변 실수 역시 방광종양이나 방광염, 결석 등이 원인일 개연성이 있다. 고양이도 관절염 때문에 화장실 턱을 넘기 어려워 배변 실수를 하거나 갑상선기능항진증으로 수면 주기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다른 질환이 원인은 아닌지 수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반려견은 DISHAA를 바탕으로 개발된 개 치매 척도(CADES), 개 인지평가 척도(CCAS), 개 인지기능장애 평가 척도(CCDR)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정해진 문항과 점수 체계로 중증도를 가늠하고, 시간에 따른 변화나 약물치료 반응을 수치화하는 방식이다. 반면 고양이는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평가표가 아직 없다. 행동 변화가 미묘하고 통제된 연구도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영국소동물수의사회(BSAVA)가 개발한 증상 심각도 평가 설문지를 리버풀대 고양이 건강 노화 클리닉에서 시범 적용하고 있다.

산책·후각 놀이로 뇌 활동 유지해야

치매 치료는 크게 환경 관리, 영양 보조, 약물치료로 나뉜다. 규칙적인 산책과 후각을 자극하는 놀이는 뇌 활동 유지에 도움이 된다. 집 안 동선을 단순하게 만들면 방향감각 상실에 따른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활동량과 자극을 늘리는 '환경 풍부화'는 치매 예방에도 일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양 관리 측면에서는 항산화 성분과 중쇄지방산(MCT)이 포함된 인지기능 개선용 처방식 또는 영양제가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뇌가 포도당 외에 대체 에너지원을 활용하도록 돕는 원리다. 퓨리나와 힐스 등 사료업체에서도 이러한 목적의 제품을 판매 중이다.

약물치료에서는 2021년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반려견 인지기능장애증후군 치료제로 허가받은 '제다큐어'를 쓸 수 있다. 임상시험에서 인지기능장애증후군을 진단받은 반려견에게 8주간 투여한 결과 CCDR 점수가 62.2점에서 42.1점으로 약 32% 낮아져 위험군 경계 수준까지 개선됐다. 해외에서는 '셀레길린'이 반려견 인지기능장애증후군 치료제로 공식 허가돼 있다. 다만 두 약물 모두 손상된 신경을 되살리는 치료제는 아니다. 질환의 진행을 늦추는 데 목적이 있으며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최소 1개월 넘게 걸린다. 일부 개체에서는 구토 등 경미한 부작용도 보고되고 있다. 고양이는 아직 허가된 치매 치료제가 없어 환경 관리와 영양 보조가 사실상 치료의 중심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면서 치매뿐 아니라 심장·신장 기능 저하, 퇴행성관절염, 시력 감퇴 등 노령기에 나타나는 질환을 모두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삶의 질이 떨어지는 속도는 늦출 수 있다. 앞서 소개한 행동 변화를 숙지하고 치매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수의사와 상담해보자.

황윤태 수의사는… 2013년부터 임상 수의사로 일하고 있다. 현재 경기 성남 빌리브동물병원 대표원장, 한국동물병원협회 위원을 맡고 있다. 책 '반려동물, 사랑하니까 오해할 수 있어요'를 썼다.

황윤태 빌리브동물병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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